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속도에 '대장동팀' 사실상 분열… 녹취록에 금품로비 정황 등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수익 배분을 설계한 것으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가 이를 증명할 녹취록을 내놓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회계사 역시 5582만원을 출자해 644억원을 쓸어 담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다. 일각에선 자산관리사인 화천대유의 주요 키맨들이 줄줄이 잠적하거나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본인이 주범으로 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정 회계사가 내놓은 녹취파일 19개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검찰이 전날 일시에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이 녹취록에서 4000억원대 배당 수익을 챙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주요 주주들의 금품 로비 정황을 확인해서다. 특히 최근 2년간 화천대유 및 천화동인 핵심 관계자와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는 속도가 붙었지만 천화동인 1~7호 인물들과 유 전 본부장 등 이른바 ‘대장동팀’ 내 분열은 시작됐다. 무엇보다 정 회계사의 경우 본인이 ‘대장동 수익 설계자’로 지목되며 주범으로까지 몰리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정 회계사는 오래 기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전문 회계사로 활동했다. 1990년대부터 부동산 개발사업 회계·세무 업무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온 인물로 특히 단순한 분양사업보다도 지주공동사업, 조합방식 등 복잡한 형태의 개발사업시행방식에서 능력을 발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계사가 대장동 사업의 수익 설계를 책임졌다는 의혹도 이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정 회계사는 지난 2011년 한 부동산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어진 자료에 따라 틀에 박힌 회계업무를 처리하는 것보다 다각도로 사업을 검토하며 사업의 전체 구도를 기획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가족들과 해외로 출국한 것도 정 회계사가 녹취록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큰 요인으로 해석된다. 정 회계사 입장에서는 남 변호사와 지난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에 함께 뛰어든 만큼 업무적으로 신뢰가 높았지만 결국 사업 수익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며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복마전을 우려해 먼저 선수를 쳤다는 얘기다.
녹취록 파장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인물들의 직접 수사로 이어지게 됐다. 이미 경찰 조사를 받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 전 본부장은 수사 1순위다. 전날 검찰이 김씨와 유 전 본부장 주변부를 가장 먼저 압수수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으로 출국했지만 남 변호사 역시 수사를 피할 수는 없다. 다만 남 변호사가 검찰 등 수사에서 책임 소재를 누구에게 넘길지는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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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정 회계사가 녹취록 제출 등 검찰 수사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더라도 책임에서 온전히 벗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에 함께 뛰어들며 시행사와 자산관리사를 맡아 운영했다. 더욱이 정 회계사는 2013년 6월 의왕 장안지구 개발사업 추진 당시 민간사업자 선정을 위한 사업계획서 심사위원에 선정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사업 역시 특수목적법인과 자산관리사를 두고 민관이 합동 개발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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