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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비틀기] 바이낸스의 원화 서비스 종료는 우리에게 손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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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현물 거래 서비스 중단…바이낸스의 핵심은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
한국 뿐만 아니라 대부분 국가들 위험한 바이낸스 옥죄기 시도
본질적인 질문, 바이낸스가 제공하는 가상화폐 선물 거래는 정말 필요할까

가상화폐가 전 세계를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른바 ‘광풍’으로까지 비견됩니다. 하지만 광풍이 불수록 잠시 멈춰 서서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로 지적해야 할 부분까지 함께 휩쓸려가면 언젠가 더 큰 문제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차분히 가상화폐 시장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비트코인 비틀기’입니다.


[비트코인 비틀기] 바이낸스의 원화 서비스 종료는 우리에게 손해일까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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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지난 13일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원화 현물 거래 서비스를 종료했다. 기존에 제공하던 한국어 지원 서비스를 중단하고 서비스 통화 설정에서 원화(KRW)도 삭제됐다. 아울러 개인 간 거래(P2P) 내 원화 거래 페어도 종료했다.


바이낸스가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철수한 이유는 오는 9월25일 시행될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 때문이다. 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발급,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을 받아야만 금융위원회의 신고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 신고를 하지 못한 거래소들은 원화를 활용한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바이낸스는 금융위가 요구하는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세계에서 고립되는, 즉 갈라파고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합당한 우려다. 바이낸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거래량을 자랑하는 부동의 1위 거래소다. 21일 오후 8시 기준 바이낸스의 24시간 거래량은 257억4816만달러(약 30조4729억원)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약 3배 수준이다.


하지만 바이낸스의 퇴출이 정말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손해만을 가져올까. 사실 바이낸스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국가는 하나 둘 늘고 있다. 바이낸스는 한국의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기준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든 형태로 운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각국 정부들은 왜 바이낸스를 이토록 미워할까.


탈중앙화를 꿈꾸는 바이낸스

바이낸스는 가상화폐의 핵심 가치인 탈중앙화를 가장 잘 실현한 거래소 중 하나다. 최대한 국가의 견제로부터 피하기 위해 수차례의 이전도 감수했다. 바이낸스는 홍콩에서 설립됐지만 중국 정부의 압박에 이기지 못해 일본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일본도 최대 거래소 코인체크의 580억엔(약 6262억원) 해킹 사건 등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연이어 발생한 해킹 사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일본의 규제도 강해지자 버티지 못한 바이낸스는 남유럽에 위치한 섬나라 몰타로 이전한다.


크기가 서울 면적의 절반 수준인 몰타로 바이낸스가 이전한 표면적인 이유는 가상화폐 친화적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2017년 몰타는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기술을 수용하는 최초 국가가 되겠다고 공식 선언했으며 이후 의회는 가상금융자산법(VFA)을 마련하기도 했다. VFA에 따르면 가상화폐 공개(ICO)를 통해 자본을 마련하려는 기업은 백서와 재무구조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목적은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함인 것으로 추정된다. 몰타는 대표적인 조세 피난처로 다수의 페이퍼컴퍼니가 들어와 있다. 실제로 2017년 북한의 애국 기업인 2세로 알려진 송성희 씨는 몰타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바 있다. 송 씨는 금융 제재를 피하면서 북한 정권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몰타를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바이낸스는 소재지가 몰타인 것을 부정했다. 지난해 조시 굿바디 바이낸스사업 총괄자는 “바이낸스는 탈중앙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본사 소재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몰타에 본사가 없다며 이를 가짜뉴스라고 언급했다. 사실 몰타도 바이낸스를 원치 않는다. 몰타 금융당국은 바이낸스가 만약 몰타에서 운영 중이라고 가정하더라도 해당 국가에서 운영할 권한은 바이낸스에게 없다고 못 박았다.


바이낸스를 가만히 두지 않는 각국 정부…투자자를 보호하라
[비트코인 비틀기] 바이낸스의 원화 서비스 종료는 우리에게 손해일까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바이낸스가 목표로 삼았던 탈중앙화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한국 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가 연이어 바이낸스를 퇴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6월 영국은 금융당국의 승인 없이 영업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독일은 이미 지난 4월 바이낸스가 유럽연합(EU) 증권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벌금을 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일본, 인도, 태국 심지어 바이낸스가 탄생한 홍콩까지도 바이낸스를 허가하지 않거나 압박을 가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가상화폐 시장 전체를 옥죄는 것은 아니다. 독일은 미국 기반 가상화폐 거래소 크라켄을 그대로 두고 있다. 미국에선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이미 나스닥에 상장됐고 크라켄 역시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즉, 바이낸스가 유별나게 규제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셈이다.


