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사회 예정…물류자회사 설립 안건에 오를 것으로 알려져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포스코가 별도의 물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룹사별로 흩어져 있는 물류 창구를 한데 모아 한 해 수조원에 달하는 물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난해 연간 물류비는 전체 매출액의 11% 수준인 6조7000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터미날 등 그룹사의 물류 업무를 통합하면 효율은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전방산업 침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비용 절감을 모색 중이던 포스코 입장에서는 올해 초 드러난 물류업계의 오랜 담합 사실이 물류업 진출을 타진하는 트리거(방아쇠)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코는 2001년 철강제품 운송 용역 사업자 선정 방식을 기존 수의계약에서 입찰로 바꿨다. 그러자 CJ대한통운, 세방, 동방 등 물류 기업들이 입찰 경쟁으로 운송 단가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담합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 18년 동안 총 19건의 입찰에서 국내 8개 물류사가 올린 매출은 총 9318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올해 초 이들 물류사에 총 4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20년 가까이 거래하던 물류사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며 "일반적으로 자체 물류망을 갖춘 대기업과 달리 포스코는 오너가 없고 공공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물류 자회사 설립에 소극적이었으나 담합 사건을 계기로 물류업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관전평했다.
포스코의 물류업 진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만재 회장 재임 당시 거양해운(옛 대주상선)을 인수했으나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자 한진해운에 매각했다. 이후 대우로지스틱스(2009년), CJ대한통운(옛 대한통운ㆍ2011년) 인수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다.
포스코는 연간 8300만t의 제철원료를 수입하고 철강제품 1000만t을 해외로 수출하는 해운·물류업계의 '큰손'이다. 이는 해운 전체 물동량의 10~20%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중소·중견기업 '일감 뺏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포스코 내부적으로는 비용 절감은 물론 계열사별 물류 업무 통합으로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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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재무통 출신인 최정우 회장이 세계 경기 침체 상황에서 현금흐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점도 물류 자회사 설립에 영향을 미쳤다"며 "오너 기업처럼 물류사 설립을 통해 통행세를 받는 개념이 아니라 그동안 불필요하게 새어나갔던 비용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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