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론] 공매도 논쟁의 전제가 돼야 할 다섯 가지 '사실'

시계아이콘02분 30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공매도 논쟁의 전제가 돼야 할 다섯 가지 '사실' 성희활 교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AD


공매도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2020년 3월에 한시적으로 6개월간 전면 금지된 공매도는 작년 9월 또 다시 6개월간 금지 조치가 연장됐다. 그런데 금년 3월 재개가 예정돼 있는 공매도를 두고 정치권 주도의 추가 연장론과 투자자들의 영구적 금지론 청원까지 백가쟁명의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면서, 당초 금융에서도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했던 공매도가 이제는 금융계를 넘어 정치적 이슈로 됐다. 여기에 IMF가 공매도 재개를 권고하는 훈수를 두자 투자자들은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한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게임스톱 주식에 대해서 헤지펀드 등이 대규모 공매도를 치자 200만 개인투자자들이 연대해 반발 매수로 맞받아치는 등 전쟁 같은 공방전을 벌이자 논쟁이 의회 청문회로까지 번지고 있다. 30년 넘게 증권시장을 지켜봤지만 지금처럼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공매도 논쟁이 전개되는 건 처음 본다.


공매도 금지 연장을 하든 바로 재개를 하든 아니면 영구히 금지하든, 공매도 규제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는 이번 논쟁이 길을 잃지 않고 바람직한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기본적인 사실을 토대로 합리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자는 “여러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하며 여러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논어 위령공편)고 했다. 차분한 성찰에 기반한 합리적 결정을 위해서 이 글은 논의의 출발점이자 전제가 돼야 할 다섯 가지 ‘사실’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공매도 제도는 420년 세계 증권시장의 역사 속에서 그 역할 내지 기능이 충분히 인정됐다는 점이다. 사실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공매도자만 좋아할 뿐 투자자도 기업도 정부도 모두 공매도를 싫어하는데 공매도는 오랜 역사를 거쳐 지금처럼 존재하고 있다. 왜 그럴까? 공매도는 분식회계 등 거짓 정보와 주가조작을 저격하고 신용매수와 대립적 짝을 이루어 시장의 균형을 도모함으로써 합리적 가격 결정에 기여하는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합리적 가격 결정은 시장의 근본적 존재 이유다. 역사적으로 1610년 세계 최초로 공매도를 금지했던 네덜란드 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도 한때 수 십년간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결국에는 공매도의 긍정적 기능을 인정하면서 다 부활시켰다. 세월의 검증을 통과한 제도인 것이다.


둘째, 공매도는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제도라는 점이다. 증권시장이 있는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매도는 허용돼 있고,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대부분의 국가가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으며, 금지했더라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뿐이다.


셋째, 공매도가 허용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 투자자가 상당 부분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환 부족으로 국가부도 위기도 겪어 본 우리 경제와 증권시장에 외국인 투자자는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 투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되는 FTSE와 MSCI 지수 가입을 위해 정부는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주요국에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커질 수 있다.


넷째,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공매도를 규제하는 국가라는 점이다. 작년 9월 정부와 국회는 공매도 문제의 개선을 조건으로 금지 조치를 6개월 연장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공매도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자본시장법이 통과됐다. 이제는 공매도 위반행위를 1년 이상의 중형에 처하고 나아가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도 병과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공매도 주문금액에 해당하는 금융당국의 과징금도 도입돼 사실상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보다 더 엄중한 수준이다. 현행법상 미공개정보를 이용하는 공매도는 내부자거래로, 주가조작을 위한 공매도는 시세조종으로 처벌되니 신설된 공매도 처벌 조항은 착오 등에 따른 단순 공매도 주문에 적용될 터인데 행위의 비난가능성에 비해 처벌이 가혹한 편이다.


외국과 비교해 보면 형사처벌의 경우, 홍콩만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무차입공매도에 징역형을 두고 있는데 그것도 2년 이하의 가벼운 형에 불과하다. 일본은 불법 공매도에 30만엔의 과태료 처분 밖에 없다. 흔히 공매도 처벌 강화 주장의 대표적 근거로 드는 미국 사례(20년 이하의 징역)는 오해가 있다. 미국 증권거래소법 제32조에 있는 20년 이하의 징역 조항은 이 법을 위반한 모든 행위에 대한 처벌의 한계를 정한 포괄적 규정일 뿐 공매도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근거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공매도 위반으로 형사처벌된 사례도 찾을 수 없다. 게다가 공매도 주문으로 인한 가격하락 방지를 위한 중요 장치인 업틱룰(직전 가격 이하의 공매도 주문 금지)도 우리와 달리 미국은 원칙적으로 폐지한 상태다.


다섯째,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반발도 충분히 근거가 있다는 점이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적대감은 가격 하락에 대한 원초적 공포도 있지만 1%대 99%라는 기회 불균등과 기관·외국인들의 미공개 정보이용에 대한 불만도 크다. 따라서 정부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기회를 가급적 확대하는 한편, 중대한 공시 직전의 대규모 공매도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미공개정보 이용 여부를 확실히 밝힘으로써 개인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성은 정념의 노예”라고 데이비드 흄이 말했는데, 작금의 공매도 사태는 정념적 반응으로 보인다. 이번 공매도 논쟁에서는 정념의 압도적 지배력이 좀 완화되기를 희망한다.


AD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