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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첸백시가 쥐고 흔든 주가…아티스트 활동 공시 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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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상장 엔터테인먼트사, 소속 핵심 아티스트 활동 계획에 주가 변동
투자자 보호 위해 계약해지 등 공시 기준 강화 필요성 대두

BTS·첸백시가 쥐고 흔든 주가…아티스트 활동 공시 시대 열리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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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6월14일 밤 방탄소년단(BTS)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찐 방탄회식'이라는 영상의 후폭풍은 거셌다. 다음날 소속사 하이브 주가는 24.87% 급락하면서 시가총액 2조원이 증발했다. BTS 멤버들이 솔로 활동 계획을 전해서다. 주가는 BTS 단체활동 중단이라는 키워드에 반응하며 출렁였다.


#2. 지난해 10월17일 하이브는 공시를 통해 "당사 소속 아티스트 BTS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했다"며 "멤버 진(김석진)은 2022년 10월 말, 입영 연기를 취소하고 이후 병무청의 입영 관련 절차를 따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3. 지난 6월1일 엑소의 멤버인 백현·시우민·첸(첸백시)의 계약해지 통보 소식이 전해지면서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2% 내린 10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기준 에스엠 시가총액은 2조6142억원에 이르렀지만 이날 하루 만에 1906억원이 증발했다.


상장된 엔터테인먼트사 주가가 핵심 아티스트의 활동 계획에 따라 출렁이면서 관련 정보를 적시에 올바른 방법으로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안 중의 하나가 바로 '공시'다. 특히 지난해 BTS 단체활동 중단 논란으로 하이브 주가가 연일 출렁이면서 핵심 아티스트의 활동 계획이 엔터테인먼트사의 주요 경영 공시 사항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됐다. 최근에는 엑소 일부 멤버가 소속사와 분쟁을 겪으면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소식에 소속사 에스엠 주가가 급락하면서 아티스트가 상장사 주가에 미치는 파급력을 입증했다.


BTS·첸백시가 쥐고 흔든 주가…아티스트 활동 공시 시대 열리나

하이브 직원, BTS 단체활동 중단 미리 알고 주식 매도

상장 엔터테인먼트사의 아티스트 활동 계획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데는 BTS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찐 방탄회식'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계기가 됐다. BTS 멤버들이 솔로 활동 계획을 전한 다음 날 하이브 주가는 장중 한때 27.9%까지 밀리며 하한가에 근접했다. 이후에도 하락세를 보였다. 하이브의 대처는 미흡했다. 투자자들과 시장이 과도하게 해석했다면 공시나 보도자료 등으로 바로 잡아야 했지만, 뒤늦게 공식 입장을 전해 논란이 됐다. 공개 영상이 '녹화 영상'이었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선촬영·후방송'으로 시차를 둔 이유가 무엇인지 의혹이 커졌다. 공교롭게도 녹화 영상 공개 전날 하이브 주가는 이유 없이 돌연 11% 가까이 급락하면서 정보가 샜다는 의혹까지 일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금감원 특사경)이 수사에 나선 배경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금감원 조사 부서에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긴급조치로 남부지검에 통보하고, 남부지검이 금감원 특사경을 지휘해 수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결국 1년이 지난 후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금감원 특사경은 하이브 직원들이 BTS의 단체활동 중단 사실을 미리 알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는 사실을 적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금감원 특사경 측은 "하이브 소속 팀장 등 3명은 하이브 내 레이블에서 아이돌그룹 관련 업무를 담당한 직원들로, BTS가 단체활동을 잠정 중단한다는 악재성 정보를 접한 후 이게 공표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주식을 팔아 6월15일 종가 기준 총 2억3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했다"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자본시장법 174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BTS·첸백시가 쥐고 흔든 주가…아티스트 활동 공시 시대 열리나
위기관리에 미흡했던 하이브

사실 영상에서 BTS는 단체활동 중단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멤버들의 솔로 활동 계획 언급이 오히려 방송 다음 날 단체활동 중단을 넘어 해체로 확대 해석되면서 하이브 주가가 폭락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하이브의 내부 위기관리에 낙제점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이브는 커뮤니케이션 총괄(CCO) 직속으로 리스크 매니지먼트(위기관리) 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 하이브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BTS이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하이브 =BTS'로 인식한다"면서 "결국 시장이 반응했는데, 하이브는 회식 콘텐츠가 미칠 파급력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에 내부 위기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1년이 지난 후 담당 직원 3명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 역시 위기관리가 작동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관계자는 "영상에서 멤버들은 누구도 단체활동 중단이라고 언급하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하이브의 늦은 대처가 아쉽고 해명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로서 다양한 방면에서 대처가 매끄럽지 못했으나 하이브 전체를 향한 의혹은 과도하다"면서 "직원 개개인의 잘못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BTS·첸백시가 쥐고 흔든 주가…아티스트 활동 공시 시대 열리나

새로운 포괄공시 가이드라인 필요

BTS 회식 영상 공개 사건을 계기로 핵심 아티스트의 활동 계획이 엔터테인먼트사의 주요 경영사항으로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번 데인 하이브는 지난해 10월 BTS 멤버 진의 입대 소식을 공시로 밝히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엔터테인먼트사의 대장주인 하이브의 대응 방식이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제 중요한 아티스트의 계약해지, 팀 해체 등을 공시로 알려야 하는지 고민사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엑소 첸백시 멤버가 법무법인 린을 통해 에스엠에 전속계약 해지 의사를 통보했다는 소식으로 에스엠 주가가 급락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주가도 빅뱅 지드래곤과의 전속계약 만료 소식이 들려온 이후 약세를 보였다. 지난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올해 1분기 분기 보고서의 소속 가수 목록에 지드래곤 이름이 빠지면서 YG를 떠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장 연예기획사의 경우 핵심 아티스트의 활동 계획이 주요 경영사항으로 회사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 있으므로 회사는 관련 정보가 적시에 올바른 방법을 통해 일반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엔터사들의 핵심 아티스트 의존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어 이들과의 계약 해지 여부 등이 주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제약·바이오 회사에 대해 임상시험 공시 기준이 강화된 것처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핵심 아티스트 계약해지 등과 관련해서 공시 기준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태 자체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포괄공시는 상장법인이 의무 공시사항 외에 중요한 정보를 스스로 판단해 알리는 제도다. 제약·바이오 회사의 경우 임상시험, 품목허가 등 업종 고유의 중요한 경영사항이 발생할 경우 관련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임상시험 종료 ▲품목허가 ▲기술이전 및 도입 등이 추가돼 공시 기준이 강화됐다.


다만 현행 수준에서도 충분히 공시하면 된다는 게 유관기관의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금 규정으로 공시 항목 사항을 반영하지 못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 하지만 아티스트의 해체, 계약 해지, 활동 중단이 공식화돼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면 포괄공시로 공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상장 엔터테인먼트사가 자발적으로 회사의 기업 가치 및 주가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적시에 공시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간판 아티스트의 계약 해지, 만료 등의 우려로 에스엠과 와이지의 주가가 모두 흔들렸다"면서 "앞으로 엔터테인먼트사는 이를 적절하게 투자자들에 공개할 수 있도록 보도자료 발표나 공시 등에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회사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자율공시를 하며, 자율공시 영역 안에 해명공시가 있다"면서 "BTS 사례처럼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할 때 엔터테인먼트사들의 매끄러운 해명공시 등의 대처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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