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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스크린으로 걸어들어온 르네상스의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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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루브르 박물관 기획 특별전 '루브르의 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회화의 과학으로 다 빈치의 삶 조명…빛ㆍ어둠ㆍ입체감과 자유, 과학, 생명
"한 분야에 집중하지 못한 게 아니라 그의 삶에 늘 회화가 있었다"

[이종길의 영화읽기]스크린으로 걸어들어온 르네상스의 천재 루브르박물관은 지난해 10월 24일부터 4개월간 피라미드 아래 있는 나폴레옹관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전'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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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는 르네상스형 인간이다. 삶과 예술, 학문에 모두 정통했다.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같은 명작을 남겼을 뿐 아니라 폭약ㆍ투석기 제작, 비행기 구상 등 여러 방면에서 놀라운 재능을 보였다.


이는 회화 세계의 확장을 위한 노력이었다. 그는 회화를 자연의 철저한 모방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수학ㆍ과학의 원리 속에 빚어지는 예술로 인식했다. 유동적 시각으로 인간의 감정까지 분석해 경이로운 신천지에 다가갔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브르박물관은 거인의 발자취를 집중 조명했다. 지난해 10월 24일부터 4개월간 '레오나르도 다 빈치전'을 열었다. 500년이 지나도 칭송받고 있는 작품 162점을 루브르 피라미드 아래 위치한 나폴레옹관에 전시했다. 영국 왕실과 바티칸, 대영박물관 등에서 빌려온 진품들이었다.


전시는 성황리에 끝났다. 루브르박물관이 처음으로 시간대별 예약을 받았을 정도로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그러나 대다수는 감상의 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없었다. 인파에 휩쓸려 정신을 차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CGV 전국 20개 지점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루브르 박물관 기획 특별전: 루브르의 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아쉬움을 달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나폴레옹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다 빈치의 회화ㆍ데생ㆍ조각ㆍ연구수첩 등을 차분히 들여다본다. 특별전을 10년 동안 준비한 큐레이터 뱅상 들뢰뱅과 루이 프랭크의 상세한 해설로 다 빈치의 세계관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피에르 위베르 마르탱 감독은 회화의 과학으로 다 빈치의 삶을 돌아본다. 다 빈치는 생전에 "상상만으로 자연과 인간 사이의 통역자가 되려고 하는 예술가들을 믿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실험을 통한 이론 검증을 중시했다. 초상화의 경우 모델을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유사성 있는 개별적인 선들의 총합 이상을 드러내고자 애썼다.


'루브르의 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다양한 노력을 네 시퀀스로 나눠 소개한다. 빛ㆍ어둠ㆍ입체감과 자유, 과학, 생명이다. 각 주제는 다 빈치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수태고지'와 '브누아의 성모'가 대표적인 예다. 전자에서 천사 가브리엘은 무릎을 꿇고 세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손짓은 은총을 가리킨다. 앉아있는 성모는 잉태하게 된다는 말에 왼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놀라워한다.


두 인물의 모습은 옷 주름까지 세세하게 묘사됐다. 드로잉을 수없이 습작한 결과다. 적절한 명암으로 공간감을 살리면서 두 인물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옥에 티도 있다. 성모의 오른팔ㆍ왼팔 비례가 맞지 않는다. 움직임과 시선도 조금 부자연스럽다. 다 빈치는 알지만 고칠 수 없었다. 그림이 마르는 동안에만 덧칠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이종길의 영화읽기]스크린으로 걸어들어온 르네상스의 천재 '바위 산의 성모'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밀라노에서 처음 제작한 작품이다. 성모와 요한, 천사, 예수가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도로 화면 중앙에 배치돼 있다.


그는 기존 작업 방식을 거부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 표현에 주안점을 두고 생생한 감정 포착에 몰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브누아의 성모'다. 아기 예수를 무릎 위에 앉히고 교감하는 성모. 얼핏 보기에 모자의 행복한 한때다. 하지만 예수가 오른손으로 쥔 꽃가지는 십자가에 못 박힐 운명을 암시한다.


다 빈치는 성모의 눈에서 감정이 변하는 찰나를 그렸다. 흐뭇한 미소 속에 찬찬히 번지는 슬픔이다. 예수 또한 가혹한 운명을 예견한 듯 양가감정이 드러난다. 마르탱 감독은 오묘한 감정이 나타난 비결을 적외선 반사로 찾아낸다. 여러 차례 수정한 흔적이다. 밑그림에서 두 인물은 가까이 있는 게 아니라 좀 떨어져 있다. 손도 훨씬 작다.


들뢰뱅은 "회화의 자유로운 정신이 발현돼 있다"며 또 다른 예시로 '성 히에로니무스'를 가리킨다. 이 또한 수차례 고친 흔적이 역력하다. 곳곳에 지문이 묻어있을 정도. 다만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흉쇄유돌근은 실제와 다르게 그려졌다. 당시만 해도 다 빈치는 해부학을 잘 몰랐다. 뒤늦게 신체 구조에 대해 공부해 그림을 덧씌웠다.


들뢰뱅은 "다 빈치에게 회화란 지적인 성찰이었다"며 "모든 것이 회화를 위한 과학이었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적잖은 작품이 완성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다 빈치가 게을렀으리라 추정한다. 그러나 '루브르의 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한 분야에 집중하지 못한 게 아니라 그의 삶에 늘 회화가 있었다"며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는 중요한 과정이었다"고 역설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나리자'가 집대성의 결과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준다. 오묘한 표정은 살아 움직인다는 착각이 들 만큼 정교하고 견고하다. 인간미를 넘어 성스러움까지 느껴진다. 다 빈치의 전기를 처음 쓴 조르조 바사리(1511~1574)의 총평대로 과학으로 이뤄낸 회화의 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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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따금 자연이 하늘의 기운을 퍼붓 듯, 한 사람에게 엄청난 재능이 내리는 것을 본다. 이처럼 감당하지 못할 초자연적인 은총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서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 예술적 재능을 고루 갖게 되는 일이 없지 않다. 그런 사람은 하는 일조차 신성해서 뭇 사람들이 감히 고개를 들 수 없으니 오직 홀로 밝게 드러난다. 또 그가 내리는 것들은 신이 손을 내밀어 지은 것과 같아서 도저히 인간의 손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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