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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민의 사이언스 빌리지]화석에너지의 연장선에 있는 수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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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민의 사이언스 빌리지]화석에너지의 연장선에 있는 수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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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위에는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계신 칼럼니스트들이 많습니다. 며칠 전 이분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소차가 화젯거리 됐습니다.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금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흥미로운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칼럼 마감을 앞두고 퇴고 중이던 제 마음이 흔들리더군요. 칼럼은 시사성을 지녀야 하는데, 수소차 소재는 시의성뿐만 아니라 제 전공과 관련 있어 누구보다 자신 있는 글감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쓰던 글은 다음을 기약하고 백지를 꺼내 다시 펜을 들었습니다. '누가 먼저 총을 꺼낼 것인가' 서부영화의 대결 장면처럼 제 주위 글쟁이들과 칼럼 배틀이 벌어진 셈이 됐습니다.


올해 친환경 자동차를 구매 예약하면 지원금이 적잖습니다. 수소차의 경우 보조금과 세금 경감 효과를 더하면 웬만한 고급 중형차 한 대 가격에 달하더군요. 제 차도 구입한 지 5년이 됐습니다. 10년 이상 타겠다고 구입했지만, 선진국도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중단을 선언해서인지 다음에 구입할 차에 대한 관심이 컸기에 이번 정부 지원금에 솔깃했던 게 사실입니다. 멀지 않은 미래의 자동차는 분명 지금의 화석연료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SNS에서 벌어진 논쟁은 수소차의 본질에 관한 것이고 정부 정책의 적절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소비자는 수소차의 정체조차 모르고 친환경 프레임에 갇혀 있더군요. 일반 국민으로서 가장 쉬운 질문을 해 봅니다. 지금 수소차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적절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다소 이르다는 것이고 아직 호흡을 다스려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수소차는 미래지향적 운송수단이 맞습니다. 과학기술과 완성차 업계가 끌고 가야 하지만 수소 경제의 거대한 인프라 구축은 기업만으로 역부족이지요. 당연히 정부가 견인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선진국은 전기차에 사활을 걸었고 그 기저에 깔린 2차 전지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이제야 제 몫을 시작하는 시기에 수소차의 재등장은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사실 수소차의 등장은 지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소비자가 수소차 기술과 정책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는 역부족이고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단편적인 정보는 기업의 논리와 섞여 설득력 부족과 확증편향을 야기합니다. 혼란의 중심에 소비자가 던져진 셈이지요. 시대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조급한 마음마저 듭니다. 사실 수소사회로 가는 길목에는 수많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과거에도 속도와 효율만을 중시하다가 외면되고 잊힌 것들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인류의 삶을 힘들게 했던 경험도 했지요. 이제 숨을 고르고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수소 생태계를 통찰해야 할 시점입니다.


우선 태생부터 살펴보는 것이 통찰에 도움이 되겠지요. 그 출발선에는 연료전지(Fuel Cell)가 있습니다. 연료전지는 전지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전기차의 2차 전지처럼 가까운 과거에 나타난 기술이 아닙니다. 1839년 영국의 물리학자인 윌리엄 그로브는 물에 전기를 가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된다는 것을 알고 거꾸로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반응열과 전기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전기가 생성되는 이유는 대부분 화학반응이 물질 간에 전자를 주고받는 산화와 환원 반응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당시에는 직접 전기에너지를 만들지 못했고 120년이 지난 1959년 영국의 과학자 프란시스 토마스 베이컨이 상용화 수준으로 개발했습니다. 미국의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선에 전기와 물을 공급하는 장치로 연료전지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상업적 이용의 잠재력이 깨어난 1960년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된 거지요. NASA는 초기 제미니 우주선을 비롯해 인류를 달에 보내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연료전지를 급성장 시킵니다. 사람이 우주선에 있으니 많은 에너지와 물이 필요한데 연료전지는 연료로부터 추출한 수소와 산소로 전기와 열에너지뿐만 아니라 물을 부산물로 만든다는 장점이 우주비행에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연료전지와 전기차의 2차 전지의 차이점이 궁금해집니다. 2차 전지는 방전이 되면 충전을 해야 합니다. 휴대폰 배터리인 2차 전지가 방전되면 전기로 충전하지요. 하지만 연료전지는 철학부터 다릅니다. 한쪽 전극에서 연료가 공급되는 한 지속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일종의 발전기입니다. 이것이 2차 전지인 배터리와 가장 큰 차이점이고 그 연료가 바로 수소입니다.


