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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잘못 없는데 '원숭이두창'?…질병명에 학대 위기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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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서 독극물 공격…원숭이 10마리 중 7마리는 숨져
'원숭이두창' 확산하며 '감염공포'도 증가

원숭이 잘못 없는데 '원숭이두창'?…질병명에 학대 위기 몰려 최근 브라질에서 원숭이두창이 확산하면서 원숭이를 향한 폭력이 늘고 있다./사진=브라질 매체 G1 보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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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남미에서 원숭이두창 확산세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원숭이를 독살하거나 돌을 던져 공격하는 등 학대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이 원숭이 때문이라는 오해가 번지면서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인데, 앞서 이같은 상황을 우려한 세계보건기구(WHO)는 특정 지역이나 사람, 동물의 이름을 새 전염병 한해 포함하지 않는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숭이두창은 이미 전염병 이름이 확립돼있어 이 권고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브라질 현지 매체 G1에 따르면 상파울루주 상조제두히우프레투의 숲에서 지난 3일부터 지금까지 최소 10마리의 원숭이가 공격을 당했다. 이 중 7마리는 숨졌고, 나머지는 치료를 받고 있다. 현지 수의사는 어떤 물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원숭이들이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숲 속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현재 사망한 원숭이들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매체는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 야생동물 당국 관계자는 "원숭이를 노린 공격이 브라질 다른 곳에서도 보고됐다"며 "이 질병에 대한 정보가 알려진 후 원숭이에 대한 공격이 늘었다"고 말했다.


브라질 당국은 원숭이두창 확산 공포가 원숭이 대한 폭력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원숭이두창 확산세가 브라질 내 급증하면서 원숭이두창이 전염병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불안도 커졌고, 학대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원숭이두창은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3만580명 이상의 감염사례가 보고됐으며 12명이 사망했다. 브라질의 경우 감염 1700건, 사망은 1건이다.


하지만 원숭이는 브라질 내의 원숭이두창 확산과 무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오 프레토 의과대학 바이러스학자인 마우리시오 라세르다는 "브라질, 유럽, 미국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다른 사람들과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사람들"이라며 "브라질에서는 원숭이에게서 원숭이두창이 돌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원숭이 잘못 없는데 '원숭이두창'?…질병명에 학대 위기 몰려 최근 브라질에서 원숭이두창이 확산하면서 원숭이를 향한 폭력이 늘고 있다./사진=브라질 매체 G1 보도화면 캡처.


원숭이두창은 1958년 덴마크의 실험용 원숭이에서 수두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서 붙게 된 이름이다. 사람 감염은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보고됐으며,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으로 자리 잡았다. 원숭이두창은 지난 5월부터 다시 확산했는데 유럽을 시작으로 북미, 중남미 등에서도 퍼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원숭이두창은 모두 인간이 인간에게 옮긴 사례들이다. 전염병의 명칭은 원숭이두창이지만, 원숭이하고는 관련이 없는 이유다.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도 9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원숭이는 원숭이두창의 주 전파자가 아니며, 현재의 유행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 간 전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심을 가져야지, 동물을 공격해선 안 된다"며 "사람이나 동물에 대한 낙인은 유행을 더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WHO는 새로운 전염병의 이름을 지을 때 특정 지역이나 사람, 동물 이름을 병명에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당시 WHO는 "'돼지 독감'과 '중동 호흡기 증후군'과 같은 이름의 사용은 특정 지역 사회나 경제 부문에 낙인을 찍음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사소한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질병 이름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특정 질병 이름이 특정 종교 또는 민족 공동체의 구성원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여행, 상업 및 무역에 대한 부당한 장벽을 만들고, 식용 동물의 불필요한 도축을 유발하는 것을 보아왔다"며 "이것은 사람들의 삶과 생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새 전염병의 이름이 특정 지역으로 사용됐다가 바뀐 사례도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초기 '우한 폐렴'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으나 WHO의 권고로 COVID-19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라는 이름이 익숙하다고 판단, 표기는 영문 그래도 쓰기로 하고 한글로는 '코로나19'로 표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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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원숭이로부터 감염됐다는 과학적 증거가 명확히 없는 상황인데, 전염병 이름에 특정 통물이 붙으면서 사람들은 '원숭이한테 옮는구나'하고 인식할 수 밖에 없다"며 "이렇다 보니 화풀이할 대상이 원숭이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학대를 막기 위해선 특히 인수공통전염병의 이름을 짓는 것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원숭이두창의 경우도 최근 유행 상황을 반영해 새로운 이름 짓는 등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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