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협 개최 경영연수…CEO 1000여명 결집
내년부터 30인미만 사업장 주 52시간 적용
'여성경제인 DESK'서 사업 고충 상담 150여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정모 대표는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를 비껴가기 위해 프로그램 개발은 프리랜서와 단기 계약직 근로자에게 맡기고 있다. 정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상에 '이런 업무를 할 사람을 구한다'는 식으로 공고를 올리면 프리랜서들의 지원이 쇄도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적절히 배분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일하면 한 사람이 3~5시간이면 끝낼 수 있는 업무라고 했다.
정 대표 사업체의 직원 수는 20여명이지만 개발 인력은 정식 채용하지 않고 대부분 이렇게 아웃소싱한다. 그는 "중소기업이라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정직원 채용보다 단시간 근로자를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정부 정책에 맞춰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어려워진다"며 "마침 '긱 경제'가 유행하면서 시장의 수요와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이것은 정 대표가 나름대로 찾은 주 52시간제에 대한 해법이다. 정보통신 설비 설치·유지 공사를 주업으로 하고 있는 최모 대표는 "건축 공정에 맞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평일, 휴일 가릴 수가 없다"며 "영세 사업자들은 현실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에서 전세버스 업체를 운영하는 정수연 대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으로 길게는 12시간 넘게 운전해야 하는 관광버스 기사의 경우 주 52시간을 준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인들은 상시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 허용되고 있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항구화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노사가 합의하면 주 60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 방침에 따라 30명 미만 기업에 올해 12월 말까지 적용된다. 내년 1월부터는 소기업도 주 52시간제를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들 3명의 여성기업인을 만난 건 26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울산에서 개최한 '여성CEO 경영연수'에서다. 이날 1000여명에 달하는 여성 기업인들이 모여 네트워킹을 쌓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행사장 한쪽에선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인들에게 무료 컨설팅을 해주는 '여성경제인 DESK'가 운영됐다. 이날 자금, 판로, 인사노무 등 각종 경영 문제를 전문가와 상담한 사례만 150여건이 넘었다.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여성기업은 약 295만개로 전체 중소기업의 40%가 넘지만 매출액 비중은 18.7%, 종사자는 28.3%에 그쳤다. 대부분 규모가 영세한 소상공인, 소기업이기 때문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될 경우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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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만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전문위원은 "'주 52시간제를 완화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이 접수될 만큼 최근 기업인들 사이에선 근로시간 제도가 관심사항"이라며 "업종, 규모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특별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울산=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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