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과학을읽다]200년 전 베토벤의 죽음, 독살 아니었다

시계아이콘01분 5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영국 케임브리지 고고유전학 연구팀
머리카락 유전자 복원해 분석한 결과
"'간 질환'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돼"
음주-유전적요인-바이러스성 간염 복합 작용
그동안 알려진 '납 중독'은 아냐
청력 상실 원인은 확인 안 돼

독일의 악성(樂聖)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년)은 찬란한 음악적 업적 외에 미스터리한 사인(死因)으로도 세간에 오르내렸다. 사망하기 26년 전 돌연 청력을 잃었고, 납 중독, 자살,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사 등 여러 가지 설이 나돌았다. 심지어 본인도 갑작스러운 청력 상실 후 중독을 의심했다. 친척들에게 편지를 보내 "내가 죽으면 꼭 의사에게 사인을 확인해달라고 해라"고 했다. 그런데 그가 죽은 후 약 200년 만에 과학자들이 첨단 유전자 분석 기술을 통해 분석한 결과 복합적 요인으로 인한 간 질환이 사망 원인으로 확인됐다.


22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고고유전학 연구팀이 최근 생물학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고 전했다. 베토벤의 머리카락에서 유전 물질을 추출해 분석해 보니 복잡한 요인으로 인해 발병한 간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납 중독설'은 신빙성을 잃게 됐다. 과거 베토벤의 머리카락에서 납 성분이 검출됐다며 사망 원인으로 추정하는 연구 결과가 종종 나왔었다. 특히 2005년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 연구팀이 베토벤의 두개골 파편을 강력한 X선으로 촬영한 결과 납 농도가 높게 검출됐다고 밝히면서 '정설'이 되는 듯했다.


[과학을읽다]200년 전 베토벤의 죽음, 독살 아니었다
AD


하지만 연구팀은 최근 시간이 많이 지나 다소 훼손된 샘플이라도 유전자 DNA 시계열 분석이 가능한 첨단 기술을 사용해 이같은 납 중독설을 뒤엎었다. 연구팀은 베토벤의 것이라고 알려진 총 8개의 머리카락 묶음을 분석했는데, 이 중 5개가 같은 사람의 것이라는 점을 확인해 이를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한 샘플로부터 유전 물질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고, 여기에서 베토벤의 유전자(genome)의 약 3분의 2를 복구해 시퀀싱 분석을 통해 질병 유발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 결과 베토벤은 유전적 요인과 알코올 남용, 바이러스성 간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간 질환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구체적으로 베토벤의 유전자 분석에서 간경변증(liver cirrhosis)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PLPLA3 유전자 특정 변이체 2개가 확인됐다. 간 손상을 일으키는 유전성 혈색소침착증(hereditary haemochromatosis)을 유발하는 HFE 유전자의 2가지 변이체도 발견됐다. 또 바이러스성 간염을 일으켜 간에 손상을 주는 헤파티티스(hepatitis) B 바이러스의 조각도 발견됐다.


연구를 주도했던 트리스탄 베그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런 유전자 변이들은 역사적 기록에서 베토벤이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로 기록됐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베토벤이 사망할 즈음에 (알코올 남용으로 인해) 간 손상의 위험이 더 크게 늘어났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베토벤이 언제 어떻게 (헤파티티스 B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알지 못한다"면서도 "그는 사망 수개월 전 바이러스성 간염이 재활성화돼 앓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유전자 분석 결과는 베토벤의 사망과 관련해 남겨진 역사적 기록과도 일치한다. 1826년 12월 베토벤의 건강은 빠르게 악화됐으며, 황달과 팔다리가 부어오르는 증세가 나타났다. 이는 모두 간 부전의 징후다. 베토벤은 이후 1827년 3월 사망할 때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베토벤이 왜 청력을 상실했는지에 대해선 알아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베토벤의 유전자를 분석하면서 청력 손실과 연결될 수 있는 몇 가지 사항, 즉 파제트병이나 루푸스(낭창ㆍ피부결핵) 등을 앓았는지 여부에 대해 검사했다. 이 결과 베토벤은 루푸스 발병 위험이 높은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긴 했다. 하지만 루프스 병에 걸렸다고 늘 청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연구팀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AD

현재까지 많은 의학사 연구자들은 베토벤이 이경화증에 걸려 청각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등골(stapes)이라고 부르는 귀속의 작은 뼈가 다른 부분과 합쳐지는 증상을 말한다. 이경화증을 일으키는 유전적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것이 확인될 경우 추후 베토벤의 유전자 분석 결과를 재분석해 청각 장애의 원인인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