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2018년 6월 '데이터 산업 활성화 전략'을 의결했다. 주요 선진국이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요인으로 데이터를 꼽아 적극 육성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데이터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보다 한달가량 앞선 그 해 5월 국회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는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개인정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놨다.
정부는 관련업계, 시민단체와 수차례 의견을 나눠가며 개인정보보호법 개선방향을 마련했다. 2018년 11월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맡고 있던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인정보와 관련한 개념을 개인정보ㆍ가명정보ㆍ익명정보로 나누는 한편 서로 다른 기업이 가진 데이터를 별도의 전문기관이 결합하거나 반출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았다. 개인정보 보호기능을 강화하는 내용도 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같은 날,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사항을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하는 한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감독주체로 명시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신용정보법 개정안도 이날 접수됐다.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한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하고 통계작성이나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해서는 신용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일부 국회의원을 제외하곤 여야간 이견을 많이 줄인데다 정부도 적극 나섰지만 논의는 더뎠다. 국회 파행과 정쟁으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 개정안별로 상임위에서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논의가 길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시급히 처리해달라고 촉구했으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다음 달 "데이터산업은 미래 산업의 원유"라며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에서도 가명정보 개념을 두고 개정안 처리 시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봤다.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공ㆍ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각 기업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개인정보보호법 체계의 근간을 흔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헌법이 인정한 기본권인데, 개정안을 두고 위헌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의당 김종대ㆍ추혜선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이들 개정안 투표에 앞서 토론자로 나서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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