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종길의 가을귀]삼국유사의 가치는 삼국사기를 보면 안다

시계아이콘01분 4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장인용 작가 ‘고전 vs 고전’
동일한 영역·주제 다룬 고전 비교, 그 가치와 핵심에 접근하는 인문서
삼국유사 비현실적 이야기 가득…당시 생활·사회상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

[이종길의 가을귀]삼국유사의 가치는 삼국사기를 보면 안다 보물 제419-3호 삼국유사 권4-5(표지)
AD


부산 범어사에 있는 ‘삼국유사 권4~5(三國遺事 卷四∼五)’는 지난해 8월 국보가 됐다. 완질(完帙)은 아니나 서지학적 의미가 높다고 평가됐다. 당시 문화재청은 "‘삼국유사’ 판본에 대한 교감(校勘)과 원판 복원에 필요한 자료로서 역사·학술적 중요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삼국유사’는 한국 고대사 연구의 근간이다. 고려 충렬왕 7년(1281)에 일연 스님(1206~1289)이 편찬했다. 고조선부터 삼국 시대까지 역사·문화 이야기를 한데 엮었다. 그래서 같은 시기를 다룬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자주 비교된다.


두 책의 성격은 상반된다. ‘삼국사기’는 국가사업으로 제작된 정통 역사서. 유학의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한다. ‘삼국유사’는 정통의 역사와 거리가 멀다. 있을 법하지 않은 설화와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삼국사기’에도 그런 내용은 있다. 하지만 박혁거세가 알에서 나왔다는 등의 건국설화 정도다. 반면 ‘삼국유사’에는 부처·신선·귀신 같은 존재가 출몰하는 다양한 전설이 수록됐다. 이 때문에 한동안 정규 역사 영역으로 진입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종길의 가을귀]삼국유사의 가치는 삼국사기를 보면 안다


장인용 작가의 ‘고전 vs 고전’은 비슷한 두 고전을 비교해 그 가치와 핵심에 접근하는 인문서다. ‘파브르 곤충기’와 ‘시튼 동물기’, ‘어린 왕자’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같이 비슷한 영역·주제를 다루는 책들에서 판이한 입론과 주장을 대조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비교에서 주안점은 ‘무엇을 역사 기록으로 볼 것인가’다. ‘삼국유사’의 가치와 매력을 찾는 데 주력한다고 볼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혜공왕 2년(756) 강주에서 일어나 자연현상이 기술돼 있다. "땅이 꺼져 못이 되었는데, 길이와 너비가 50여 척이나 되었고 물빛은 검푸렀다." 당시 지진이 많이 기록된 점을 고려하면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삼국유사’는 같은 사실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강주 관가의 몸채 동쪽에 땅이 차츰 꺼져 못이 되었는데, 길이가 13척이요, 너비가 7척이나 되었다. 갑자기 잉어 대여섯 마리가 생겨 계속하여 점점 커지니 못도 역시 이에 따라 커졌다."


두 서술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삼국사기’는 연못이 새로 만들어진 과정과 그 외양만 설명한다. 반면 ‘삼국유사’는 연못에 잉어가 나타난 일과 그로 인한 연못의 변화까지 덧붙이며 설화적 전개를 보여준다. 그래서 연못이 새로 생겨난 일에 어떤 계시가 담겨 있는 것처럼 윤색한 느낌을 준다. 잉어가 자라면서 연못이 커진다는 내용은 그냥 연못이 생기는 것과는 아주 다른 이야기다.


정 작가는 ‘삼국유사’를 가리키며 "지금도 아주 간단한 사실이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살이 붙어 어떤 특별한 뜻이 있는 것처럼 와전되는 경우는 빈번하다"고 설명한다. "가령 홍수를 단순히 비가 많이 온 사건으로 전하지 않고 세상을 징벌하기 위한 일로 본다든가, 전염병이 닥치면 신이 노했다거나 하는 해석을 덧붙이는 것과 같다."


[이종길의 가을귀]삼국유사의 가치는 삼국사기를 보면 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설화와 전설을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척할 순 없다. 당시 사람들의 심리나 생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로운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여지가 있다. 문자적 의미의 사실은 아닐지라도 생활상과 사회상을 반영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소중한 기록인 것이다.


풍부한 설화적 상상력이 넘치는 이야기는 과거에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 본연 심성의 구조를 이야기한다고 해서 가치가 높이 평가된다. 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설화는 재미도 있다. 많은 사람이 ‘삼국유사’를 읽지 않았어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알고 있을 정도다. 동화·소설·영화·드라마 등으로 개작돼 수없이 접한 덕이다. 여러 장르의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건 이야기가 지닌 매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증거다. 정 작가는 이것을 "딱딱한 역사를 넘어선 인간 본연의 향기"라고 표현한다.


AD

"사람이 그저 현실과 사실로만 살아가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사람의 숨결이 있는 모든 이야기를 살려내 후대에 전하기 위해 ‘삼국유사’를 지었을 겁니다. 그리하여 자칫하면 우리가 알 수 없었을 삼국시대 사람들의 마음과 향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