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외국 정상 중 처음 명예훈장 수여식 참석
중국군에 맞서 싸운 전쟁 영웅에 훈장 서훈
北 아닌 中에 맞선 한미 동맹 강조 효과
한미 동맹 강조 신호지만 중국 견제 시사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랠프 퍼켓 예비역 육군 대령에 명예 훈장을 수여했다. 표면적으로는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행사였지만 북한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모습이 포착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면서 여러 차례 중국군을 언급했다. 퍼켓 대령이 중국군에 맞서 영웅적인 행동을 했다는 게 연설의 요지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퍼켓 대령이 중국 국경에 인접한 205고지에서 한국군과 함께 중국군의 치열한 공세에 맞서 싸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퍼켓 대령이 북한군과 싸웠다는 언급은 없었다.
한국전을 일으킨 북한이 아닌 중국군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한국과 미국이 중국에 맞서 싸운 혈맹임을 강조한 것이다.
미 측은 한국 전 영웅을 매개로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이벤트를 벌이며 북한을 자극한 것은 최대한 자제하고 대신 중국에 대한 견제를 날리는 묘안을 선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수여식에 초대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면서 "한미 동맹의 강점은 양국 군대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싸운 데서 탄생했다"라고 표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사 중 문 대통령령을 연단으로 인도해 퍼켓 대령에 감사를 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문 대통령은 "퍼켓 대령과 같은 참전 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꽃 피울 수 없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훈장 수여가 끝나고 기념 촬영을 할 때도 문 대통령에게 동참을 권했다. 두 대통령은 퍼켓 대령의 양옆에서 나란히 무릎을 꿇고 사진을 찍었다
북한 대신 중국을 겨냥한 이번 행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마련하면서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모습과도 연계해 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과 달리 중국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경계심을 내보이고 있다.
앞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문 대통령과 접견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한국과 미국이 강압의 제약을 받지 않는 국제 규범과 질서에 닻을 내리고 있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장려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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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하루 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물론 중국 견제에 대해서도 거론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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