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이민우 기자] 마이데이터가 빠르게 안착하고 있지만 넉달밖에 되지 않는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킬러 콘텐츠의 부재, 무엇보다 중요한 보안 강화, 은행과 빅테크간 더욱 치열해진 경쟁 등을 꼽을 수 있다.
◆대동소이한 콘텐츠, 성장 제약 요인
현재 45개사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기본적인 자산 조회 및 금융상품 추천 등 기초적인 자산 관리, 일정 알림 등으로 구성돼 있다.
평소 핀테크 등에 관심이 많았던 회사원 A씨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가입했다. 마이데이터 이전에도 자산관리 앱 등을 사용했던 A씨는 마이데이터가 이전에 사용하던 앱과 별반 차이가 없음에 실망했다. 건강검진 데이터나 세금 납부 내역 등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직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그 단계까지 진전되지 못한 상태였다. 특히 그를 실망시킨 것은 다른 마이데이터는 다를까 싶어 여러 곳의 서비스를 이용해봤지만 모두 비슷했다는 점이었다. 그를 사로잡을만한 콘텐츠를 발견하지 못한 A씨는 그냥 주거래은행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처럼 국내 마이데이터 사업이 금융정보 취합·분석과 맞춤형 상품 추천 위주로 이뤄지고 있을 뿐 글로벌 은행과 같은 실시간 고객응대, 금융행동 예측 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새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은행들에서는 바로 앱에서 구독서비스 해지, 사후 서비스, 향후 예상되는 지출 알림, 위치기반 신용카드 혜택 알림 등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데 국내 마이데이터는 이런 부분은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향후 유통, 통신, 보건·의료 등 산업으로 확장될 경우 데이터의 활용은 폭발적으로 증대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고객의 수요를 적시에 발굴하고 과거와 차별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금융시장의 판도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 부원장은 "데이터 규모, 인공지능(AI) 활용 역량 등이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금융회사와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고객중심적 접근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 수석연구원은 "국내 은행들도 글로벌 은행과 같은 다양한 초개인화 뱅킹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금융니즈까지 발굴해 실시간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래 금융행동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고도화된 AI, 데이터 사이언스 등의 디지털 금융 기술력을 확보하고 내재화하는 것이 필수요소이며 특히 금융행동 예측과 관련한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정보 제공과 보안은 필수
마이데이터가 막대한 규모의 개인 정보를 취급하는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 바로 보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 금융사에서는 애플리에이션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마이데이터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서비스 가입자 101명의 자산정보가 다른 가입자에게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정확한 정보가 나타나거나 업권간 정보 공유 미비로 필요한 정보를 받지 못하게 되면 나의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소비자의 기본 효용이 크게 저하된다"며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제공과 보안 우려 해소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 사고가 터진다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와 빅테크간 정보 힘겨루기
시중은행과 핀테크 업체 간의 정보 공유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금융 분야에서 우선 추진되다 보니 금융회사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빅테크에 금융거래와 관련된 많은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빅테크 업체들은 주문 내역과 같은 소비 데이터가 개인신용정보가 아니라는 이유로 금융회사에 제공하지 않았다. 업계간 협의를 통해 일부 제공하기로 했지만 가전·전자, 도서·문구, 패션·의류 등 항목을 묶어 제공해 마이데이터 시대의 '초개인화'에 활용하기 어려운 무의미한 정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우리는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에 세부적인 금융 활동이 담긴 개인신용정보를 다 제공하는데 그들은 이용자들의 세부 소비 정보를 주지 않고 두루뭉술한 업종별 정보만 주는 것은 명백히 불공평하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핀테크 업계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리가 핀테크 규제 강화논리로 악용되는 틀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핀테크 규제차익론은 실체가 없으며 기능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규제차익론은 오류"라며 "동일 기능, 동일 규제론은 핀테크와 기존 금융권의 공정 경쟁 논리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를 포함해 디지털 금융 전반을 혁신하기 위해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 허용,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도입 등이 골자인 전금법 개정안은 핀테크 업계의 숙원이다.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가 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했지만 핀테크와 금융회사 간 이견으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특히 마이페이먼트가 도입되면 복잡한 은행 중개 과정이 사라지고 고객 계좌간 바로 자금 이동이 가능해져 금융사, 특히 은행에서 가장 경계하고 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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