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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웅의 행인일기 60] ‘아담의 창조’ 아래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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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웅의 행인일기 60] ‘아담의 창조’ 아래서 ① 윤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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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의 작은 성당. 연간 500만명이 찾아오는 바티칸 방문 최고의 하이라이트. 여기는 시스티나 성당입니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사람들. 너나없이 숭고미에 압도됩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1512)'는 성서 창세기의 주요 사건을 재현한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입니다. 세상 창조부터 노아의 홍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33부분으로 나눠 제작했지요. 주요 주제는 타락과 심판. 이는 미켈란젤로의 성경 이해 방식이지만 16세기 로마 가톨릭의 타락에 대한 그의 심경이기도 합니다.


전대의 교황은 부정한 방법으로 교황 자리에 오른 뒤 온갖 악행을 저질러 사람들을 경악시킵니다. 뒤를 이은 교황 역시 영토를 확장하려는 전쟁광이었지요. 그러니 천장화의 예술가는 창세기 이야기로 가톨릭의 타락에 경종을 울리려 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천장화 중 '아담의 창조'에 주목합니다. 두 번에 나눠 써야 할 만큼 호기심이 넘치지요. 야훼와 아담의 첫 만남은 인류가 경험하는 모든 이진법의 강렬한 상징입니다. 위와 아래. 삶과 죽음. 조물주와 피조물…. 둘 사이엔 창조와 교감, 제작과 소통의 문제가 숨어 있지요.


그림은 하느님이 아담을 만드신 이후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 장면입니다. 창세기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지요.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코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이 진술과 미켈란젤로의 그림 사이에는 흥미로운 차이점이 있습니다. 최초의 인간 아담에게 하느님의 '루아(ruah)'가 전해지는 방식이 그것입니다.


히브리어 루아는 '생기, 영, 영혼, 생명, 숨결, 성령' 등으로 번역하는데 하느님이 루아를 어떻게 전하는가에 대한 정보는 창세기에 없습니다. 하느님이 입이나 코나 손바닥이나 그 어떤 방식으로 루아를 전하는지 창세기는 말하지 않습니다. 초기의 성경 기록자들은 하느님이 형체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랬을 테지요. 아무튼 하느님이 흙으로 빚은 아담의 코에 루아를 불어넣으시자 그는 비로소 최초의 사람이 됩니다.


창세기의 이 대목은 인간의 조건에 대한 중요한 시사를 제공합니다. 물질만으로는 인간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인간은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을 비롯한 무수한 물질로 구성돼 있습니다. 세포의 수만도 60조개나 된다고 합니다. 다른 생명체들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존재하지요.


그런데 하느님은 만물을 창조하신 이후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성질을 아담에게 주십니다. 그것이 바로 '생명의 숨결'인데 이것은 살아서 활동하는 모든 우주적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인간에게만 있는 '특별한 어떤 것'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많은 사람은 특별한 어떤 것이 영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 영혼은 하느님의 본질인 동시에 하느님과 인간이 공유하는 것으로 믿습니다. 미켈란젤로도 굳게 갖고 있던 믿음이지요. 그런데 그는 영혼의 전달 과정을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지상과 천상의 공간을 대담하게 분할해 하느님의 손가락과 아담의 손가락을 닿을 듯 가까이에 이끄는 것입니다. 미술사에서 처음 시도된 디자인이지요. 손과 손가락이 교류와 소통의 상징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것입니다.


[윤재웅의 행인일기 60] ‘아담의 창조’ 아래서 ①

이 모티프는 영화 'ET(1982)'에서 주인공 소년과 ET의 생명교감의 순간에 차용되기도 하지요. 엘리엇의 아픈 손가락으로 다가가는 ET의 손가락에 빨간 불이 켜지는 순간은 '아담의 창조'의 명백한 변용입니다.


신의 창조 행위를 나타내는 강렬한 시각 상징은 무엇일까요. 흙을 주물러서 물체를 만드는 손의 기능에 대한 공감! 조각가의 자존감이 어찌 이 손 속에 개입하지 않겠습니까. '아담의 창조'는 '손이 창조의 진정한 주체'라고 말합니다. 인류 최고의 조각가에게 회화를 그리라고 명령한 교황. 그에게 대응하는 예술가의 멋진 방식이지요.


미켈란젤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하느님이 아담에게 영혼을 전하는 순간을 손을 통해 포착합니다. 아담은 잠에서 막 깨어난 눈빛으로 손가락을 뻗어 신의 손가락과 접촉을 시도하지요. '손은 소통의 주체'로 거듭 태어납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과정을 통해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얼굴을 처음 보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 얼굴은… 맙소사! 미켈란젤로를 닮았습니다. 하느님은 이야기를 통해 아담을 창조하지만 미켈란젤로는 그림을 통해 하느님을 창조합니다. 예술은, 보란 듯이, 신을 창조합니다.


당신의 손을 보세요. 당신이 일을 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손입니다. 누군가와 접촉한다면 손이 먼저 전령으로 나서지요. 우리가 저마다 유전자가 다른 것처럼 손가락은 기능이 조금씩 다릅니다. 하지만 대상을 붙잡기 위해선 하나로 모여야 하지요. 붙잡는 건 기능적 요소만이 아닙니다. 생각을 올바로 붙잡는 걸 '도(道)'라 합니다. 득도(得道)! 신과 하나 되기! 인류는 그렇게 진화해 왔습니다. 손과 손가락 안에 우리 삶의 지혜가 다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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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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