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가부 현재 틀 폐기되는 것 필요" 재확인
與 "폐지 주장하면서 장관 되려 나온 것 코미디" 맹공
전문가 "정부조직 개편,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김현숙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여가부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여가부의 권한과 역할, 기능은 유지해야 한다고 답하는 등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 여성 정책과 관련한 윤석열 정부의 모순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윤석열)대통령님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동의한다"며 "실제로 여성가족부로 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느낀 건 업무가 굉장히 분절적이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너무 없어서 일종의 세컨더리(부차적) 역할을 한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부처에 기능을 다 이관하는 게 아니라 통합, 정리를 하고 일원화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면서도 분산된 부처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여가부가)뭔가 주도적으로 하고 싶을 때 예산도 부족하고, 권한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예산·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주장대로라면 여가부 기능을 강화해야지, 왜 폐지해야 하냐고 질타했다. 강선우 의원은 "후보자가 말하는 걸 보면 여가부에 깊이를 더하고 보완해서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뜻 같다. 우리가 이런 걸 추구할 때 '폐지한다'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권인숙 의원도 "기능이 불충분하면 폐지가 아니라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면 되는 것 아닌가. 보완하면 되는 건데 굳이 폐지를 전제하면서 내용을 하나도 메우지 못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 동의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예' '아니오'로 답하라며 집요하게 추궁했지만 김 후보자는 "우리나라 성별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크며, 유리천장 지수는 최하위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대통령 발언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가부 장관 하겠다는 사람이 여가부 폐지에 동의하고 장관 해보겠다고 앉아있는 것은 난센스",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하면서 장관 후보자로 임명해 달라고 인사청문회에 출석하는 코미디가 어디 있느냐"며 성토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말씀드렸다시피 여가부의 현재 틀은 폐기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권 의원 질문에 김 후보자는 "그건 국회의 몫이기 때문에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던 것에 비해선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권 의원은 "(그렇다면)폐지 의견은 무엇을 근거로 가지는 거냐. 앞으로 어떻게 할지 확인하겠다, 살펴보겠다, 의견 수렴하겠다는 막연한 말만 하고 폐지를 전제로 나온 사람을 국민이 어떻게 믿느냐. 이건 직무유기"라고 쏘아붙였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여가부 폐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공언했던 것과는 달리 지난달 10일 여가부 장관 후보자를 내정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3일 발표한 새 정부 110대 국정 과제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을 제외했다. 이에 일각에선 사실상 공약 후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여론이 악화하자 윤 당선인은 여가부 폐지를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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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가부 문제와 관련해 "선거에 유리할 것 같아 공약을 발표했다가 현실적으로 정부조직법 개편이 쉽지 않아 보여 상황을 보겠다고 하는 등 이도 저도 하기 어려운 안타까운 상황이 된 것 같다"며 "정부 조직개편은 청사진을 잘 짜고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은 끝에 추진해도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다"고 지적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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