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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운? 연패? 이게 무슨 뜻이지"…한자 어려운 한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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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 낯선 한국인들 갈수록 늘어
국민 36.3% '신문·TV 나오는 문장 잘 모른다'
정치권 일각선 "한자 의무교육 강화해야"
"쓰기 편한 한글이 더 중요" 반박도

"무운? 연패? 이게 무슨 뜻이지"…한자 어려운 한국인들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해 10월8일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한 어린이가 다양한 한글체를 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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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무운을 빈다? 운이 없길 바란다는 거 아닌가요."


한자어를 모르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말뜻을 잘못 해석하는 해프닝이 잇따라 이어지고 있다. '무운을 빌다'를 '운이 없길 바란다'로 풀이하거나, 'n연패'를 'n번 패배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등이다. 의무 교육 과정에서 한자의 비중이 축소된 데다 국민들의 관심도 점차 적어지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지적이 있다.


무운부터 양두구육까지…한자어 낯선 한국인들


일명 '무운 논란'은 지난 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한 발언에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안철수 대표를 향해 "무운을 빈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기자가 "운이 없기를 빈다고 말했다"고 잘못 해석하자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당시 네이버·구글 등 포털사이트에는 '무운'의 뜻을 물어보는 검색량이 갑자기 치솟기도 했다.


'무운을 빈다'에 쓰인 무운(武運)은 본래 '무인의 운수'를 뜻하는 단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이를 '운이 없다(無運)'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추측된다.


한자어를 잘못 해석해 벌어진 해프닝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도쿄 올림픽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여자 양궁 대표팀이 9연패를 했다'는 기사 내용을 두고 "왜 우승을 했는데 연패라고 하느냐"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패는 연속 패배(連敗)' 뿐만 아니라 '연달아 우승(連?)'이라는 뜻도 있음을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무운? 연패? 이게 무슨 뜻이지"…한자 어려운 한국인들 지난달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등장한 일명 '양두구육' 인형 / 사진=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사자성어를 몰라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20일 진행된 국회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 국정감사 당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질의를 하겠다면서 돌연 개 인형을 꺼내들었다. 이 인형은 머리에 양 그림을 붙인 모습이었는데, 송 의원은 이를 두고 "제가 대장동 부근에서 데려온 애"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훌륭해 보이지만 실속은 보잘 것 없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양두구육(羊頭狗肉·양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팔다)' 인형을 내세워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비판하려는 취지였으나, 기사 댓글에는 "갑자기 무슨 인형이냐", "저게 무슨 뜻이냐" 등 질문이 이어졌다.


국민 중 36.3% '신문에 나오는 말 의미 모르겠다'


한자어를 모르는 인구가 늘면서 말뜻을 오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영어는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반면, 한자어는 갈수록 생소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의무교육 과정에서 한자를 접할 기회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현재 초·중·고등학교 교과서는 한자 없이 한글만 표기하는 '한글전용'을 채택하고 있다. 또 지난 2000년 당시 '제7차 교육과정' 이후 한문이 필수 과목에서 빠지면서 교육 시간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한문 자체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있다. YBM에서 주관하는 실용한자평가시험인 '상무한검'은 시험 응시자가 계속 줄어들어, 최근 국가공인자격 폐지와 함께 정기시험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무운? 연패? 이게 무슨 뜻이지"…한자 어려운 한국인들 국립국어원이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된 명사의 약 80%는 한자어다. /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우리말의 상당수가 여전히 한자어로 이뤄졌다는 데 있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된 명사의 약 80%가량이 한자어다. 한자 지식이 지나치게 부족하면 의사소통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문·TV 등에 나오는 말의 의미를 몰라 곤란했다'고 답한 시민은 36.3%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같은 조사에서는 5.6%에 불과했는데, 약 5년 만에 6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문장 해석에 애를 먹는 이들 중 46.3%는 그 이유로 '수준 높고 어려운 한자어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자 교육해야" vs "편리함 더 중요" 갑론을박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자 기초 교육을 강화해 국민의 문해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민의 평등한 문자 생활'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반대하고 나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이 골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현행법에 한자 사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국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부족 등으로 인해 문장력과 사고력이 저하된다"며 "국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어휘력을 신장시키기 위함"이라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한글학회는 지난 14일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내고 "김 의원의 법안 발의문도 모두 한글로 작성됐다. 올바른 이해와 표현에 어려움이 있었나, 문장력과 사고력이 저하됐나, 세대 간 의식 차이가 심화됐나"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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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글을 쓰는 것은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편리하고 매우 자연스러운 글자생활이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의 평등한 글자생활을 불가능하게 하는 (한자병기) 법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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