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맥주 카스, 출고가 인상…병맥주·생맥주 가격 올라
1위 소주 참이슬, 인상 검토…처음처럼 등 인상 가능성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술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주류업체에서 출고가격을 인상하거나, 주류 도매상의 공급가 조정이 확산되면서 식당과 술집, 슈퍼마켓, 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소주와 맥주 값이 요동치고 있다. 이제 소주와 맥주 한병 값이 평균 5000원에 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맥주 브랜드 '카스' 가격이 다음달부터 오른다. 오비맥주는 4월4일부터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5.3% 인상한다.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147.00원에서 1203.22원으로 56.22원 오른다. 인상률로는 4.9%다. 오비맥주의 출고가 인상은 2016년 11월 이후 약 2년 5개월 만이다. 원재료 가격 및 제반비용 상승으로 인해 가격을 올리게 됐다는 입장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제반 관리비용 상승 등 전반적인 경영여건을 감안할 때 출고가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원가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나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카스의 출고가 인상으로 판매 가격 역시 줄줄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유통채널별로 소비자가격 차이는 있지만 가정용 맥주기준으로 100~200원가량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편의점에서 일반적으로 카스 500㎖ 병맥주 제품은 현재 1900원선에 판매되고 있다.
현재 식당과 업소 등에서는 평균 4000원대에 팔리고 있다. 고급 주점 등에서는 5000원에도 판매된다. 이에 따라 이제 5000원대가 보편적인 가격이 된다. 고급 음식점·주점 등에서는 6000원까지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 경기, 충남을 비롯한 각 지역 일부 주류도매업소는 거래 식당, 업소 등을 대상으로 다음달 7일 공장 출고분부터 카스·프리미어OB 생맥주 등의 한 통(2만㏄) 가격을 10%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식당, 업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생맥주 가격을 기존보다 500~1000원 인상할 것으로 보여 생맥주 한잔 가격도 5000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위 브랜드의 가격인상은 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역시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2016년에도 오비맥주 가격 인상 이후 하이트진로도 출고가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다만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측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부터 국세청이 필요시 주류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주류가격명령제도 폐지돼 업체들의 부담도 덜한 상황이다.
주류가격 명령제는 주세 보전 등을 위해 국세청장이 주류 가격에 관해 조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도로 1949년 마련됐지만 주류업계의 자율 경쟁을 제한하는 조항으로 지적되면서 올해 신고제로 전환됐다. 그동안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주류업체가 가격을 인상하기 전 정부 당국과 사전 협의를 진행해왔다. 2011년에는 오비맥주가 가격 인상을 추진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적도 있다.
소주 가격 역시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주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 하이트진로가 1위 브랜드 참이슬 출고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측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곧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정통한 한 관계자 역시 "주류업계는 일반적으로 1위 브랜드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이후 업체들의 참여가 이어진다"면서 "참이슬 역시 주정 원재료의 원가 부담이 심해지고 있어 더 이상은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하에 인상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속되는 경쟁과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소주 가격이 인상될 경우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은 지난해의 40%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해 연말부터 주류 도매상들의 소주 공급가 조정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슈퍼마켓에서 1400원에 판매하던 소주 한병값이 1500원으로 오른 곳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1600원에 판매하는 곳도 많다.
서울 지역 식당의 평균 소주 가격의 경우 4000원대지만, 강남을 중심으로 5000원대로 조정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고급 술집이나 식당에서는 6000원대로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내달 정부가 주류세 개편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카스의 기습 가격 인상에 대한 뒷말도 나온다. 정부가 내달 종가세에서 종량세로의 전환을 골자로 하는 주세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종량세로 바뀌면 소주값은 오를 수 밖에 없고, '수입맥주 4캔=1만원' 행사가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에 소비자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소주·맥주의 가격이 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세 과세 개편을 진행한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오비맥주가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수입맥주에 치여 하락한 국산맥주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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