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평형(84㎡) 분양가 10억원
서울 중심 '쿼드러플 숲세권' 장점
교통·학군보다 큰 물음표는 분양가
◎물건정보 :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 / 일반분양 409가구(특별공급 121가구) / 평형 전용면적 49㎡·59㎡·75㎡·84㎡, 분양가 7억~9억원 후반
3호선 홍제역 1번 출구 앞에 섰다. 지도 앱을 켜서 공사현장 주출입문이 있는 지점을 도착지로 찍었다. 퇴근 후 내집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걸었다.
최단경로 안내를 따랐는데, 처음 마주치는 풍경들은 다소 어수선했다. 좁은 골목길 양옆으로는 개업 수십년이 된 듯한 각종 상점, 오래된 빌라들이 늘어서 있었다. 곧이어 눈앞에 나타난 내부순환로는 여느 고가도로처럼 거칠고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6~7분 정도 걷고 나서는 각종 소음이 줄어들고 주변도 덜 복잡해졌다. 홍제천을 따라 죽 이어진 길이었다. 내내 평지라 걷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횡단보도는 4번 건넜다. 목적지까지 딱 19분이 걸렸다.
주변시세, 학군, 편의시설 등에 대해선 사전조사를 해서 알아둔 상태였다. 넉넉하게 걸어서 23분은 걸린다고 보면 좋겠다. 이걸 감안하고 걸어온 길을 뒤돌아봤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의문이었다. "이게 10억원이라고요?"
서울 서대문구 홍은13구역을 재개발해 곧 분양을 앞둔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의 분양가는 3.3㎡당 2910만원으로 책정됐다. 84㎡ 기준 9억원 후반대다. 옵션 등 각종 제반비용을 고려하면 10억원대도 바라본다. 바로 옆 단지인 북한산두산위브1차 84㎡는 4월 9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가 거의 없다.
인근에 홍은초등학교와 홍제초등학교, 인왕중학교가 있다. 일반적으로 우수한 학군지로는 분류되지 않는 편이다. 주요 편의시설로는 NC백화점 불광점, 은평성모병원이 있긴 한데 각각 지하철로 2정거장, 5정거장 떨어져 있다.
발파음이 수시로 울리는 공사장 현장 주변을 둘러봤다. 북한산 자락을 배후로 둔 만큼, 단지는 다소 경사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조감도 상으로도 경사가 뚜렷한 편이다. 단지가 후방 쪽에 있는 곳이라면 걷는 수고로움이 꽤 클 것 같았다.
동네 공인중개업소를 돌아다녔다. 분양가가 다소 높다는 의견은 대체로 일치했지만, 그래도 완판에는 걱정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가장 큰 자부심은 자연환경이었다. 단지 뒤로는 북한산 자락, 앞으로는 인왕산이 있다. 서쪽으로는 안산과 백련산도 자리하고 있다. '쿼드러플 숲세권'인 셈이다. 주말 나들이, 가벼운 등산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라 볼 수 있다. 정비된 홍제천도 주민들의 주요한 산책로이자 휴식터다. 단지 바로 맞은 편에 있는 포방터 시장은 동네 주민들만 이용하던 곳이었지만, 최근에 젊은 세대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소음 또는 교통 불편을 유발하는 유흥·여가시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입지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광화문에서 반경 5km 안에 있는 서울 한복판이라는 것이다. 광화문으로 이동하기 위해 대중교통이든 자동차든 아주 편리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물리적인 위치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편한 교통을 해소할 호재도 기다리고 있다. 강북 횡단선이다. '간호대역(서울여자간호대)'이 현재로선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사업이 확정될 경우 '3분 역세권'이 현실화된다.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는 정비면적 3만6000㎡에 지하3층~최고 15층, △12개 동, 총 827가구(임대 141가구 포함)의 중형 단지로 조성된다. 409가구가 일반 분양 예정이다. 평형은 49㎡(7가구), 59㎡(238가구), 75㎡(23가구), 84㎡(141가구)로 구성됐다. 조합원 대부분이 59㎡ 형을 택했고 일반 분양 물량도 많아 로얄층·동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특별공급를 노리는 수요자에게도 기회의 문이 넓다. 특공만 121가구다. 기관추천 24가구, 다자녀 24가구, 신혼부부 50가구, 노부모부양자 7가구이고 생애최초 16가구다. 2021년 7월 착공에 들어갔고 입주는 2024년 11월 예정이다. 홍은 8, 8-1구역, 15구역, 법원단지 등 주변으로는 재개발이 활발한 편이다. 사업 추진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거주환경의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종합해보면, 교통·교육·편의시설이 중요하지 않고, 조용하고 편안한 환경·서울 거주가 우선시 되는 수요자라면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는 최적의 장소 중 하나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여러 장·단점을 따지고 살펴보다보면, 결국은 분양가의 문제로 돌아온다. 강북 국민평형(84㎡)에 사실상 10억원 분양가. 청약시장 열기가 차갑게 식어가는 상황에서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악성 미분양을 처리하는 방식인 선착순 분양도 이제 서울에서 이뤄지는 판이다.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의 경쟁률은 향후 분양시장의 향배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로도 주목된다. 여러 논란 끝에 분양 대박을 터뜨린다면 '강북 국민평형 10억 시대'를 못 박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분양시장 침체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강북 국민평형 10억 시대'는 부동산 호황기의 정점이자, 당분간 넘보기 힘든 고지로 남을 수 있겠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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