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유아용 이유식 생산액
2016년 415억→2020년 890억
4년 만에 두 배 이상 시장규모 커져
맞벌이 부부 늘면서 수요 확대
[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직접 해먹이지 못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마음에 걸리고 미안하지만 아이가 몇 달째 거부반응 없이 잘 먹는 모습을 보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18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직장맘 A씨는 3개월째 배달이유식을 이용하고 있다. 처음 이유식을 시작했을 때는 관련 도서 등을 찾아보며 이것저것 열심히 만들어 먹였지만 갈수록 힘에 부쳤다. 일과 육아에 힘들어하는 A씨를 지켜보던 남편이 사서 먹여볼 것을 권했고, A씨도 주변 지인들의 조언 등을 참고해 지금은 배달 이유식을 먹이고 있다.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영·유아가 먹는 간편이유식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에 따르면 국내 영·유아용 이유식 생산액은 2016년 415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556억원으로 증가하더니 2018년 662억원, 2019년 773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2020년 890억원 수준까지 늘어나며 4년 만에 두 배 이상 규모가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이유식 시장이 영·유아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간편 이유식 등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유식을 직접 만들어 먹이기 어려운 부모가 늘어난 상황에서 시판 이유식이 재료비나 조리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기존 분말이나 인스턴트 이유식에서 벗어난 수제 이유식 생산·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 이유식 시장은 대기업과 중소업체가 모두 참여해 절대강자 없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매일유업이 2016년 이유식 브랜드 ‘맘마밀’을 출시한 이후 롯데푸드 파스퇴르의 ‘아이생각’, 남양유업 ‘케어비’, 풀무원 ‘베이비밀’ 등이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며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소업체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베베쿡은 월령에 맞는 세분화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유식용 쌀가루, 사골육수 등 집에서 재료 준비 없이 직접 만들 수 있는 ‘DIY이유식’ 재료도 판매하고 있다. 짱죽도 실온에서 3개월까지 보관 가능한 실온 이유식 등을 앞세워 소비자층을 늘려가고 있다.
유·아동 인구는 줄고 있지만 아이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 트렌드가 형성되며 이유식 시장이 고급화되고 있어 관련 시장의 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이를 위해 구매하는 물건들이 전반적으로 프리미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일 건강을 따져가며 먹여야 하는 이유식 시장은 편의주의 성향이 있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부모들과 만나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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