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중국산 제품 관세 압박
中인건비 부담에 코로나19 쇼크도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애플이 '세계의 공장' 중국을 벗어나 생산기지를 베트남, 인도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해묵은 미·중 갈등과 중국 내 인건비 상승 부담,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차질 등이 애플의 이탈을 재촉한 것으로 관측된다.
29일 닛케이아시아와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연내 베트남에서 태블릿 PC인 '아이패드' 생산을 시작한다. 중국 외 지역에서의 대량 생산은 최초다.
앞서 애플의 대표적인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은 베트남에 2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자회사 푸캉테크놀로지를 설립하고 베트남 정부에 인가 승인을 신청했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하노이 인근에 신설되는 신규 공장의 노트북, 태블릿 PC 등을 합한 연간 생산량은 약 800만대로 추산된다.
스마트폰 생산 물량도 인도 비중을 늘린다. 현재 '아이폰'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인도 내 생산 물량을 이번 분기 말인 3월까지 확대한다.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인 아이폰12 시리즈까지 포함됐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스마트스피커 '홈팟 미니'도 베트남 내 생산을 확대한다.
애플의 중국 이탈 행보에는 현지 인건비 상승과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변화 필요성, 미중간 갈등 기조 등이 일련의 이유로 작용했다고 닛케이아시아는 분석했다.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IT 기업들의 공통된 고민 요인이다. 미국은 2018년부터 중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를 통해 기업들을 압박해왔다. 새로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전임 대통령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급하게 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낮은 인건비가 강점인 만큼 중국 생산기지를 고집할 유인이 적어졌다는 얘기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중국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6.5달러로 4년 전인 2016년(4.99달러) 대비 30% 상승했다. 이는 멕시코(26.2%), 베트남(25.6%)에 비해 가파른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애플의 중국 공급망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생산기지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중국에서 12개 공장을 운영하는 폭스콘은 작년 2월 정저우 공장 생산을 재개했으나 전 직원의 10%만 복귀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선전 공장과 심천 공장도 재가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