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유모교육기관, 127년 만에 첫 남자 졸업생 배출 화제
젊은 유모에 위협 느낀 기혼 여성, 남자 유모 더 ‘선호’
왕실과 귀족 등 상류층 유모를 다수 배출한 영국 놀란드대학에서 127년 역사상 첫 남자 졸업생이 배출돼 화제가 된 가운데, 남자 유모(Mann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유모(乳母)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남자들이 있다. ‘유모 사관학교’라 불리는 영국 놀란드 대학이 역사상 첫 남자 졸업생을 배출하며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한 전문 남자 유모 탄생을 알렸다.
20일(현지시간) 영국을 대표하는 유모 교육기관인 놀란드 대학에서 남학생 2명이 최초로 졸업장을 받았다고 24일 영국 데일리메일과 더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갈색 모자와 흰 장갑으로 상징되는 놀란드대 졸업생들은 왕실과 귀족 등 상류층 아이를 돌보는 전문 유모로 명성이 높다. 2014년 윌리엄 영국 왕세손의 아들 조지 왕자의 유모로 발탁된 마리아 보랄로 역시 놀란드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전문 유모로 학교 명성을 입증한 바 있다.
1892년 설립 이래 학교가 배출한 첫 남자 졸업생이 된 리엄 윌렛과 해리 프렛은 100여 명의 여자 동기들과 함께 ‘재봉틀로 옷 만들기’ ‘영양과 음식’ 등의 수업을 함께하며 이론과 실전을 두루 익혔는가 하면, 납치를 대비한 격투기로 태권도를 배우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곡예 운전을 연습하는 등 상류층 유모에게 요구되는 고난도 기술을 이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ABC 뉴스 프로듀서 홀리 피터슨이 자신의 첫 소설 제목으로 쓴 ‘Manny’는 이후 브리트니 스피어스, 마돈나를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남자 유모를 고용하자 그들을 지칭하며 하나의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1999년 국제학위과정을 마치고 놀란드대의 깜짝 첫 남자 졸업생이 된 유자와 카츠키(사진 왼쪽), 2018년 3년 간의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놀란드대를 졸업한 첫 남자 졸업생 해리 프렛, 리엄 윌렛.(사진 오른쪽) 사진 = norland instagram
남자 유모를 선호하는 이유?
BBC는 지난 3월 남성 보육교사의 실태를 집중 취재하면서 영국 내 보육교사 40만 명 중 98%가 여성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전체 2%에 불과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유모에 도전하는 남성들과 이들을 선호하는 가정은 왜 늘어나게 됐을까?
과거 영국 보육 알선 기업 티니스가 영국의 1500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혼 여성의 76%가 매력적이고 젊은 여자 유모에게 위협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유모가 남편의 외도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남자 유모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실제 티니스 조사에서 10가구 중 9가구가 남자 유모의 고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해 남자 유모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시사했다.
금년도 2명의 졸업생에 앞서 먼저 놀란드대를 거쳐 간 남성이 있었다. 1999년 국제학위과정을 이수한 일본인 유학생 유자와 카츠키가 그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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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치기현 출신의 유자와는 부모가 운영한 보육원에서 경험을 쌓은 뒤 어학연수를 거쳐 놀란드대의 유모과정을 먼저 이수한 ‘깜짝’ 선배였던 셈이다. 그가 학교에 다닌 당시만 해도 남학생이 없었던 터라 베이지색 제복의 여자 동기들 사이에 감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맨 그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12년 전 남자 입학생을 받기 시작하면서 남학생을 위한 제복과 넥타이가 준비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세간의 주목 속에 졸업식을 치른 해리 프랫은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보육 분야에 관심이 많은 남학생들에게 우리가 좋은 역할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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