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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숲터널 끝의 푸른빛, 치유로 가는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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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나홀로 떠나는 비수구미 생태길(6km) 여정

[조용준의 여행만리]숲터널 끝의 푸른빛, 치유로 가는 이정표 화천 파로호 깊숙한 곳에 자리한 비수구미 마을은 자연그대로를 간직한 오지다. 비수구미로 드는 6km 생태길은 코로나19에 지친 모두에게 휴식이자 치유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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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숲터널 끝의 푸른빛, 치유로 가는 이정표


[조용준의 여행만리]숲터널 끝의 푸른빛, 치유로 가는 이정표 파로호


[조용준의 여행만리]숲터널 끝의 푸른빛, 치유로 가는 이정표 굽이굽이 이어지는 406번 지방도 이길 끝에 평화의댐과 비수구미 가는길이 나온다.


[조용준의 여행만리]숲터널 끝의 푸른빛, 치유로 가는 이정표 산소100리길에서 바라본 북한강


[조용준의 여행만리]숲터널 끝의 푸른빛, 치유로 가는 이정표 노을지는 산소100리길을 걷고 있는 여행객들


[조용준의 여행만리]숲터널 끝의 푸른빛, 치유로 가는 이정표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발소리 외에는 적막하기 그지없습니다. 계곡 물소리와 산새들만 재잘대며 지날 뿐입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시원한 호수풍경을 길동무 삼아 숲길을 따라 오지마을로 듭니다. 숲을 벗어나면 호수가 나오고 계곡이 끊기면 짙은 녹음이 장관입니다. 아기자기하게 핀 야생화가 바람결에 흔들립니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사람들의 손때가 덜 묻은 오지마을들이 보석처럼 숨어 있습니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더라고 깊은 숲에 들면 더위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뭐니 해도 사람들과 접촉 없이 오롯이 나만의 시간, 나만의 휴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찌든 몸과 마음이 한 순간에 정화되는 기분에 사로잡힙니다. 강원도 화천의 오지마을 비수구미(秘水九美)로 가는 생태길입니다. 파로호가 꽁꽁 숨겨놓은 비밀스러운 곳입니다. 북적이는 여행지보다는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격입니다.


이른 폭염은 기승을 부리고 코로나19는 물러날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다. 일상으로 되돌아 가는날이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다. 이번 주 여행만리는 되도록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유명 관광지나 공공시설 등을 피해 나만의 휴식을 위한 곳이다.


화천 비수구미 마을로 간다. 파로호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오지마을이다. '秘水九美'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신비로운 물이 빚은 아홉 가지 아름다운 경치'라는 뜻이다. 비수구미 가는 길이 바로 그렇다. 마을은 오래전 화천댐과 파로호가 생기면서 길이 막혀 오지 중의 오지가 됐다.


읍에서 평화의 댐으로 이어지는 460번 지방도를 타면 해산령 아흔아홉 굽이를 휘감아 돈다. 인적도, 오가는 차량도 드문 구절양장의 고갯길을 오르내리는 동안 눈앞에 펼쳐지는 녹음이 짙고 현란하다.


화천읍에서 해산령까지는 약 20km 거리다. 한적한 지방도를 따라 평지와 오르막을 30분쯤 달리면 해산터널이 나온다. 길이 1986m인 해산터널은 직선으로 쭉 뻗어 있다. 그래서 터널 안에 들어서면 저만치 앞에 바늘구멍처럼 출구가 보인다. 터널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평화의 댐까지 굽이굽이길이 펼쳐진다. 곡예를 하듯 5분가량 달리면 해산전망대다. 화천에서 가장 먼저 아침 해가 떠오른다는 해산(해발 1194m)이 한눈에 들어오고, 깊은 골짜기 사이로 새파란 파로호가 까마득히 내려다보인다.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절경이다. 10여 분을 더 달려 평화의 댐 갈림길에서 우회전하면 파로호가 만든 오지마을 '비수구미' 가는 길이 나온다.

해산령이 드라이브를 즐기며 여유 있게 감상하는 코스라면, 비수구미 생태길은 두 발로 걸어야만 만날 수 있는, 흘린 땀과 수고에 빼어난 경치로 화답하는 매력적인 코스다.


비수구미로 들어가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평화의 댐 갈림길에서 비포장도로로 2km 들어가 선착장 앞에 차를 세워두고 산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20분쯤 걸으면 출렁다리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면 마을이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마을 민박집에 미리 연락해두면 배로 데리러 나온다.


