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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올해만 50번 낙방, 면접 트라우마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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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G밸리 우수기업 채용박람회' 가보니
취준생 600여명 몰려 인기 부스에는 대기줄
벤처들 신입 가르쳐 키우겠다 의지 있지만
직무 관련 경험 따져 막막한 취준생들

[르포]"올해만 50번 낙방, 면접 트라우마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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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올해부터 취업을 준비 했는데 면접만 50번 떨어졌어요. 압박면접을 보고난 후로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2차 면접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채용 취소됐다고 했을 땐 정말 허무했어요."


스물 여덟 살 취업준비생 이강훈(가명) 씨가 면접관에게 작은 글씨로 빽빽히 채운 자기소개서를 내밀었다. 이 씨는 외국대학을 졸업했고 대학원에서 경영ㆍ인사를 전공했다. 컴퓨터ㆍ주변기기 제조 벤처기업 위더스컴퓨터의 유충식 전무는 "글씨가 작아 안 보이겠는데"라며 미소를 지었다. 유 전무가 "영업직 지원하셨는데, 영업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뭐라고 생각해요?"라고 물었다. 이 씨는 "자신감과 겸손함"이라고 답했다.


유 전무는 '중소기업에 지원하고 싶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우리회사에 지원했느냐'고 물었다. 유 전무는 지원자들에게 이 질문을 빼놓지 않았고 대다수가 얼버무렸지만 이 씨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 씨는 "중소기업에서는 노력하는 만큼 제 성과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답했다. 유 전무가 "희망연봉이 높네요, 중소기업은 3000만원 이상 주기 힘든데…"라고 말했다. 이 씨는 "희망연봉으로 적은 거라 괜찮습니다"고 답했다. 복싱이 취미였던 이 씨는 구직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어서 10kg 넘게 체중이 불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르포]"올해만 50번 낙방, 면접 트라우마 생겼어요"


26일 서울 구로구 지밸리컨벤션에서 열린 '2019 G밸리 우수기업 채용박람회'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특성화고 학생부터 대학생, 취업준비생 600여명이 몰렸다. 채용공고 게시판을 들여다보던 취업준비생 중에서는 관심있는 기업의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기도 했다. 인기있는 벤처기업 부스 앞에는 면접 대기줄이 이어졌고 빼곡히 채운 입사지원서를 안고 초조하게 자신의 면접 순서를 기다리는 취업준비생들도 눈에 띄었다.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했지만 기약 없는 임용고시 대신 영업직군 취업을 노리는 박범준(가명)씨도 서너 군데 면접을 봤다. 박 씨는 "학원 강사도, 기간제 교사로도 일해봤지만 불확실성에 시간을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며 "전공이 다르니까 눈을 낮춰서 중소기업들도 원서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인턴 경험을 높이 평가하다보니 인턴 합격하기가 더 어렵다"며 "알바도 관련 직종으로만 해야하고, 눈을 낮춰도 취업문이 좁다"고 했다.


전자ㆍ컴퓨터 전공자들에게도 취업이 막막한 것은 매한가지다. 전자ㆍ전기공학을 전공한 정희준(가명)씨는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친구들은 스펙 면에서 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신입을 뽑으면서도 경험이나 경력을 따지는 곳이 많다"고 했다.


[르포]"올해만 50번 낙방, 면접 트라우마 생겼어요"


채용박람회에 부스를 차린 30개 기업들은 구로에 둥지를 튼 중소ㆍ벤처기업들이다. 채용박람회 행사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IT업종은 경력직을 선호하지만 박람회에 참여한 벤처기업들은 가능성 있는 신입을 뽑아 가르쳐서 키우겠다는 의지가 크다. 의료기기 제조 벤처기업 A사 인사 담당자는 "제품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해서 자기개발 의지가 높은 친구들을 뽑으려고 한다"며 "입사지원서에서도 왜 휴학을 했는지,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준비 과정을 눈여겨 봤다"고 말했다.


GIS 분야 SW기업인 선도소프트 인사담당자는 "CEO가 사내교육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가능성을 보고 밀어주자는 기업 철학을 갖고 있다"며 "자기소개서에서도 동아리 등 대외활동,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무엇을 공부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이미지 메이킹ㆍ이력서 컨설팅 등 부대행사 부스들이 단연 인기였다. 이력서 컨설팅을 맡은 강사 정혜경 씨는 "구직자들이 채용정보 사이트에서 가져온 양식에 맞춰서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강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처럼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방식의 자기소개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씨는 "한눈에 자신의 성향이 드러나게, 과감하면서도 참신하게 자기소개서를 써야한다"며 "기업에서도 밝고 자기 어필을 잘 하는 인재를 선호한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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