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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냄새, 그 선을 안 넘었다면 공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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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이 말하는 봉준호의 세계'와 '오웰의 코'

[이종길의 가을귀]냄새, 그 선을 안 넘었다면 공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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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럼, 우리가 비누를 제각각 다른 걸 써야 하나(기택)."

"아버지, 저희 빨래 세제도 각자 다른 향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섬유유연제도 그렇고(기우)."

"아니 그러면 빨래를 사람별로 다 따로따로 돌리란 말이야? 참나(충숙)."

"그게 아니라 반지하 냄새야. 이 집을 떠나야 냄새가 없어진다고(기정)."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 가족이 회식하며 나누는 대화다. 온가족이 취업에 성공하자 집에서 소갈비를 구워 먹으며 맥주를 마신다. 술자리의 화두는 냄새. 퇴근 직전 다송이 한 말이 마음에 걸린다. "어! 똑같다. 둘이 냄새가 똑같애. 제시카(기정) 선생님한테서도 비슷한 냄새가 나는데."


봉준호 감독은 다송이 기택과 충숙에게 다가가 킁킁거리는 장면을 스태디캠 카메라로 부드럽게 연결한다. 두 사람이 냄새로 이어져 있다고 강조하기 위해서다. 다송이 특유 냄새를 잘 알아채는 것은 계급의 벽에 갇혀 상층에서만 지냈기 때문이다. 부모인 동익이나 연교보다 그런 냄새를 맡아볼 기회가 적었다.


[이종길의 가을귀]냄새, 그 선을 안 넘었다면 공생했을까


물리적 근접은 엄격하게 선을 그어 압박하면 어느 정도 분리된다. 그러나 화학적 접근은 다르다. 냄새는 아무리 조심해도 결국 선을 넘는다. 서로 떨어져 일했거나 살아갔다면 '기생충'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절정에서 나타나는 파국은 예고된 결과나 다름없다.


이동진 평론가가 쓴 '이동진이 말하는 봉준호의 세계'는 봉 감독의 장편영화 일곱 편을 다양한 시각에서 논한다. '기생충'의 경우 신 189개를 상세히 해설한다. 아울러 깊이 있는 인터뷰로 봉 감독의 인간적 매력과 작품 세계를 동시에 들여다본다. '기생충' 속 갈등에 대해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물리적으로도 그렇지만 상층이 부를 어떻게 누리고 살아가는지 낱낱이 알 수 있는 현대의 상황에서는 정신적 부대낌 역시 만만치 않다. 동익과 연교의 저택에 세 가족이 공존하고 있을 때 생겨나는 이 영화 속 갈등 양상은 흡사 현대인의 계급적 공존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히스테리와 광기를 하나의 공간 안에 축약해 은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종길의 가을귀]냄새, 그 선을 안 넘었다면 공생했을까


히스테리와 광기는 냄새 때문에 폭발한다. 기택은 동익과 다송, 연교로부터 세 차례나 냄새를 지적당한다. 그때마다 자기 몸 냄새를 맡으며 비참한 생각에 잠긴다. 동익이 근세의 몸 아래 깔린 차 열쇠를 끄집어내는 걸 목도할 때도 마찬가지다. 동익이 노골적으로 코를 쥐는 순간 식칼을 집어 든다. 기택의 냄새는 근세의 악취와 같지 않다. 하지만 그는 나쁜 냄새의 근원에서 자기의 민낯과 마주했다. 애써 선을 그어 구분할 수 없었다.


"근세가 오랫동안 땅 밑에서 살아와 밴 체취에 꼬챙이가 옆구리에 박혀 사경으로 흘러나온 피비린내가 더해진 냄새다. 말하자면 지하생활자의 삶과 죽음이 합쳐진 계급의 총체적 냄새다. 그게 경멸당하는 순간, 계급의식에 막 눈을 뜬 또 다른 지하생활자의 분노를 피할 수 없다."


[이종길의 가을귀]냄새, 그 선을 안 넘었다면 공생했을까


냄새를 매개체로 한 비극적 세계관은 봉 감독과 가진 인터뷰에서 더 명확하게 나타난다.


"'너 입 냄새 나.' 이렇게 내쏘아버리면 파국이 되는 거잖아요(이동진)."

"가장 무례한 일이기에 거론하기 힘든 거죠(봉준호)."

"그런 상황에서 동익은 일부러 피고용인을 모욕 주려고 그 말을 한 게 아니란 말이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말은 상대의 가장 기본적인 자존심을 건드리는 흉포한 말이 된 것이잖아요(이동진)."

"피고용인뿐만 아니라 나중에 말이 확대되잖아요? '지하철 타는 분들 특유의 냄새가 있거든.' 이런 말을 공식 석상에서 했다간 정말 큰일 나죠. 만약에 공무원이었으면 공직에서 해고될 법한 말일 거예요. 개ㆍ돼지 발언에 버금갈 만한 거니까요. 다행히 자기는 사적 공간에서 그걸 중얼거렸다고 생각했지만 불행히도 그걸 듣는 사람이 있었던 거죠. 비극의 씨앗이 거기서부터 잉태되는 겁니다(봉준호)."


[이종길의 가을귀]냄새, 그 선을 안 넘었다면 공생했을까


냄새나는 시대를 외면하지 않는 깨끗한 의지는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1903~1950)의 문학에서도 나타난다. 노동계급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낸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 대표적인 예. 특유의 유머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싸구려 하숙집 풍경과 탄광 안의 모습, 광부들의 임금, 재건축 문제 등을 열거한다.


영국의 문학평론가 존 서덜랜드가 쓴 '오웰의 코'는 이를 냄새강박에 주목해 짚어본다. 가장 눈여겨보는 대목은 노동자의 냄새다.


"이것은 요즘 사람들이 발화하기 두려워하는 무서운 네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 내 어린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자주 회자되던 말이었다. '하류층 사람들은 냄새가 고약하다.' …그것은 궁금해할 여지가 전혀 없다. 공장 종이 울리기 전 직장으로 서둘러 가야 하는 상황에서 새벽에 하는 목욕은 즐거운 일이 아니며 중노동이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종길의 가을귀]냄새, 그 선을 안 넘었다면 공생했을까


'오웰의 코'는 오웰이 미얀마에서 겪은 경험을 대입한다. 당시 오웰은 미얀마인에게서 나는 오싹한 냄새를 혐오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그가 역겹다고 생각한 이는 다른 계급의 영국 군인들과 진보의 냄새에 쏜살같이 달려오는 여성들, 샌들 신는 자들, 수염 기른 과일 주스를 마시는 자들이었다.


오웰은 서구 계급간 차이의 비밀을 마주하면서 하층민의 심각한 어려움에 대해 정확히 이해했다. 그에게 계층이란 봉 감독처럼 냄새의 문제였다. 어쩌면 '기생충'과 같은 비극을 이미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통해 충분히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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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이 섬나라에서 사회주의는 더 이상 혁명과 독재자 전복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그것은 괴팍함과 기계 숭배,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멍청한 광신적 추종의 냄새를 풍긴다. 그 냄새를 빨리 제거하지 않는다면, 파시즘이 승리할 수도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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