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국민은 누굴 믿나"…과학 간데없고 정치만 나부껴](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1042312070594994_1619147225.jpg)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제 누가 바닷가에 놀러 가서 회를 먹겠다고 하겠냐."
일본 정부가 지난달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하자 어민들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부산, 강원, 경상, 전라, 충청, 제주 등 전국 9개 권역에서 어민 수천명이 어선 500척을 타고 동시에 규탄대회를 열었습니다. 국민들의 불안도 상당합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이 수십년간 오염수가 포함된 바닷물에 의해 둘러 싸이게 되는데 누가 불안하지 않을까요?
일본 정부는 후안무치합니다. 일본은 30여년전 옛 소련이 홋카이도섬 인근 동해에 수백t의 저준위 핵폐기수를 투기하자 강력 항의해 중단시킨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심각한 영향을 받는 주변국 특히 한국 정부와는 어떤 상의나 정보제공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고체화후 지하 매립, 심지층방류, 기체화 후 배출, 저장탱크 추가 설치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여러 대안이 있었지만 고작 '돈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똘똘 뭉쳐 과학적 근거와 사실 증거를 갖고 국제 사회에 호소해 일본 정부를 압박할 때입니다.
문제는 이에 바탕이 돼야 할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정확히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가장 '전문성'이 높지만 이해 관계도 깊은 원자핵공학자ㆍ원자력업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달 26일 성명을 내 사실상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 줍니다. 매우 보수적으로 가정해 평가해도 영향이 미미하답니다. 학회는 "오염수가 우리나라 해역에 도달하는 시간과 바닷물에 의한 희석효과 등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받는 방사선 피폭선량은 3.5×10-9mSv/yr로 예측됐다"면서 "일반인에 대한 선량한도인 1mSv/yr의 약 3억분의 1로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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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긴 하지만, 한국 정부를 향해서 더 큰 목소리를 냅니다. 학회는 광우병 사태와 조류 독감 사태를 예로 들면서 "과학적 사실을 외면한 가짜 뉴스와 정치적 선동이 우리 국민과 관련 업계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었는지는 쉽게 예를 찾을 수 있다"고 경고한 뒤 "정치적 목적으로 조장된 방사능 공포가 우리 수산업계와 자영업자의 피해를 가중하는 자해행위가 될 수도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정반대의 주장도 살펴 봅시다. 환경운동연합은 이틀 뒤 성명을 내 원자력학회를 향해 일본 정부 편을 든다고 정면 비판합니다. 환경련은 "그래서 문제가 없으니 과도한 공포심을 버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을 용인하자는 것인가"라며 "바다가 오염될 것을 염려하는 어민들과 방사성 물질로 인해 식탁의 안전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우려는 당연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를 '비과학적', '방사선 공포'로 매도해서는 안된다"면서 "(학회는)일본 정부가 결정한 해양방류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하는가,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는 것에 찬성하는가"라고 압박했습니다.
이들 두 진영은 그동안에도 정확하게 친원전(학회), 탈원전(환경련 등 시민사회단체) 입장으로 나뉘어져 지속적으로 방사능의 위험성, 원자력발전의 중단 여부 등을 둘러 싸고 갈등을 빚고 있어왔습니다. 친원전 측 학자ㆍ전문가,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방사능 물질은 자연계에도 존재하며 국제방사능방호위원회가 정한 '기준치' 이내로 관리하면 안전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원전도 오히려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발전 수단으로 존립 가능하며, 사고나 방사능 누출ㆍ오염 물질 처리도 과학의 발전에 따라 예방 및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반면 탈원전 측은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 민감합니다. 일시적 노출시 안전 기준이 되는 기준치 보다는 "인체에 누적돼 내부 피폭되면 훨씬 위험하다"고 강조하죠. 원전에 대해서도 위험성은 물론 이미 오염 물질 처리 비용 만으로도 더이상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는 입장입니다. 미국 독일 등 현재 국제 사회의 주류도 이미 '탈원전'으로 굳어진 상태입니다.
두 진영에게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평가를 들어 봤습니다. 친원전 진영의 한 학자는 탈원전 진영의 주장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삼중수소의 인체 누적 및 DNA 변형 등 저선량 방사능의 위험성 등에 대해 탈원전 진영은 유럽방사선위험위원회(ECRR)를 이끄는 영국의 방사선 전문가 크리스 버스비 박사의 주장을 근거로 듭니다. 그러나 이 학자는 "그의 주장에 대해 영국 법원이 이미 2016년 판결을 통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고 영국 정부에 대한 자문을 금지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탈원전 측 관계자들은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친원전 측에 대해 "이론상으로만 그렇다는 것일 뿐 자연계 내에서 누구도 검증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최근 후쿠시마 해역에서 잡힌 조피볼락에서 기준치 2.7배인 1㎏당 27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된 것을 거론하며 저선량 방사능의 인체 누적 위험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방사능 물질이 쌓여 있는 연안에선 생태계 내에 먹이사슬을 통해 방사능 물질 누적이 이뤄질 것"이라며 "먹이 사슬의 가장 위쪽에 있는 인간이 이를 섭취할 경우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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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태에서 일본 정부에 맞서야 할 국민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요? 원자력 발전과 방사능의 위험성 여부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가 절실한 시점에서, 한반도가 후쿠시마 오염수에 의해 둘러 싸이게 된 상황에서 한국인들에게 정말 중요한 '과학'이 되고 있습니다. 특정 이해 관계나 '정치적 이해', 가치관이나 철학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철저히 과학적 분석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결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실사구시' 해야지 친원전, 탈원전 등 정치색 짙은 구호에 휘둘려서는 안됩니다. 정치권과 학계ㆍ전문가, 시민사회ㆍ환경단체들이 이점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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