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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헤이젤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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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헤이젤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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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 ‘리어왕’의 1막 4장에 축구가 등장한다. “You base football player!” 리어왕의 충신 켄트 백작이 무례한 하인 오스월드를 꾸짖으며 하는 말이다. 보통 “축구나 하는 천한 놈아!”라고 번역한다. 그 시절 축구의 폭력성과 축구하는 계층의 비천함을 반영한다는 주장이 있다. ‘무덤에서 파낸 적군의 두개골을 찼다’는 탄생 설화는 축구의 본질이 폭력에 있음을 암시하려는 것 같다. 그러나 축구는 폭력을 깎아내고 규칙과 예절을 입혀 현대 스포츠로 다시 태어났다. 그래도 축구장에서는 가끔 불상사가 벌어진다.


벨기에 브뤼셀의 마하통 거리 135번지에 지은 지 90년 된 경기장이 있다. 1930년 8월23일 벨기에 건국 100주년을 기념해 문을 연 이 경기장을 처음엔 주빌리 경기장이라고 불렀다. 1946년부터 1995년까지는 헤이젤 경기장이었다. 지금은 보두앵 국왕 경기장(Stade Roi Baudouin)이다. 아름다운 라컨 공원이 멀지 않은 곳. 천연잔디로 덮은 피치를 육상트랙이 둘러싸고 있다. 벨기에 축구대표팀과 럭비대표팀의 경기가 대부분 이 경기장에서 열린다. 관중을 5만93명까지 들일 수 있다.


이곳은 주로 축구장으로 사용되어 헤이젤 경기장일 때 전성기를 누렸다. 1958년, 1966년, 1974년, 1985년 유러피언컵 축구 결승이 여기서 열렸다. 1964년, 1976년, 1980년 유럽축구연맹(UEFA) 컵위너스컵 결승전도 열렸다. 1963년 3월6일에 열린 RSC안더레흐트와 던디FC의 경기에 6만4073명이 들어차 역대 최다관중 기록을 냈다. 하지만 이 경기장은 비극적인 참사의 현장으로 세계 축구사를 넘어 스포츠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1985년 5월29일 잉글랜드의 리버풀과 이탈리아의 유벤투스가 유러피언컵 결승에서 만났다. 양 팀의 원정응원단은 각각 2만5000명을 넘었다. 두 클럽의 팬들은 한 해 전 주먹다짐을 벌였고, 그때의 감정이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은 양쪽 골대 뒤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모두 입식 응원석이었다. 주최 측은 리버풀 응원단 쪽 골대 뒤 한 구역을 벨기에 현지 팬들에게 배정하고 두 구역 사이를 비워 중립지역으로 삼았다. 여기에 경찰도 배치했다. 하지만 이 구역에 유벤투스 팬들도 섞여 들어갔다.


리버풀과 중립구역에 자리 잡은 유벤투스 팬들 사이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사슬로 연결한 경계가 그 사이를 가로질렀다. 경계를 사이에 두고 양쪽 팬들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이었다. 킥오프 순간이 다가올수록 충돌은 거칠어졌다. 리버풀 팬들이 경계를 넘어 경찰의 저지선마저 무너뜨리고 유벤투스 팬들에게 달려들었다. 관중석은 아수라장이 됐다. 도망치려는 유벤투스 팬들과 현지 관중들이 한편으로 몰리면서 중립지역 바깥벽이 아래쪽부터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서른아홉 명이 죽었다. 다친 사람만 600명을 넘었다. 이 지옥도(地獄道) 속에 경기가 열려 유벤투스가 1-0으로 이겼다. 축구팬들이 기억하지 않는 승리다. 헤이젤 참사 직후 UEFA는 잉글랜드의 축구 클럽에 5년 동안, 리버풀에는 7년 동안 국제대회 출전을 금하는 징계를 내렸다. 리버풀의 홈구장인 안필드에는 헤이젤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편액이 걸렸다. 헤이젤 경기장은 이후 10년 동안 육상 경기장으로만 사용되었다. 1995년에 고쳐 지으면서 이름도 바꿔 다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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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시인·한국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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