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환급금 1811억원…전년(230억원) 대비 8배 증가
연이은 자영업자 폐업이 주원인…1년만 12만7000명 줄어
반면 신규가입자는 오름세…불안한 현실에 안전망 찾는 이들 늘어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자영업자의 퇴직금’으로 불리는 노란우산공제의 미환급금이 8배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사정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폭증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폐업 후 일정 기간 공제를 유예해주는 제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환급금을 받지 않은 자영업자들 중 재기를 노리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현실을 반영한 탓인지 공제 신규 가입자는 증가세를 보였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노란우산공제의 미환급금은 1811억원이다. 전년(230억원) 대비 8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2015년부터 5년간 쌓인 미환급금(558억원)의 3배 이상이 쌓인 것이다. 지난해 노란우산공제 폐업 공제금(7283억원)도 전년(6142억원)에 비해 1000억원 이상 늘었다. 2007년 노란우산공제가 출범한 후 13년간 39만여명에게 지급된 폐업 공제금 2조8949억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자영업자들의 연이은 폐업이 미환급금 증가세를 부추겼다. 폐업·사망·퇴임 등 공제금 지급 사유는 다양하지만 노란우산공제 환급 사유 95% 이상이 폐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자영업자 수는 533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46만2000명)에 비해 12만7000명 감소했다. 경기체감지수(BSI)도 최악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집계한 지난달 소상공인 BSI는 35.8이다. BSI는 100 미만이면 경기가 악화됐다고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영업시간 제한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이후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미환급금이 급증했다는 건 재기를 노리는 자영업자가 적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란우산공제에는 ‘부금통산제도’가 있다. 폐업을 해도 1년6개월까지는 계약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제도다. 혜택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폐업하더라도 자신이 불입한 공제금을 당장 찾아가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신규 가입자는 오히려 오름세로 돌아섰다. 불안한 현실에 소상공인의 안전망 역할을 하는 노란우산공제를 찾은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게 중기중앙회의 설명이다. 지난해 신규 가입자는 27만4094명이다. 전년(23만7167명) 대비 3만6927명이 늘었다. 2019년 신규 가입자는 전년(27만1783명)에 비해 3만4616명 줄며 하락세를 보였었다. 회원수 65만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공제 가입 문의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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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기중앙회는 올해 미지급된 공제 수령을 돕는 전담팀을 마련할 계획이다. 담당 콜센터 인력도 2018년 3명에 불과했지만 3년 사이 15명으로 증원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매달 가입자 폐업 여부를 확인해 우편·전화 등 폐업자 1명당 4번꼴로 공제 수령을 안내한다"면서 "폐업한 가입자의 4년 내 수령률은 98%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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