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은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검은 금요일)'로, 미국 전역에서 연중 최대 규모 할인 행사가 벌어지는 날이다. 그런데 왜 하필 미국에선 매년 11월 후반기에 대형 할인 행사를 하게 된 걸까. 또 어떤 연유로 '검은 금요일'이라는 이름이 붙은 걸까.
美 교통 경찰 은어로 시작…소비 문화와 맞물려 행사일로 거듭나
미국에선 매년 11월 넷째 주 금요일, 즉 추수감사절 다음날을 블랙프라이데이라 칭한다. 정확히 언제부터 이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뉴욕타임스(NYT)가 지난해 미국 역사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1960년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 교통경찰이 처음 사용한 은어로 알려졌다.
다만 좋은 의미를 담은 말은 아니었다. 공휴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은 어김없이 노동자와 쇼핑객, 관광객, 미식축구 관람객 등이 몰려 도시가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이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아 경찰들끼리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은어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한편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과 유럽에서 전후 호황기가 시작되면서 대량 소비문화 현상이 등장했다. 20세기 중반부터 미국인은 시장이나 식료품점 대신 대형 백화점에서 대량으로 물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백화점 및 상가들은 이 같은 새로운 소비 패턴에 맞춰, 블랙프라이데이에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여 그동안 쌓인 재고를 처리할 기회로 삼았다. 이후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할인 행사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1000조원 넘게 지출하는 인류 최대 할인 행사
블랙프라이데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날이지만, 미국 소매업계의 악성 재고를 처리하고 재무 상태를 흑자로 돌릴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미국인이 이날 하루 동안 지출하는 금액은 어마어마하다. 미 전국소매연맹(National Retail Federation·NRF) 조사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연휴 미 소매업계 총매출은 9426억달러(약 128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다 보니 미국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와 소매 기업들에게도 블랙프라이데이는 불황을 타개할 기회가 된다. 매년 블랙프라이데이마다 해외 직구 사이트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세일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특별 상품 기획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오늘날 블랙프라이데이는 단순한 행사일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소매 경기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이자 경기 사이클의 한 단계로 취급받기도 한다. 통상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한해 소비재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날이며, 동시에 12월25일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쇼핑 계절'의 초입이다. 만일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소매 판매가 전년 대비 부진하다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소매업 경기 부진이 시작될 것으로 점칠 수 있는 것이다.
해외서도 광군제·박싱 데이 등 유사 행사로 내수진작
다른 나라에도 블랙프라이데이와 유사한 기념일이 있다. 중국은 매년 11월11일을 '광군제'로 기념한다. 이날은 연인이 없는 사람들을 기념하는 날이었는데, 2000년대부터 알리바바, 타오바오 등 온라인 쇼핑몰이 특가 할인 행사를 열면서 현재는 중국 연중 최대 쇼핑 기념일로 거듭났다.
영국 등 유럽에서는 성탄절 다음날을 '박싱 데이(Boxing day)'로 기념하며 연말 할인 행사가 집중된다. 한국은 2015년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매년 11월 첫 2주 동안 열고 있다. 이 행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메르스 유행으로 상가가 큰 타격을 입자, 소비 진작 차원에서 민·관 합동으로 기획한 것이다. 올해도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열렸다.
신범수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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