또 다른 방법은 지면에 소개하는 오지로 가는 생태길이다. 해산터널을 통과하자마자 오른쪽으로 시작되는 생태길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생태길 초입에 들면 여기서부터 6km를 편안하게 내려간다. 이른 아침 아래로 내려다보면 물안개가 쫙 내려앉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크고 맑은 계곡이 걷는 내내 함께 한다. 저 멀리 해산이 우람하게 다가온다. 옛날에는 호랑이가 살았다고 하니, 정말 그랬을 것 같다.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깊고 호젓한 숲길을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계곡의 물소리와 바람 소리가 걷는 내내 곁을 따라오고,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리막이라 수월하다. 가장 큰 특징이자 자랑은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계곡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비수구미에선 조금만 발걸음을 늦춰도 금방 길 위에 혼자가 된다. 소리라고는 숲이 내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뿐이다. 보물같이 숨어 있는 길섶의 작은 꽃들은 비수구미 길의 숨은 재미다. 어디를 둘러봐도 길, 산, 하늘과 물뿐이고 도시에서 찾기 힘든 화려한 색이 물감을 풀어놓은 듯 펼쳐진다. 차를 타고 휙 지나가며 보는 풍경에선 알 수 없는 산천의 숨은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게 2시간가량 걸으면 비수구미마을에 도착한다. 미지의 세계를 걷다가 딱 하고 나타나는 마을이 반갑기 그지없다.


비수구미는 트레킹 코스가 생기고 등산객이 수시로 드나들지만 그래도 접근성은 여전히 떨어진다. 덕분에 깨끗한 자연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비수구미 마을과 닿아 있는 파로호는 지금은 잔잔한 물결을 만들며 고요함을 뽐내고 있지만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파로호는 1944년 일제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 만든 화천댐 건설로 만들어졌다. 원래 이 지역의 호수는 '대붕호'라 불렸지만 일제가 대붕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화천호'로 불렸다. 수력발전소로 지어진 만큼 6ㆍ25 전쟁 때 이곳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한국군이 중공군 약 3만명을 물리치며 승리를 거뒀다. 이승만 대통령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랑캐를 물리쳤다'는 뜻에서 파로호破虜湖란 이름을 붙이면서 명칭이 굳어지게 됐다.


이외에도 화천엔 딴산, 꺼먹다리, 산소 100리길, 산약초마을 등 둘러볼 곳이 많다. 딴산은 80m 높이의 절벽에서 떨어지는 인공폭포가 장관이다. 산은 산인데 마치 섬처럼 홀로 뚝 떨어져 있어서 딴산이라는 재미난 이름이 붙었다.


꺼먹다리(등록문화재 제110호)는 화천댐과 발전소가 세워지던 일제 말에 철골과 콘크리트로 만든 교량이다. 상판이 검은색 콜타르 목재라서 꺼먹다리라 불린다.


산소 100리길은 화천이 자랑하는 명품 자전거길이다. 북한강을 따라 40km가량 이어지며, 그중 물 위에 뜬 부교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숲으로 다리' 구간이 인기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과 해질 무렵에 특히 아름답다.


화천=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조용준의 여행만리]숲터널 끝의 푸른빛, 치유로 가는 이정표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경춘고속도로 춘천나들목으로 나간다. 46번 국도를 따라 소양 6교를 건너 간척사거리까지 가서 화천 오음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오음사거리에서 간동면사무소와 파로호관광지를 지나 대붕교를 건너면 화천읍이다. 읍에서 460번 지방도를 타면 해산터널까지 약 20km 거리다.


[조용준의 여행만리]숲터널 끝의 푸른빛, 치유로 가는 이정표


△먹거리=비수구미마을에선 산채비빔밥(사진)을 맛봐야한다. 인간극장에서도 소개된 부부가 맛깔스럽게 음식을 내놓는다. 직접 산에서 채취한 나물로 음식을 내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대이리의 평양막국수는 새큼한 닭육수에 닭고기를 찢어 넣고 먹다가 막국수를 말아 먹는 초계탕이 유명하다. 파로호 선착장 가는 길목인 간동면에 있는 화천어죽탕은 잡고기를 갈아 야채와 끓여내는데 담백하고 깊은 맛을 풍긴다. 대이리의 콩사랑은 콩요리 정식, 모듬보쌈 등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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