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 "한국 기업 철수해도 대체 가능해"
"메모리칩 반도체 100% 국산화 가능"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 발표 이후 메모리 반도체의 국산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전면적인 국산화가 가능해 시장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다는 게 중국 측 주장이다. 당국의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단 지시를 호재로 현지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22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마이크론 제재와 관련, "최근 몇 년 간 중국의 메모리칩 제조 역량이 크게 발전해, 해외 업체의 부재를 국내 업체가 빠르게 채울 수 있다"면서 "이번 사건이 중국의 메모리칩 공급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에 대해 이 회사 제품 구매를 중지토록 했다. 마이크론과 관련한 안보 심사는 지난 3월 31일부터 진행된 바 있다.
GT는 천쟈 국제전략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해외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배제되더라도, 중국 메모리칩 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해 가격을 유지시킬 수 있다"면서 "요즘 중국의 메모리칩 반도체 부문은 100% 국산화를 달성할 수 있으며, 특정 고급 생산라인의 안정성만 강화하면 된다"고 평가했다. 베이징 소재 다루이 경영컨설팅의 설립자 마지화는 중국 당국의 이번 결정을 두고 "국내 기업에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중 간 패권전쟁이 격화하면서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GT는 한국에 대한 견제의 신호도 보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처의 수혜기업으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 매체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외국 제조업체들이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울지는 두고 볼 일"이라면서 "한국과 미국기업이 모두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해도, 중국 기업은 시장을 빠르게 채울만한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의 마이크론 제재 발표 이후 중국 내 관련기업들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설계 업체 기가디바이스는 22일 한 때 전 거래일 대비 5% 이상 상승하다 1.6% 오름세로 장을 마감했다. 중앙처리장치(CPU) 전문기업 인제닉반도체는 2.8%, 카이파테크놀로지는 1.31% 오르며 수혜 기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는 장 중 4% 이상 뛰다 1.2%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이번 조치를 미국의 대중제재에 따른 보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말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하는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당국의 발표 시기가 중국에 대한 견제의 내용을 담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 발표 다음날이라는 점도 관심을 끌었다.
미 상무부는 21일 성명을 통해 "사실상 근거가 없는 제한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히며 중국의 조치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미 상무부는 "다른 미국 기업들에 대한 최근 공격과 더불어 이번 조치는 시장을 개방하고 있으며 투명한 규제 틀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다는 (중국의) 주장과 모순된다"며 중국의 반도체 시장 왜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마이크론은 지난해 매출액 308억 달러(약 40조7000억원) 가운데 16% 이상인 52억 달러를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올렸다. 중국 본토 매출액은 전체 매출의 10∼11%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