[김병민의 사이언스 빌리지]화석에너지의 연장선에 있는 수소경제

연료전지 응용분야는 많지만 범위를 수소차로 좁혀 봅니다. 그 이전에 용어부터 정리를 해야겠군요. 엄밀하게 지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수소차는 연료전지를 이용한 수소전기차(FCEV· Fuel Cell Electric Vehicle)입니다. 일반적인 수소차는 HICEV(Hydrogen Internal Combustion Engine Vehicle)를 말합니다. 말 그대로 응축한 액화수소를 엔진에서 직접 연소해 동력을 얻는 방법인데, 이론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소 연료전지로 발생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고 모터를 사용하는 수소전기차로 접근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회자되는 수소차는 발전기를 제외하고 지금 시판되는 전기차의 구조와 많이 닮았습니다.


오래된 연구 기간만큼 연료전지는 기술적 단계를 넘어 경제성 검증의 단계에 있는 과학기술입니다. 지구는 물론 우주에서 가장 많은 수소라는 물질과 대기에 존재하는 산소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고 반응 부산물은 물이기 때문에 친환경이라는 프레임에 속해 있지요. 게다가 연료전지는 대부분 화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전환되기 때문에 내연기관의 열효율을 판단하는 지표를 넘어 두세 배의 높은 에너지 변환 효율을 가지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습니다. 이쯤되면 뭔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좋은데 왜 수 백년이 지난 지금 미래를 구할 구세주처럼 우리 앞에 등장했을까요. 과학은 의심으로 시작합니다.


간혹 수소차 도입에 대한 저항심리에 수소 폭발의 위험성이 등장합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1937년 미국 뉴저지에서 발생한 독일 비행선 힌덴부르크호의 수소폭발과 추락 장면을 기억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연료전지용 수소는 수소폭탄에 사용하는 중수소도 아니고 보관 기술도 발달해서 안정성 문제는 기우입니다. 차량 충돌 위험이라면 오히려 2차전지에 사용하는 리튬도 자유롭지 못하지요.


이제 시선을 수소 경제의 전체 생태계로 확장해 수소차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가장 현실적 문제는 연료의 출생입니다. 수소 생산의 한계와 제약을 한 번이라도 더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현재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탄소와 수소의 결합체인 메탄에서 산소를 이용해 탄소를 떼어내고 수소를 얻지만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옵니다. 이를 탄화수소 개질이라고 하지요. 또 다른 방법은 부생수소라 해서 석유화학공정이나 제철공정에서 사용하고 남거나 발생한 수소를 얻는 방법이지만 역시 일산화탄소가 나옵니다. 결국 막대한 화석연료와 온실가스 배출에서 자유롭지 않으니 수소를 친환경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는 지점에서 구세주 출현의 흥분을 멈추게 됩니다. 게다가 부생수소든 개질수소든 생산부터 응축해 이송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저장하고 배포하는 충전소 건설에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합니다. 게다가 연료전지용 반응 촉매는 백금과 같은 비싼 귀금속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성이라는 장벽이 있지요. 물론 과학기술은 이러한 현안을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언젠가 해결할 겁니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화석연료 대신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 방식이 있지만 이 방식은 여전히 전기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고 대안인 태양전지로 전기를 공급하려는 시도는 낮은 효율이라는 장벽을 맞습니다. 남는 전기를 사용한다는 원자력 에너지도 후보 중 하나이지요. 촉매인 백금은 다른 물질로 대체될 겁니다. 이렇게 가야 할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은 거꾸로 기술 진입 장벽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수소를 선택한 근원적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가 고민하는 대체 에너지는 지구와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어쩌면 각국의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수소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우리 경제에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수소사회는 분명 기회이지만, 기회를 위기로 만드는 건 성급함 때문일 수 있습니다. 당장 거리에 수소차를 몇 대 더 굴릴 수 있느냐로 판가름 나는 수소 배틀이 아닙니다. 돌이켜 보니 누가 먼저 칼럼을 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칼럼 배틀을 깊이 반성합니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남들보다 앞서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나 봅니다. 수소 경제, 수소사회도 우리의 성급한 생각에 편승된 건 아닐까요. 지금 수소는 화석에너지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거리를 달리는 수소차가 하늘에 가득 찬 미세먼지를 거두어 갈지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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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민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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