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빨라진 디지털화 속도…부작용 해소에 안간힘
금융당국, 은행권에 디지털금융 소외계층 보호에 힘써 줄 것을 특별히 당부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은행권의 디지털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령층과 장애인 등 디지털금융 소외계층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비대면ㆍ디지털화에 따른 은행권의 오프라인 점포 축소로 금융 소외 현상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오프라인 점포 축소와 디지털화 전환을 시대적 트렌드로 인식하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올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디지털금융 소외계층 보호 노력을 펼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한 번의 손바닥 정맥 인증으로 통장, 인감, 비밀번호 입력 없이 예금 지급이 가능한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운영하며 고령층의 디지털화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고령층 고객이 대면 채널에서 디지털을 체험하고 학습하면서 비대면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 있게 하는 고령층 친화적인 금융서비스다. 이 서비스의 이용자는 10월 말 기준 15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은행은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쉽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은행 애플리케이션(앱)과 인터넷뱅킹 안에서 메뉴 구성이 단순하고, 큰 글씨로 안내하는 '골든라이프뱅킹' 채널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또 지난 7월부터는 금융권 최초로 시니어 고객을 위한 은퇴자산관리 전문 전용상담센터인 'KB골든라이프센터'도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고령층을 포함한 금융소비자 불편해소를 위해 점포 통폐합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철저한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및 무인점포, 이동점포 등 대체채널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만들었다. 조회, 이체, 입출금 서비스 메뉴 등을 고령층에 맞게 특화한 은행 앱 채널 신한S뱅크미니를 운영하고 있다. 고령층의 모바일뱅킹 활용을 돕기 위한 맞춤 안내 동영상도 제작했다.
하나은행은 스마트폰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손님케어센터(콜센터) 전용 적금을 판매 중이다. 콜센터를 통해 신규 가입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상품으로, 디지털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층이 주 대상이다. 비대면 서비스에 몰리고 있는 우대금리 혜택을 디지털금융 소외계층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고령층, 청각 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ARS 시스템, 점자 약관 제공, 저시력자를 위한 자동현금인출기(ATM) 화면 확대 기능 등도 제공하고 있다. 또 금융취약계층 대상 사회공헌 프로그램 마련도 검토 중이다. 미사용 스마트폰을 수거해 재활용 처리 후 취약층에 공여하거나 은행 내 전산, 인력 자원을 이용해 보호대상 청소년, 고령층에게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에 있다.
어르신 전용전화·보이는 ARS 서비스·고령층 대상 전용 앱 채널 확보 등
디지털금융 소외계층 위한 디지털 교육·맞춤형 동영상 제작도
우리은행은 전 영업점에 고령자 및 장애인 전담창구를 두고 있는 한편 고령자 및 장애인의 이용편의성 향상을 위한 비대면채널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어르신 전용전화'를 통해 65세이상 고객에게 전담상담원을 우선 연결하고 주요 메뉴와 업무를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면서 거래할 수 있는 보이는 AR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 앱 안에 청각장애인 '일반수화상담', '수화상담을 통한 고객불만접수'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계좌신규, 전자금융신청(제신고) 등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영상통화를 통한 비대면 본인확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달 20일께 은행 앱에 고령층 대상 사용자환경(UI)을 별도로 마련하고 고령층을 겨냥한 맞춤 금융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은행은 이미 앱에서 계좌조회, 이체 등 주요 금융거래를 큰 글씨체로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지만, 이달 중순 개편되는 UI를 통해서는 한 화면에 거래 프로세스를 한 개씩만 배치해 고령층이 한 화면에 복잡하게 여러 항목을 입력할 필요 없이 한 화면에 한개 프로세스만 처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독거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정 구성원 등이 비대면 거래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전자금융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어르신을 위한 안전한 소비생활 가이드 동영상'을 제작, 배포해 금융사고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행복채움금융교실을 통한 어르신 금융교육도 주기적으로 실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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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디지털금융 소외계층 보호에 힘써 줄 것을 특별히 당부하고 있는 상황.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6일 시중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디지털화, 비대면거래 확산 등으로 오프라인 영업점이 축소되는 분위기 속에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에 점포 축소에 따른 고령층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체창구를 마련하고 고령층 전용 은행 앱 개발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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