각국 정부가 바이낸스를 규제하는 이유는 투자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낸스는 탈중앙화를 이유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가 요구한 실명계좌 발급, ISMS 인증 등 요건을 피하는 것도 결국 투자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비트코인이 급락하는 동안 바이낸스 애플리케이션(앱)은 한 시간 동안 먹통이 돼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보상받을 길은 멀고도 험하다. 탈중앙화 때문에 바이낸스의 소재지가 명확하지 않아 책임을 물릴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바이낸스가 적극적으로 보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투자자 보호 힘든데…너무나도 위험한 바이낸스의 선물거래
[비트코인 비틀기] 바이낸스의 원화 서비스 종료는 우리에게 손해일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투자자 보호는 어려운데 바이낸스가 다루는 서비스는 위험하다. 현물 거래 서비스만 제공하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와 달리 바이낸스에선 선물 거래까지 할 수 있다. 선물 거래란 특정 상품의 미래 시점 가격을 사전에 설정하고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즉, 지금 눈앞에 있는 물건을 거래하는 게 아니라 물건의 미래 가격을 예상하고 공매수 혹은 공매도를 걸어두는 거래를 말한다.


예를 들면 A라는 코인의 미래 일정 시점 가격을 1000원이라고 예상하고 공매수에 걸었다. 이 코인이 미래에 1000원보다 더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셈이다. A코인이 많이 올라 1000원을 넘긴다면 그 차이만큼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만약 이 코인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진다면 투자자는 그만큼 돈을 잃게 된다.


하지만 선물 거래가 위험한 이유는 시작하는데 많은 돈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상품의 거래 가격에 해당하는 돈이 필요한 현물 거래와 달리 선물 거래에선 선물 거래에 참여했다는 것을 보증하는 증거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비트코인 시세만큼 돈이 필요 없다.


또한 바이낸스의 배율은 다른 거래소와 비교해도 너무 높다.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할 경우 125배까지 배율을 설정할 수 있다. 똑같은 돈을 잃더라도 남들보다 125배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셈이다. 크라켄도 선물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50배까지만 가능하다. 이에 가상화폐 선물 거래는 미래 가격을 예상한 건전한 거래가 아닌 베팅, 즉 도박에 비유되기도 한다.


문제는 바이낸스를 움직이는 동력이 선물 거래가 포함된 파생상품 거래라는 것이다. 가상화폐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1일 기준 바이낸스의 파생상품 거래대금은 653억2178만달러(약 77조3083억원)다. 이는 현물거래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바이낸스를 통해 거래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대부분 선물 거래를 위해 바이낸스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거래소에서도 충분히 현물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바이낸스로 넘어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존에도 원화가 아닌 테더, 리플 등 가상화폐로 선물시장에 참여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바이낸스의 원화 현물 거래 서비스 종료는 분명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일정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들은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한 후 보내는 방식으로 선물 거래를 했다”며 “바이낸스에서 선물 거래하던 가상화폐 선물 투자자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계속 바이낸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의 규제가 없었더라도 남는 의문…가상화폐 선물 거래는 필요한가?
[비트코인 비틀기] 바이낸스의 원화 서비스 종료는 우리에게 손해일까

결론적으로 전 세계 정부가 투자자 보호에 힘쓰지 않고 위험한 바이낸스를 몰아내고 있어 원화 현물 거래 서비스 종료가 손해만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들의 핵심은 선물 거래이기 때문에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가상화폐 선물 거래가 왜 필요한지 말이다. 본래 선물 거래의 목적은 손실위험 방지(헷지)다. 보통 헷지는 시세 하락에 따른 위험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본질을 풀어서 보면 그렇지 않다.


간단히 설명해보면 이러하다. 한 제빵사가 가뭄으로 인한 흉작 때문에 밀값이 오를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때 돈이 급한 한 농부가 제빵사에게 미리 일정 가격에 밀을 구매할 수 있는 계약을 제시한다. 이에 제빵사는 나중에 비싸게 밀을 사지 않기 위해 일정 가격에 밀을 살 수 있도록 농부와 약속한다. 만약 밀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면 미리 정했던 가격과의 차이만큼 이익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즉, 현물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오르는 상황도 헷지하기 위해 선물 거래가 존재한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오르는 상황만이 긍정적이다. 홍 교수는 “가상화폐 선물 거래가 필요한 사람은 가상화폐를 실제로 보유하고 생산하는 채굴자들인데 이들조차 가상화폐가 떨어지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며 “이는 밀과 같은 현물과 달리 가상화폐는 사용처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생기는 모순”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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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을 위해 너무 위험한 투자상품이 거래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화폐의 실질가치가 모호한데 그것을 기반으로 한 투자상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가 큰 변동성을 나타내거나 일순간 사라지더라도 피해는 투자자의 몫이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일본만 보더라도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가상화폐 시장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데도 가상화폐 선물시장은 살아남았다”며 “리스크가 너무나도 큰 가상화폐 선물 거래는 인간의 탐욕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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