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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천우희, 평범함 속 비범한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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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나미役
휴대전화 의존도 높은 현실 반영…공포↑
주체적 인물, 소외된 이들 목소리에 관심

쫓고 쫓기고, 뛰고 구르고 떨어지고. 배우 천우희(35)가 극한에 치달을수록 작품이 산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단단하다. 현실에 발붙인 보편적 인물을 서사 있는 얼굴로 설득해내서다. 이는 믿고 보는 신뢰의 동력인 동시에 극의 재미와 메시지를 탁월한 연기로 증명하는 천우희의 힘이다.


천우희는 지난 17일 공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휴대전화를 분실한 후 일상이 흔들리는 나미로 분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현실적이라서 더 공포로 다가왔고, 접근하기 편했다. 세 인물의 구도가 흥미로웠고 스릴러 장르의 긴장감, 반전에 충실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SNS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통로
[인터뷰]천우희, 평범함 속 비범한 순간들 배우 천우희[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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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평범한 회사원이 스마트폰 분실 이후 해킹으로 인해 일상을 위협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에서 2018년 동명 영화로 만들어진 동명 소설을 김태준 감독이 각색했으며, 배우 임시완·천우희·김희원 등이 출연한다.


영화는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날로 높아지는 현실을 반영한다. 가장 가까운 눈과 귀가 된 스마트폰이 나의 모든 것을 감시하고 있다는 설정을 차별된 스릴러 장르로 그렸다. 일반 영화에서는 흔히 쓰지 않는 렌즈와 장비를 활용한 연출도 돋보인다. 천우희는 휴대전화를 분실하면서 하루아침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과 메신저까지 모두 해킹을 당하는 피해자 나미로 분한다.


천우희는 "나미는 나약해 보이지만 강인하고, 생활감 있는 캐릭터지만 극단적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입체적이고 다양한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깨달은 나미는 경찰에 의지하지 않고 범인과 맞선다. 끝까지 가해자에게 범죄의 대가를 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그 방식이 타 콘텐츠와 달리 주체적으로 묘사돼 차별된다.


"나미는 나 같고, 또 내 친구 같은 보편적인 인물이죠. 평범하면서 입체적으로 만들었어요. 다른 길로 새버리면 시청자가 길을 잃을 수도 있다고 봤고요. 작품의 안내자로서 시청자를 잘 인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미는 무방비 상태에서 피해를 보지만, 각성한 후 해결하려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 시대 살아가는 독립적인 모습들이 또래의 공감을 얻는다고 봤죠. 극 초반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열심히 사는 명랑한 사람으로 비치는데, 일상적인 모습에 제 모습을 녹이려고 노력했습니다."


SNS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봤다. 천우희는 "스마트폰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늘 쓰는 애플리케이션만 사용하지만, 일상을 더 편리하고 용이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표현이 중요한 시대다. 뭘 먹고, 어디에 가는지 나를 말해준다. SNS를 통해 보이는 모습이 쌓여서 내가 되는 게 아닐까. 나쁘다, 좋다로 정의하고 싶진 않다. 취향이 중요해진 시대에서 개인 일이 필요나 성향에 따라 선택할 뿐"이라고 바라봤다.


[인터뷰]천우희, 평범함 속 비범한 순간들 [사진제공=넷플릭스]

나미가 잠든 사이, 범인은 해킹한 휴대전화로 메신저에 메시지를 남기고 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만행을 저지른다. 천우희는 이를 극 중 가장 무서운 장면으로 꼽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말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억울할 텐데, 온라인상에서 내가 하지도 않은 말로 인해 매장당하다니, 무서웠어요.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이잖아요. 온라인에서 지구 반대편 사람과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고 소통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지만, 악의를 가진다면 얼마든지 고리를 끊을 수도 있다는 게 섬뜩했어요. 어느 날 메일로 누군가 해킹 접근 시도를 하고 있다는 알림을 받은 적이 있는데 불쾌하고 무서웠어요. 어디까지 허용하면서 스마트폰을 써야 할지 고민도 됐죠."


*아래 내용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천우희는 영화를 촬영하며 꼭 지키고 싶은 장면이 있었다고 했다. 극 후반부 나미가 총을 드는 장면이다. 촬영 내내 반드시 그려져야 한다고 어필한 건, 극이 품은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고 봐서다.


"엔딩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김태준 감독님과 총 장면만큼은 지켜내자고 했죠. 구원만큼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게 작품과 결이 맞고, 엔딩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형사한테 '저 평생 지켜줄 수 있으세요?'라고 묻는 나미의 대사처럼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게 맞다고 봤어요. 그래서 촬영 내내 '절대 포기 못 해요. 총으로 꼭 쏠 거예요!' 말하고 다녔어요.(웃음)"


"OTT 편리한 특권이지만, 극장 영화는 영원할 것"
[인터뷰]천우희, 평범함 속 비범한 순간들 배우 천우희[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써니'(2011) '한공주'(2014)에서 드러낸 강렬한 얼굴을 잊지 못한다. 천우희는 단단한 연기로 관객을 단숨에 설득했다. '카트'(2014) '곡성'(2016) '우상'(2019) '버티고'(2019) '앵커'(2022) 등 다양한 작품에서 신뢰를 쌓았다. 그는 익숙한 공간 속 새로운 얼굴, 평범한 얼굴 속 비범한 순간들을 세밀하게 파고든다.


"모든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고 좋은 평가를 받고 사랑받는 것도 기분 좋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그저 작품에서 내 역량을 다하는 것. 제 몫을 다 하는 게 본분이죠. 결국 어떤 이야기인지가 중요하지만, 설득력 있게 연기하느냐도 중요하겠죠. 그 전에 내가 설득당해야 연기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선택할 땐 내 마음이 동요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연기로 납득시켜야죠."


천우희는 쉽지 않은 작품을 많이 했다. 무거운 사회 문제를 조명하고 이를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에 꽤 출연해왔다. 그는 "언젠가 '나는 왜 이렇게 힘든 작품을 많이 했을까' 스스로 궁금할 때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고 싶었다. '이런 삶도 있어요' 조명하는 것도 있다. 이야기의 크기를 떠나서 소외된 삶,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 천우희는 극도로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희원은 "천우희와 평소에는 잘 어울리다가도 현장에서는 말을 못 붙였다. 배역과 작품에 엄청나게 몰입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배우"라고 말했다. 매 장면 똑같은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는 까닭이다.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요. 어느 순간 감정은 휘발되고 결과만 남죠. 느끼기 전으로 되돌리는 작업은 쉽지 않아요. 그럴 땐 이 공간이 실제라고 믿어버려요. 인물을 탄탄하게 구축하면 그냥 믿어버리면 되는 거죠. 스스로 동력을 만들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작품 전체가 중요하다고 믿어요.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장면에서 취하려고 해요."


'극장용 영화'라는 말이 생긴 2023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OTT 플랫폼은 우리 삶에 무섭게 자리 잡았다. 천우희에게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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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배우로서 영화 편수가 줄어든 건 안타깝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시네마'(영화)는 없어지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최근에 극장에서 '헤어질 결심',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을 재밌게 보면서 '이게 바로 영화지!' 느꼈다. 영화는 계속해서 우리 곁에 있겠다고 확신했다. 물론 OTT도 매력적이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한 특권이다. 그러나 영화는 본질적으로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극명하고, 없어지지 않을 거다.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만들어갈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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