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하고 차마시고…아베 총리 '외출 자제 당부' 영상 올렸다가 뭇매

아베 "집에 머무르며 협력 부탁" 외출 자제 당부
日 국민 "코로나19 사태에 부적절한 영상" 비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SNS에 자신의 일상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진은 반려견과 여유를 즐기는 아베 총리의 모습/사진=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트위터 캡처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일본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8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SNS에 자신의 여유로운 일상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아베 총리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영상을 올리고 "친구와 만날 수 없다. 회식도 할 수 없다. 단지 이런 행동만으로도 여러분은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가혹한 현장에서 분투하는 의료진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서 "한분 한분 협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외출 자제를 거듭 강조했다.

56초 분량의 공개된 영상에는 집에 머물며 차를 마시고, TV를 보고, 반려견과 여유를 즐기는 등 일상생활을 하는 아베 총리의 모습이 담겼다. 또 여기에 '집에서 춤추자'라는 노래를 부르는 일본의 인기 가수 호시노 겐의 영상도 첨부했다.

아베 총리는 또 다른 게시물을 올리면서 "과거의 일상을 잃어버린 지금도 우리는 SNS나 전화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느낄 수 있다"면서 "언젠가 반드시 모두가 모여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때가 온다. 그런 내일을 만들기 위해 오늘은 집에 머무르며 협력하길 부탁드린다"고 재차 당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SNS에 자신의 일상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진은 소파에 앉아 독서 중인 아베 총리의 모습/사진=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트위터 캡처

그러나 일본 시민들은 아베 총리의 영상을 두고 부적절한 것이 아니냐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한 시민은 아베 총리의 트윗에 답글을 남기고 "왜 이런 시국에 태평하게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있는 영상을 게시하는 건가"라며 "당신에게는 권한이 있고, 시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 진두에 나서서 확실히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시민도 "그냥 한가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비상사태에 '총리가 집에서 한가하게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면서 "해외에서도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일본 누리꾼들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다들 필사적인데 반려견과 놀고 차를 마시고 TV를 보고 있다. 병원이라도 방문해야 하는 것 아니냐", "총리가 국민을 위해 할 일은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활을 보호해 국민이 안심하고 집에 있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총리가 보여야 국민이 안심하고 집에 있을 수 있다", "호시노 겐의 인기를 이용하지 말라"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날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까지 31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500명 추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일본 내 누적 확진자 수는 일본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 712명을 포함해 8135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