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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난감 재택근무①]근태관리의 함정…직원들은 "감시", 회사는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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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 재택·유연 근무 일상화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오른 ‘근태관리’
노동자 측 "근태를 이유로 사적 공간을 관리, 감독하는 행태는 엄연한 사생활 침해"
사측 "직원의 실시간 피드백은 굉장히 중요해"

[대략난감 재택근무①]근태관리의 함정…직원들은 "감시", 회사는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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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재택 근무는 임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제도인 만큼 회사가 근태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도입, 평가할 필요가 있다."


"재택 근무를 한다 해도 엄연히 집은 사적 공간, 근태를 이유로 사적 공간을 관리, 감독하는 행태는 엄연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IT 업계에 재택·유연 근무가 일상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종전 임직원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 평가 기준이었던 ‘근태관리’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집이 곧 일터가 되며 공적, 사적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자 최소한의 근태 관리를 하겠다고 나선 기업들에 회사가 사적 영역까지 개입하려 한다는 직원들간의 갈등이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다.


근태 관리가 싫다면 회사로 출근하면 된다는 회사측 입장을 편드는 이들은 대부분 관리자다. 재택 근무중인 직원들은 생각이 정 반대다. 재택과 유연 근무를 일상화 한 만큼 회사서 개인별 근무 성과와 생산성만 갖고 평가해야지 의미 없는 근태 관리를 놓고 따지는 것은 제도만 바꿔 놓고 운용은 종전처럼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기사] '대략난감 재택근무'


감시와 관리 그 사이

네이버와 카카오, SK텔레콤 등 국내 대표 IT기업을 필두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기업이 속속 늘고 있다. 엔데믹에 따른 근무 형태 변화의 바람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매출 100대 기업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재택근무현황’을 조사한 결과에선 전체의 72.7%가 현재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가운데 ‘근태관리’가 기업들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특히 직원들 입장에서 가장 많이 불편을 느끼는 부분은 기업들의 ‘감시’다.


굴지의 대기업 카카오조차도 재택근무 도입 과정에서 직원 감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카카오는 지난 5월 30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메타버스 근무제’ 도입을 발표했다. 음성채널(디스코드)에 실시간 연결하는 방식으로 주 4일 진행하고 나머지 하루는 대면 회의를 진행하는 게 골자다. 카카오는 음성채널에 실시간으로 연결돼 동료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는 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과거 판옵티콘(소수의 감시자로 다수의 죄수를 관리하기 위해 고안된 원형 감옥)의 특성을 가진 근무제도라는 비판이다. 특히 음성채널에 접속해 8시간 동안 스피커를 켜 놓거나 골전도 이어폰을 착용해야 하는 방식은 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카카오는 지난 6월 8일 사내 공지를 통해 메타버스 근무제의 근무 방식인 음성채널 연결과 주1회 오프라인 회의를 ‘의무’에서 ‘권장’으로 바꿨다. 집중근무시간(코어타임)도 1시간 단축했다. 기존 집중근무시간은 오후 1시부터 5시였지만 제도 수정 이후 오후 2시부터 5시로 변경됐다.


메신저 대답 안하자 "어디서 놀다 왔냐"

카카오는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제도를 바꾼 케이스이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재택근무 근태관리에 대한 노사간 갈등이 여전하다. 사내 협업툴이나 메신저의 접속 상태를 통해 직원이 근무 중인지를 수시로 확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국내 한 스타트업에 다니는 A씨는 "메신저 접속 여부 표시를 통해 점심시간이나 퇴근 시간마다 근무체크를 당한다"며 "메신저 응답이 조금이라도 늦기라도 하면 ‘어디서 놀고 온 것 아니냐’는 구박을 듣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근태관리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기업의 사적 영역 간섭은 또 다른 형태의 ‘갑질’을 파생시키기도 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2020년 7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530명 중 12.2%가 회상회의 시 외모 및 복장 지적을 당했다고 응답한 바 있다. 2%는 성희롱 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에 다니는 C씨는 "화상회의 시 비춰지는 방 안 배경을 두고 상사가 왜 저렇게 꾸며놨냐며 간섭하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이럴거면 차라리 회사로 출근하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같은 불만에도 각 기업 경영진은 최소한의 근태 관리를 통해 직원의 근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재택근무 시 근로 태도를 확인할 길이 없는 상태에선 직원의 실시간 피드백은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며 "최소한의 근태 통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업무의 효율성과 지속성, 부서간 협업력 등 조직 생산성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I업계 "초단위 근태 관리 가능하지만"

국내 주요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수년전부터 빠르게는 재택근무, 멀게는 메타버스 근무 환경을 내다 보고 근태 관리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현 기술로는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외부에서 PC나 태블릿, 스마트폰을 활용해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초단위로 근태 관리까지 가능하다.


대기업 SI 계열사인 A사의 경우 노트북에 내장된 카메라와 애플리케이션, 웹브라우저 사용 기록을 종합 평가해 전체 근무 시간에서 집중 근무시간을 가려내는 기술까지 개발해 놓았지만 평가 단계에서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에 상용화를 포기했다. 경영진 입장서는 재택 근무를 위한 최적의 솔루션이지만 직원들 입장서는 말 그대로 감옥이 따로 없다.


재택 근무가 개별 생산성은 높일 수 있지만 팀 또는 부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데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근무시간에 진행한 회의 준비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대면을 통해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업무 지시 등이 메신저, 이메일 확인이 늦어 차례로 업무 진행이 밀리는 일도 잦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근태 문제는 더욱 논란이 된다. 잔소리라도 한번 하면 바로 ‘꼰대’ 소리를 듣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자주 못 보다 보니 스킨십이 부족한 것 같아 부하직원들에게 메신저로 자주 업무 외 화제를 얘기했더니 블라인드에 ‘메신저로 괴롭히는 팀장’이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국내 한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D 팀장은 "회사에서 팀장 재량으로 재택 근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시했는데 팀마다 제각기 성격과 업무 방식이 달라 도입이 쉽지 않다"며 "재택 근무 대신 다 같이 출근하자면 ‘꼰대’ 소리를 듣고 재택 근무를 할 경우 업무 진도가 늦어지다 보니 차라리 다 같이 출근했을 때가 낳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해결책은 "노사간 상호 신뢰 높여야"

노동 당국은 이러한 갈등 구조를 어떻게 볼까.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이었던 2020년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을 내놓으면서 재택근무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회사와 재택근무자 간의 상호 신뢰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통제 기반’의 시스템을 ‘자율 기반’의 시스템으로 전환해 나가야한다는 게 고용부 측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팀리더의 입장에서는 대면 접촉이 줄어서 답답한 마음을 과도한 온라인 상 접속으로 충족시키고 싶어한다"라면서 "그러나 지나친 개입과 통제는 작업을 방해하고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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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는 각 기업이 업무시간의 양을 중시했던 전통적인 근태관리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업무성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라면서 "성과관리부서나 팀의 리더는 성과관리와 평가에 있어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팀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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