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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명품 사면 나도 상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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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플리 효과'와 방탄소년단 RM의 백팩

[요즘사람]명품 사면 나도 상류층? 상품 소비를 통해 그 상품을 소비할 예상 계층에 속한 듯한 느낌을 받는 현상을 '파노플리(Panoplie) 효과'라고 합니다. [그림=오성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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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명품을 사면 나도 상류층이 되는 것일까요? 명품을 산다고 상류층이 되지는 않겠지만, 상품 소비를 통해 그 상품을 소비할 예상 계층에 속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파노플리(Panoplie) 효과'라고 합니다.


경기가 좋거나 나쁘거나 상관없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 명품백이나 시계, 모피 등 값비싼 제품입니다. 주요 백화점이 올초 진행한 모피·명품패딩 특별전에서는 수백만원짜리 제품이 비치하기가 무섭게 팔려 나갔습니다. 지난 1월 롯데백화점의 명품 패딩할인전과 신세계의 모피 클리어런스 행사 등 명품관련 할인행사는 '완판'이 아니면 이상할 정도입니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이런 추세는 보다 명확합니다. 지난해 핸드백(가죽제품·HS코드 420221) 수입액은 8억2446만달러(약 9374억원)를 기록,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전년도(7억562만달러) 대비 16.8% 증가한 것인데 10년 전보다 4배 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매출도 확실하게 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명품 매출은 18.5% 신장한데 이어 올해도 1월 17.4%, 2월 25.6%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11.6%와 6.4%가 늘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의 1~2월 명품 매출도 30% 넘게 증가했고,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명품 매출은 16% 늘었습니다. 명품을 향한 사람들의 애정은 꺼지지 않는 횃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을 파노플리 효과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파노플리 효과에 가장 민감한 세대가 20~30대,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명품 소비의 큰손은 중장년층이지만 '가격이 비싸더라도 나만의 만족감을 위해' 거리낌없이 명품에 투자하려는 밀레니얼 세대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연령별 명품 매출신장률은 20대가 30.6%로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40, 50대 신장률은 10%대였습니다. 현대백화점도 2015년 9.1%에 불과하던 20대 명품 매출신장률이 지난해 28.5%까지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30대는 5.5%에서 14.1%로 두배 넘게 올랐습니다. 50대의 신장률은 9.9%에서 7.1%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이들은 왜 명품을 사는 것일까요? 직장인 최보라(33·가명)씨는 최근 A백화점에서 900여만원 상당의 에르메스 린디백을 구입했습니다. 최씨는 "린디백을 사려고 한달 넘게 대기자명단에 올려놓고 기다렸다"면서 "얼마 전 회사에서 받은 성과급으로 샀는데 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최 씨는 "리셀샵이나 해외 직구를 통해 명품을 사는 친구들도 많은데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를 위한 선물',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라는 최씨의 말에 정답이 있습니다. 상품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유명 브랜드의 커피를 마시거나 명품을 소비하는 현상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노플리 효과입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값비싼 등산복 브랜드가 유행하고, 명품화장품이 인기를 끄는 것 역시 파노플리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노플리는 '집합(Set)'이라는 뜻입니다. 판지에 붙어있는 장난감 세트처럼 같은 맥락을 가진 상품의 집단이란 의미입니다. 1980년대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소비자의 상품구매에는 한 사람의 이상적 자아가 반영된다"고 주장하면서 알려진 현상입니다. 보드리야르는 "계급이 없어진 현대 사회에서 명품을 구매하면서 상류계급 의식을 느끼고, 명품 브랜드가 새로운 계급사회를 만들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요즘사람]명품 사면 나도 상류층? 굳이 명품백을 들지 않아도 돋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RM의 가방(백팩)이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파노플리 효과는 과소비를 유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명품을 산다고 상류층이 되지는 않겠지만, 명품을 구매함으로써 상류층에 속한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순기능일까요? 역기능일까요?


요즘 중국에서는 18~35세의 젊은 소비자들이 최대 명품 소비 계층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2017년 중국시장에서 명품 판매 규모는 약 1420억위안(약 23조원)으로 전년 대비 20%나 늘었습니다. 명품 판매 성장률이 이렇게 높아진 것은 유행에 민감하고, 명품 소유욕이 높은 젊은층의 구매력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2025년경 중국 명품브랜드 시장 매출의 46%는 밀레니얼과 Z세대 같은 젊은층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문제는 이들 젊은층의 소비는 과소비라는데 있습니다. HSBC은행은 최근 조사에서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중국 젊은층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850%에 달한다고 우려했습니다. 명품을 사기위해 대출을 받다 부채의 나락에 빠진 것이지요. 많은 젊은이들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부채를 떠넘겨 문제시 되고 있는 것입니다.


부유한 가정은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이라면 온가족이 부채에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젊은층의 무분별한 소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젊은층 과소비는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겠지요. 명품브랜드가 주는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마케팅은 성공한 것이고, 나아가 소비를 촉진해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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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플리 효과는 물질만능주의 폐해일까요? 아니면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는 도구일까요?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도 좋고, 취향도 존중합니다. 굳이 명품백을 들지 않아도 돋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RM의 가방(백팩)이 주목받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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