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높아지며 G7 추월 가능성 있지만
가계부채, 부동산 급등이 일본과 같은 '대차대조표 불황' 초래 가능성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G7(주요 7개국)에 포함된 이탈리아를 넘어설 정도로 높아졌지만,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스캔들이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세금 인상을 통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집값을 잡지 못했다고도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한국의 큰 경제 난제 : 돈이 많아질수록 문제도 많아진다(Korea’s Big Economic Conundrum: Mo Money, Mo Problems)'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부동산 가격 급등과 늘어나는 부채 문제로 일본처럼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한국의 가장 위험한 경제 문제 중 하나(부동산 급등)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스캔들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며 "1인당 GNI가 G7 국가를 추월한 것은 한국이 부유한 나라에 진입했다는 뜻이긴 하지만,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의 잠재 성장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작년 1인당 GNI는 3만1755달러로, 환율 적용 방식에 따라 이탈리아와 비슷하거나 이탈리아를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나 1인당 GNI도 중요한 지표지만, 빚이 크게 늘면서 기업이나 가계 등이 지출을 줄이게 된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WSJ는 "한국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2.8%로, 미국(7.6%)이나 독일(6.1%)보다 훨씬 높다"며 "1990년대 일본처럼 한국도 모든 경제부문이 동시에 지출을 줄이는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질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비금융 기업의 부채가 GDP의 110%로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인 1999년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멀지 않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성장률은 점차 정체되는 가운데, 선진국에 비해 1인당 GNI 규모가 작다는 점 또한 부정적으로 봤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2.1%, 미국의 경우 1.6% 수준으로 성장률 격차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좁아졌다. 더이상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세계은행(WB)이 환율을 반영해 추산한 2019년 기준 1인당 GDP는 2만8675달러로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실업률은 높은 가운데 한국의 출산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난제로 꼽았다. WSJ는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라며 "인구증가율은 약 30년 동안 미국보다 낮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WSJ는 정부가 좀 더 정부지출을 늘려야 한국이 '선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작년 일반재정수지적자 규모는 GDP의 4.2%로 OECD 회원국 중 네번째로 낮아 정부가 지출을 더 늘릴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 중 양도소득세 인상 등의 조치에 대해서는 "집값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를 막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공급대책에 대해서도 "향후 4년간 83만6000채 이상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야심차지만 가격에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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