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미국의 한 미술대회에서 인공지능(AI)이 그린 작품이 1위를 차지해 논란이다. 예술계와 누리꾼 사이에선 '사람이 한 번도 붓질을 하지 않은 그림은 예술 작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과 '기술을 활용한 그림도 예술적 가치가 있다'는 입장이 대립한다.
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게임 기획자인 제이슨 M. 앨런의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이 디지털아트 부문 1위에 올랐다.
이 작품은 AI 이미지 생성기인 미드저니(Midjourney)로 만들어졌다. 미드저니는 텍스트로 된 명령어를 입력하면 이미지로 바꿔주는 AI 프로그램이다. 앨런은 이러한 방법으로 만든 작품 중 3개를 골라 대회에 제출했고, 이 중 하나가 1위를 했다.
미술대회 관계자는 대회 규정에 따라 창작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편집 등의 예술 행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앨런은 "미드저니를 시험해보다가 AI가 생성한 사실적인 이미지에 매료됐다"며 "사람들에게 이런 예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대회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 사이에선 앨런의 작품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사람이 아닌 AI가 생성한 그림을 예술 작품으로 볼 수 있는 지가 주요 쟁점이 됐다. 일부 누리꾼은 "충분히 예술적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기술을 활용한 그림도 예술적 가치가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창작자가 단 한 번도 붓질을 하지 않은 작품이 1위를 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예술가는 "AI가 그린 그림으로 우승한 것은 명백한 부정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앨런은 작품에 '미드저니를 거친 제이슨 M. 앨런'이라고 명시해 두었다며 항변했다. 대회에 작품을 제출할 때 AI로 작품을 생성했다는 점을 밝혔기에 작품의 출처를 속이지 않아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앨런은 "내가 이겼고, 난 그 어떤 규칙도 어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술을 증오하기보다는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잘 활용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텍스트 기반의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은 앞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는 오픈AI가 제공하는 달리2(DALL-E 2)와 구글의 이매진(Imagen)이 있다. 특히 AI가 기술 분야를 넘어 창의적 분야에서도 활용되며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의 관심을 끄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미지 생성 AI의 활약으로 직업 중 일러스트레이터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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