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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목동 재건축도 …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아파트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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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11구역 도시·건축혁신 시범사업 총괄기획 강병근 건국대 명예교수

천편일률 아파트 공화국 탈피
도시계획 혁명 선언한 서울

재건축 때 가이드라인 先제시
다양한 구성원 의견 반영

여의도 금융도시 주거지 등
지역 특색 맞춰 최적합 설계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중세 성주들이 성을 쌓고 요새를 지었다면, 현대인들은 아파트를 짓고 들어 앉았다. 효율성이란 명목 아래 단조롭고 획일화된 평면구조에서 개인은 각자의 집과 방 안이라는 단절된 환경에 살고 있다. 누가 더 크고 견고한 담장을 친 성에 사느냐가 경제적 가치를 결정지으면서 이를 향한 욕망은 부작용과 폐단을 낳았다.


서울시는 고립되고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공화국'에서 벗어나 산과 강 등 다채로운 경관을 회복하고 도시와 삶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 서울의 모습을 준비하기 위한 '도시계획 혁명'을 선언했다. 기존엔 민간이 재건축ㆍ재개발 정비 계획을 수립한 뒤 서울시 심의를 받던 방식에서 벗어나 서울시가 먼저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도록 했다.


그 첫걸음으로 흑석11구역 도시ㆍ건축혁신 시범사업에 총괄기획자로 참여한 강병근 건국대 명예교수(건축대학ㆍ장애물없는생활환경연구원장ㆍ사진)를 만나 앞으로 서울의 대규모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이 나아갈 방향과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여의도·목동 재건축도 …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아파트 만들 것" 강병근 건국대 명예교수는 "도시 역시 계획 단계부터 사회 내의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한 공간 계획과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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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ㆍ건축혁신 사업에서 초점을 둔 부분은?


▲다가올 시대에는 인간적인 삶을 배려한 건축 계획이 필요하다. 주변과 단절되고 폐쇄적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열린 주거 단지로 바꾸고자 했다. 도시도 성장과 변화의 과정을 거친다. 성장 위주의 도시계획ㆍ개발에서 벗어나 미래의 도시는 현재까지와는 다른 정책과 디자인을 요구한다. 도시계획의 배경과 목적에 '더 인간적인'이라는 주제를 항상 염두에 둔다.


-민간 사업인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에 공공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건물은 개인 소유라 해도 일단 세워지면 공기(公器)가 된다. 그래서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지 따지고, 여러 규제를 지켰는지 확인하는 등 사유권을 인정하되 일정한 선을 그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아파트 단지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모든 주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를 공공에서 관리(지원)하지 못하면 개인으로서는 그런 점을 들여다볼 기회가 없고,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도시 역시 계획 단계부터 사회 내의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한 공간 계획과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공공성을 고려한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지 강요하거나 간섭하는 게 아니다. 공공이 민간 영역에 들어가 입맛대로 조정하듯 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사업 주체 입장에선 아무래도 수익성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텐데.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을 보면 이해관계자들끼리도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 흑석11구역의 경우 공공과 민간이 함께 사업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고려해 4개월 만에 정비 계획 결정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개인의 취향과 요구를 반영하되 공공에서 기준을 제시하고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방식이었다. 도장으로 찍어내듯 획일적 디자인으로 짓는다면 당장 건축비를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는 매우 단기적인 시각이다. 같은 입지에 같은 크기로 지어도 부가가치가 몇 배나 차이가 날 수 있는데 투자라는 개념에서 봐도 훨씬 더 이익이다.


-압구정ㆍ여의도ㆍ목동 등지의 재건축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곳에서도 도시ㆍ건축혁신을 적용하나?


▲재건축을 목전에 둔 해당 지역들은 애초에 계획단지며 계획도시다. 당시 전체 도시를 계획해 조성한 건데 단지별로 다른 시기에 재건축을 진행하다 보니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각자 사업을 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당장 재건축할 단지와 조금 늦게 진행할 곳은 어딘지, 도로나 공공시설은 어떻게 배치하고 경관은 어떻게 조정할지, 아파트 단지가 어떻게 지역과 도시의 기능에 유기적으로 맞물리도록 할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주민들이 각각의 조각을 본다면, 공공에선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도록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여의도의 경우 아파트 단지이면서도 금융특구로서의 기능도 고려해야 한다. 국제금융도시의 주거지는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해야 하는지 공공이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목동도 이미 틀에 짜인 도시기 때문에 재건축을 하려면 용적률을 높이고 결국 층수를 높이는 수직 증축을 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가로ㆍ단지ㆍ주변과의 역학 관계를 살피지 않고 층수만 높이면 빽빽하고 밋밋한 고층 단지에 그친다. 층수가 높아진 만큼 아파트 동 간 여유는 훨씬 넓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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