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문 기간 중 원유 증산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우디 실세로 알려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오히려 서방주도의 친환경 정책이 에너지 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원유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파르한 외무장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시장 상황을 평가해 적절한 생산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순방 전부터 사우디와 중동국가들에 대한 증산요청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왔다. 특히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석유 증산 여력이 남아있는 산유국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정작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물가 폭등의 원인을 서방 주도의 친환경 정책 탓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GCC회의에 참석한 빈살만 왕세자는 회의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비현실적인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며 "실업률을 높이고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우디는 이미 최대 생산 능력치인 하루 1300만 배럴까지 증산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를 넘어서는 추가 생산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코자 했던 이스라엘과 사우디 관계 정상화, 연합 방공망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파르한 외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에서 이스라엘과 '연합 방위'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에서 출발한 항공기에 대해 사우디 영공 통과를 허용한 것과 관련해서도 파르한 장관은 "외교관계와 상관없는 조치"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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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당국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이스라엘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포함해 모든 민항기가 자국 영공을 통과해 비행할 수 있게 했다. 그간 사우디를 위시한 중동의 이슬람권 국가 대부분은 이스라엘의 국체를 인정하지 않아 이스라엘에서 출발한 항공기의 영공 통과를 금지해 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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