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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메르켈은 EU 통합에 기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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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헬무트 콜 총리와 함께 독일 역대 최장수 총리로 이름을 남길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오는 26일(현지시간) 총선 뒤 물러난다. 독재 국가도 아닌데 16년간이나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는 충분히 위대한 정치인의 반열에 오를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메르켈 총리와 관련해 떠오르는 이미지가 두 개 있다. 첫 번째는 마트에서 장을 보는 메르켈이다. 재임 기간 메르켈이 마트에서 카트를 끌며 장을 보는 모습은 종종 미디어에 노출됐다. 지난해 3월에도 메르켈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와 접촉한 뒤 자가격리를 앞두고 마트에서 와인 등을 사는 모습이 미디어에 노출됐다. 소박하고 소탈한 모습의 메르켈이다.


또 다른 이미지는 히틀러의 콧수염을 하고 나치의 제복을 입은 메르켈이다. 2012년 유로존이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이른바 ‘피그스(PIIGS)’ 재정적자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했을 때의 풍경이다. 당시 메르켈은 강력한 긴축 없이는 금융 지원을 할 수 없다며 PIIGS 국가들에 공무원 감원, 연금 삭감 등 재정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요했다.


영국 주간지 뉴 스테이츠맨은 2012년 6월25일자 표지에 메르켈을 터미네이터 이미지에 합성하며 ‘유럽의 가장 위험한 지도자(Europe’s most dangerous leader)’라는 표제를 달았다. 긴축을 강요하는 메르켈이 유럽을 새로운 불황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동시각] 메르켈은 EU 통합에 기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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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PIIGS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로본드를 발행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유로본드는 유로존 회원국들이 모두 보증하는 공동채권이다. 당시 높은 국채 금리로 어려움을 겪던 PIIGS 국가들에 적은 이자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이었다. 반면 독일은 되레 조달 비용이 오를 위험이 있었다. 메르켈은 자신이 살아있는 한 절대 안 된다며 끝까지 반대했고 유로본드는 결국 좌초됐다.


16년간 대단한 정치적 역량을 보여줬지만 메르켈이 얼마나 유럽연합(EU) 통합에 기여했는지는 의문이다. 카트를 끄는 메르켈과 히틀러, 나치와 겹치는 메르켈의 이미지는 상반된다. 외강내유라고나 할까.


미국 정치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 7월 ‘메르켈의 이면(The Other Side of Angela Merkel)’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메르켈은 분명 EU를 이끈 지도자였지만 EU 프로젝트를 위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줬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메르켈은 독일의 이익을 유럽의 원칙과 가치보다 우선시했다고 꼬집었다. 적어도 EU 통합과 관련해서는 관용과 이해, 타협, 포용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영국 BBC는 지난 13일자 기사에서 메르켈을 변색된 왕관을 쓴 EU의 여왕이었다고 평했다. BBC는 메르켈이 실용적인 노선을 취하면서 EU를 위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고 되레 메르켈이 재임하는 동안 EU는 약화되고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영국이 EU에서 탈퇴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총선 공약으로 공식 선언한 때는 PIIGS 소동 직후인 2013년 1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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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관용과 포용의 정치가 있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역사는 정치판이 가장 잔인한 살육의 현장이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관용과 포용이 없다면 동물의 그것과 다를 것이 무엇이며 정치가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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