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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코로나19, 남북협력에 불어오는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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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코로나19, 남북협력에 불어오는 봄바람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통일부 전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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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찾아왔다. 우리가 코로나19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세계적 석학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결코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다. 바이러스로 말미암은 보건 위기는 일시적이지만 정치·경제적 격변은 수세대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남북 관계에서도 이미 시작됐다.


27일은 2018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여느 때였다면 남북은 2주년을 축하하는 공동 행사를 논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북 관계와는 별개로 코로나19 상황에서 남북 공동 행사는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올해 초 정부는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남북 관계의 운신 폭을 넓히기 위해 남북 협력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을 강조했다. 통일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개별 관광 카드를 의욕적으로 꺼내들었다. 그러나 얄궂게도 코로나19가 이를 방해한 셈이 된 것이다.


코로나19는 비전통적 안보 위협이다. 비전통적 안보는 종래의 군사적 개념인 전통적 안보와 달리 식량·보건·환경·에너지·경제 등 비군사적 이슈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비전통적 안보 위협은 전통적 안보와 비교할 때 3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첫째, 위협이 외부로부터 찾아온다. 둘째, 위협의 원인과 영향이 대부분 지리적 경계에 제한을 받지 않는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셋째, 일시적으로 끝나는 전통적 안보와 달리 비전통적 안보 위협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도 3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행위 주체 간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므로 개방적ㆍ협력적 접근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위협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셋째, 장기적 시각에서 다방면ㆍ다차원적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신인 '연대와 협력'은 이러한 특징에 잇닿아 있다.


코로나19로 부각된 비전통적 안보 협력의 중요성은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의 남북 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문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사람·가축 감염병, 접경지역 재해·재난, 한반도 기후 변화 등 비전통적 안보 분야에 대한 남북 공동 대응을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비전통적 안보 협력은 교착 상태에 있는 남북 관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전통적 안보 위협까지도 극복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비전통적 안보 문제에 관한 남북 협력은 일방적 시혜성 사업이 아닌 상호 호혜적 협력이 가능한 긍정적 게임이라는 점에서 그간의 남북 협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비전통적 안보 협력은 인권·경제·건강·환경 등 인간 삶의 질을 포괄적으로 제고하면서 남북 주민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기 때문에 남북 관계에 대한 이념적 스펙트럼에 상관없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남북이 공통의 적을 상대로 함께 대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호 간 신뢰를 축적하고 항구적 평화 정착으로 가는 지름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북 간 장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남북 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북한이 다자협력의 틀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선언 2주년을 계기로 한반도의 판을 바꾸는 남북 수뇌부의 결단을 기대한다. 코로나19가 한반도의 봄에 찾아온 꽃샘추위일 수도, 따뜻한 봄바람일 수도 있다. 양 당국의 결단에 달려 있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통일부 전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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