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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냄새까지 구별해낸다는 '천재' 조향사가 만든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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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창업주 조 말론, 어머니 도와 샤워오일 팔다 브랜드 론칭
일반인보다 1000배 뛰어난 후각 능력으로 조향업계 장악
새 수장 '셀린 루', 프레그런스 컴바이닝 개념 도입해 '니치향수' 업계 대명사로 성장

암세포 냄새까지 구별해낸다는 '천재' 조향사가 만든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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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독일의 유명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대표작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냄새에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 장바티스트 그르누이가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비극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 속 그루누이의 후각 능력은 한 번 맡은 향을 성분들의 비율을 계산하지 않고도 재연해낼 정도로 뛰어난 인물로 그려진다. 지난 2007년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작품을 본 관객들은 "그루누이같은 천재 조향사가 만든 향수는 어떤 향일까"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실제로 '향수' 속 주인공만큼 냄새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조향사가 있다. 영국의 고급 향수 브랜드로도 잘 알려진 조향사 '조 말론(Jo Malone)'이다. 조말론이란 브랜드를 탄생시킨 창업주 조 말론의 후각은 암 환자를 판별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나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2003년 유방암 판정을 받은 이후 암세포 특유의 향을 맡을 수 있다는 것. 영국 의학 탐지견 센터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조 말론은 10만 방울 중 1방울의 화학 물질이 들어간 병을 찾아내며 증명됐다. 센터는 조말론의 후각 능력을 고도로 훈련된 탐지견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심지어 그녀는 색이나 소리의 향도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조 말론이 향수에 관심을 가진 건 어머니의 영향이었다. 피부관리사였던 어머니를 도와 페이셜 크림을 만든 게 시작이었다. 10대였던 조 말론은 난독증이 심했던 탓도 있었으나 어머니와 다섯 살 터울의 동생을 돌봐야 해 학교까지 그만두고 어머니를 도왔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레시피대로 화장품을 만들었지만, 어머니의 건강 악화로 피부관리실을 자신이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샤워 오일을 직접 만들었다. 방문고객 선물용으로 제작했던 이 샤워 오일은 독특하면서도 향기로운 냄새 때문에 입소문이 퍼졌다. 이 오일의 향은 지금도 조말론에서 '너트맥 앤 진저'란 이름으로 판매 중이다.


이처럼 어머니를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 그녀의 재능을 발견하게 한 계기가 됐다. 샤워 오일로 동네에서는 유명세를 떨쳤으나 그녀는 '향'에 집중하기 위해 피부관리실을 정리한 후 조향을 배워 1994년 서른의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딴 향수 브랜드 '조말론'을 출시했다.

암세포 냄새까지 구별해낸다는 '천재' 조향사가 만든 향수 조말론의 창업주 조 말론 [출처- 조 러브스]

천부적인 재능으로 탄생한 '조말론'

조말론은 론칭하자마자 승승장구했다. 향수 원료로 잘 사용하지 않는 작약이나 블랙베리, 오이, 얼그레이 등을 사용했다. 후각 능력이 뛰어난 그녀였기에 가능한 배합이었다. 이런 독특한 원료를 사용한 덕에 차별화된 향수를 내놓을 수 있었고, 이는 영국 상류층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런던에서 고급 주택가를 찾으려면 조 말론 매장을 찾으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조말론은 론칭 1년 만에 목표매출의 5배를 달성했다.


4년 만에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도 본격화됐다. 1998년 뉴욕에 첫 매장을 오픈한 뒤 유명 모델, 가수들을 찾아가 제품을 선물했고, 뉴욕에 사는 친구들에게 조말론 쇼핑백을 들고 시내를 누비도록 부탁했다. 그렇게 입소문을 내는데 성공했고 뉴욕 진출 반년 만에 100만 달러(약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업의 규모가 커지자 경영과 향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기 힘들어진 조 말론은 브랜드를 경영해 줄 파트너를 찾았고, 1999년 바비브라운, 아베다 등을 소유한 에스티로더(Estee Lauder)에 조말론을 매각했다. 공식 발표한 바는 없으나 매각가는 당시 수백만 달러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이후에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역할을 해왔으나 2003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2006년에는 자신의 모든 지분을 에스티로더에 매각했다. 하지만 에스티로더는 그녀의 뛰어난 재능을 경계했다. 에스티로더에 있을 때는 유능한 인재였지만, 에스티로더를 나가는 순간부터 적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에스티로더를 조 말론에게 '5년 동안 동종업계에서 일하지 않겠다'는 조항에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조 말론은 당시를 "매일매일 향이 떠올랐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고 회상한다. 그렇게 5년이 지난 2011년에는 조말론의 두 번째 브랜드 '조 러브스(Jo loves)'를 론칭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암세포 냄새까지 구별해낸다는 '천재' 조향사가 만든 향수

조 말론이 빠진 '조말론'을 채운 '셀린 루'

이런 이유들로 2006년 이후 조말론에서 출시된 향수들은 조 말론의 작품이 아니다. '조 말론이 빠진 조말론은 더 이상 조말론이 아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2009년 에스티로더는 조말론의 수장으로 '셀린 루(Celline Roux)'를 영입했고, 이를 계기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셀린 루는 조 말론 만큼 후각 능력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 건 아니었으나 수십 년 동안 에스티로더 메이크업 부문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향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프레그런스 컴바이닝(Fragrance combining)'이란 개념이다. 셀린 루는 "그날의 향 조합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드레스를 더욱 완벽하고 가장 특별하게 해 주는 목걸이, 신발, 가방과 같다"며 향수에 다른 향수를 레이어링하는 방식으로 '나만의 향', '그날의 향'을 만드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향수는 다른 향수와 섞이면 향이 변질되고 되레 독해지거나 역한 향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향을 합쳤을 때 더욱 풍부한 향이 날 수 있도록 향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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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된 조말론 향수들은 기존 조말론 향수들과 레이어링 테스트를 한 뒤 여러 향을 겹쳐도 풍부한 향을 낸다. 또 조말론의 새로운 프리미엄 라인인 '코롱인텐스 콜렉션'도 셀린 루의 아이디어다. 이렇듯 조 말론은 조 말론이 없어도 괜찮았다. 오히려 셀린 루 덕에 조 말론은 사업적으로는 더욱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조 말론이 니치향수(극소수를 위해 만들어진 프리미엄 향수)계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도 셀린 루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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