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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부과제척기간의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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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부과제척기간의 역주행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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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입춘ㆍ우수를 지나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의 목전이다. 얼마 전까지 맹위를 떨치던 한파도 춘풍(春風) 앞에서 속절없는 듯하다. 동장군의 위세도 계절의 흐름에 꺾이듯이 과세관청의 부과권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과세권의 소멸기간이 부과제척기간인데, 조세법률관계의 장기간 불안정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부과권이 일정 기간 행사되지 않으면 납세의무가 소멸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 기간은 최초 소득세, 상속세 등 5년, 기타 국세 2년에서 출발해 국내 거래의 부정행위는 10년, 국제 거래의 부정행위는 15년 등으로 연장돼왔다. 올해 들어 다시 국제 거래의 부과제척기간을 종전 과소신고 5년, 무신고 7년에서 각각 7년, 10년으로 상향했고, 조세정보를 해외 과세당국으로부터 받은 경우에는 정보수령일로부터 1년간으로 늘리는 특례부과제척기간 조항을 신설했다. 부과제척기간의 지속적 연장 추세이다.


'제척기간'은 로마법상의 소권(action)에서 유래한다. 초기 로마법은 영구적 소권(action perpetual)을 인정해 모든 권리가 시간의 제약 없이 행사됐다. 그러나 이로 인해 법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되자 테오도시우스 2세는 칙법을 통해 시민법상의 소권에 30년의 제한을 두게 됐다. 유스티니아누스 법전도 이를 계수해 30년을 권리의 소멸기간으로 보았는데, 부과제척기간 개념도 그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로마법과 맞닿아 있다. 부과권의 제척기간은 그 부과권의 행사로 생긴 징수권의 소멸시효와는 구별된다. 중단이나 정지에 따라 연장이 가능한 소멸시효와는 달리 제척기간은 권리의 '존속기간'이기 때문에 그 기간을 넘기면 권리 자체가 무조건 소멸하도록 돼있다.


우리 세법상 제척기간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84년이다. 1970~1980년대의 대법원 판결은 별도의 근거규정 없이 과세관청의 부과권은 시효로 소멸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시를 했다. 당시 세법은 일본과 같이 징수권의 소멸시효 규정만을 두고 있었는데, 판례는 부과권은 제척기간 규정이 없으므로 기간경과로 소멸을 의제할 수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언뜻 보더라도 국가의 과세권이 영구 무한하게 인정되는 것은 불합리했고 그러한 생각이 부과제척기간 입법의 단초가 됐다. 현행 세법상 일반 부과제척기간은 5년이다. 그러나 부정행위가 있다면 그 기간이 15년까지 연장된다. 뿐만 아니라 상속세, 증여세를 명의신탁 등의 방법으로 포탈한 경우에는 과세관청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다는 특칙도 있는데, 이는 사실상 무제한의 부과제척기간 허여이다. 법률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위해 도입된 부과제척기간이 아이러니하게도 조세법률관계를 되레 장기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부과제척기간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대표적 사례가 소급적용의 경우이다. 예컨대 2011년 개정 국세기본법은 소득처분이 있는 경우 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면서 부칙에서 2012년 이후의 최초 소득처분부터 적용된다고 규정했다. 종전 규정에 따라 부과제척기간이 경과해 과세가 불가능한 것을 개정 조항에 의해 다시 과세할 수 있다는 것으로,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침해의 여지가 컸다. 다행히도 판례에 의해 5년의 부과제척기간이 경과하지 않는 경우로 그 적용범위가 제한됐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2007년 전면 개정을 통해 다수의 공소시효를 연장하면서도, 부칙에서 개정 전에 범한 죄에 대해서는 종전의 공소시효를 적용한다는 명문규정을 두어 소급입법적 요소를 미연에 방지한 것과 비교된다. 형법은 범죄가 성립하더라도 추후 처벌규정이 폐지되면 더 이상 형사처벌이 불가한 반면, 세법은 납세의무를 성립시킨 과세조항이 나중에 폐지되더라도 납세의무는 여전히 존속한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면 부과제척기간 경과 전에 이를 연장하는 규정이 신설되더라도 그 균형상 부과제척기간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실상의 소급적용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장기부과제척기간의 근거가 되는 '부정행위'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시대에 따라 변천되는 부정행위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부과제척기간을 늘리는 고무줄 잣대로 활용한다면 소급적용의 우회로를 개설해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무기평등(武器平等)의 관점에서도 불공평 문제가 제기된다. 납세자는 과세관청에 적정세액을 초과해 신고납부를 했거나 후발적 원인으로 세액감액이 생긴 경우 등에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정청구권은 과세관청의 부과권에 대응하는 납세자의 권리이다. 그런데 국가의 부과제척기간은 기본이 5년이고 과소신고 7년, 부정행위 또는 무신고 10년, 역외거래의 경우 15년까지 늘어난다. 반면 납세자의 경정청구권은 종전의 1년부터 시작해 2년, 3년을 거쳐 현재에도 5년에 그치고 있다. 프랑스는 납세자의 경정청구권과 국가의 부과제척기간을 공히 3년으로 정하고, 부정행위가 있는 예외적 경우에만 제척기간이 5년으로 연장된다. 조세회피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제척기간의 연장 필요성도 있지만 납세자와 국가 간 과도한 기간의 불균형은 수긍하기 어렵다. 부과제척기간의 영역에서는 세정 한파의 형국이다.


과장(過長)의 제척기간은 연간 10%의 납부불성실가산세, 40%의 부당무신고가산세가 추가돼 도저히 예측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세액 산출로 귀결된다. 가산세 규모가 본세의 2~3배를 넘는 주객전도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설령 납세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더라도 그로 인한 제재는 납세자에 대한 비난 가능성과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 헌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부합한다. 작금은 제척기간과 관련된 일련의 문제에 대해 경청할 만한 개선안 제시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올 기해년에는 부과제척기간의 영토에서 동장군 위세를 누그러뜨릴 세정 춘풍(春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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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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