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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학폭'이 진짜 나쁜 과학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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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또다시 '학교 폭력(학폭)' 문제로 시끄럽다. 정순신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이 임명 직후 아들의 고등학교 시절 학폭 문제로 결국 사퇴한 것이다. 아버지ㆍ법률가로서의 능력은 뛰어났지만 '인간'으로선 마이너스라는 비난이 높았다. 뿐만 아니다. 연예인ㆍ운동선수 등 유명 인사들이 '뜨고 난 뒤' 학폭 논란에 휩싸여 강제 은퇴를 당하는 경우도 속출한다. 그만큼 학폭에 대한 한국 사회의 여론이 민감하다. 학폭을 소재로 한 드라마 여러 편이 글로벌 OTT를 통해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학폭은 어느덧 세계적으로도 '악명'을 날리게 됐다.


학폭은 왜 나쁠까? 사실 40~50대 이상 기성세대들을 중심으로 아직도 둔감한 사람이 많다. "애들이 싸우면서 크는 거지", "애들 싸움에 어른들이 왜 끼어드냐"는 반응들이다. 일제시대ㆍ6.25 한국전쟁 등 보기 드문 엄혹한 시절과 군사 독재 잔재가 남아있던 시절, 사회 전체에 폭력이 일상화·만성화됐었다. 2000년대까지도 학교에서 교사들의 회초리는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지금은 교권 침해도 심하지만, 당시엔 교사가 학생에게 수십차례의 '싸대기', 몽둥이ㆍ발차기 세례를 퍼부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런 폭력은 한국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상처를 남겼다. 높은 자살률, 대를 잇는 가정 폭력, 만연한 정신질환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의 경험만을 토대로 둔감하게 반응할 게 아니라는 얘기다.


[과학을읽다]'학폭'이 진짜 나쁜 과학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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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최근 한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왜 학폭이 나쁜지, 철저히 예방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부모의 학대, 따돌림, 학교 폭력 등 성인이 되기 전 어린 시절 받은 스트레스가 실제 인간의 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동물 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그동안에도 생애 초기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장 후 편집증, 우울증, 약물중독, 반사회적 행동 등 인격장애로 이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유전자 변화 여부에 대한 연구가 중심이었고 실제 피해자의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세종ㆍ최재용 박사 등 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팀은 생쥐를 상대로 스트레스를 준 후 방사성의약품을 주입해 신경전달물질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생쥐 6마리에겐 생후 2일부터 하루 4시간씩 12일간 어미로부터 떼어내 모성 분리 스트레스를 줬다. 또 다른 6마리에게는 같은 기간ㆍ시간 동안 원통형 플라스틱 케이지에 가둬 복합스트레스를 받도록 했다. 이후 생쥐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 가바, 세로토닌 등의 상태를 조사했다. 방사성물질을 주사해 살아 있는 생명체 안에서 생리학적ㆍ생화학적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PET)이 동원됐다.


이 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쥐들은 정상쥐에 비해 신경전달물질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것이 확인됐다. 생후 2일 후 모성 분리 스트레스를 받은 생쥐들은 방사성의약품 흡수율이 정상쥐에 비교해 흥분을 조절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는 암컷 19∼27%ㆍ수컷 7∼12%씩 흡수율이 낮았다. 학습과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는 암컷 11∼16%ㆍ수컷 7∼15%,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은 암컷 19∼28%ㆍ수컷 7∼11%로 모두 낮게 나타났다.

[과학을읽다]'학폭'이 진짜 나쁜 과학적 이유 □ 정상그룹, 모성분리 그룹, 복합스트레스 그룹을 대상으로 글루타메이트, 가바, 세로토닌계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방사성의약품을 주사한 후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PET)을 시행한 결과, 모성분리그룹, 복합스트레스 그룹 모두 정상쥐와 비교해 낮은 가바, 글루타메이트, 세로토닌의 신경 PET 섭취 양상을 보였고 이러한 양상을 스트레스 강도와 비례했다. □ 암컷의 경우, 수컷과 비교해 흥분성 신경 전달물질인 가바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억제성 신경 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계 및 기분과 관련된 세로토닌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뇌 섭취를 보였다. * 방사성의약품이 흡수된 부분은 붉은 색으로 나타남 <그림제공=한국원자력의학원>

특히 스트레스 강도가 높을수록 더 손상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성 분리 스트레스와 보정 스트레스를 모두 받은 경우, 즉 어미 쥐와 분리돼 생후 20일 된 쥐를 하루 4시간씩 6일간 아크릴 케이지에 움직일 수 없도록 보정한 후 정상쥐와 방사성의약품 흡수율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가바는 암컷 31∼38%ㆍ수컷 31∼37%, 글루타메이트는 암컷 24∼29%ㆍ수컷 13∼22%, 세로토닌은 암컷 27∼35%ㆍ수컷 11∼19%씩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암컷이 수컷에 비해 학습ㆍ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글루타메이트, 감정 조절 세로토닌의 손상이 큰 것으로 나타나 스트레스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신경계에서는 흥분성, 억제성 신경세포가 서로 다양한 회로를 만들고 회로 활성에 밸런스를 이뤄, 인지, 사고, 행동 등의 정상적 기능을 유도한다. 이러한 흥분성ㆍ억제성 신경 활성의 밸런스 조절에 문제가 생기면 다양한 신경 질환이 발생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생애 초기 스트레스에 의한 흥분성ㆍ억제성 신경 활성의 기능적 차이 기전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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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유아ㆍ아동기에 스트레스를 받은 암컷 쥐의 경우 글루타메이트 및 세로토닌 신경전달물질의 심각한 손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면서 "유아기 트라우마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성인기 정신질환에 대한 원인 규명에 발판을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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