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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평양 공동선언'과 방북 특별수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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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평양 공동선언'과 방북 특별수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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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도 더 전의 이야기다. 정확히는 1967년 3월2일. 막 중학교에 들어간 때인데 국빈 '마중'을 나가야 했다. 카를 하인리히 뤼프케 당시 서독 대통령이 방한하는데 길목에서 태극기를 흔들라는 주문이었다. 그가 유럽 국가 원수로는 최초로 방한하는 거라든가, 서독이 광부와 간호사를 받아주는 등 한국 경제 개발의 주요한 돈줄이라는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단지 서울 영등포구 어림에 살던, 그래서 학교 가는 버스도 간신히 찾아 타는 영판 '촌놈'이었던 까까머리 중학생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선생님이 지금 돌이켜보면 아현동 고개 어디쯤에 집결하라고, 거기서 출석을 부른다고 엄포를 놓았기에 아침부터 서둘러 어찌어찌 집결지로 갔다. 하지만 웬걸! 서울 시내 중학생은 모조리 모여들었는지 차도가 안 보일 지경이어서 출석 체크는커녕 대통령 일행의 차량 구경도 못 했다. 길을 몰라 시청까지 걸어나와 간신히 집으로 돌아갔으니 어린 마음에 이런 곤욕도 없었다.

오래전 일을 이토록 장황하게 늘어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9ㆍ19 평양 공동선언'을 보니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에 동행한 특별수행단의 구성에 궁금증이 일어서다. 이번 '평양 공동선언'에서 경제협력 분야의 주요 내용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정상화에 대한 합의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특구 조성 문제를 '협의'하기로 한 것을 들 수 있겠다. 특별수행원 일행 52명 중 17명이 기업인인데 그중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을 비롯해 한다하는 인물들이 포함됐다. 이들은 이번 방북에서 어떤 역할을 했으며 무엇을 얻었을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의 정상화는 기업 차원의 결정사항이 아니라 정치ㆍ외교 문제이고, 특구 조성은 말 그대로 앞으로 '협의'할 문제다. 아무리 대기업 총수라 해도 풀 수 없는 문제이고 이들이 당장 평양으로 달려갈 만큼 급한 일이 아니기에 드는 의문이다.

우선 이들의 참석 배경이 궁금하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8일 경제인들의 방북과 관련해 "방북 수행단은 전적으로 우리 정부에서 결정했다"며 북한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설을 부인했다. 이는 뒤이어 나온, "우리가 꼭 오시라고 했다"는 한 북한 측 인사의 발언과 배치되니 의아할 수밖에 없다.


또 있다.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방북하겠다고 손을 들었는지 혹은 정부 측에서 알게 모르게 '지명 초청'했는지 궁금하다.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유효한 마당에, 윤 수석의 말마따나 이번 방북에서 투자 양해각서(MOU) 같은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도 않을 마당에 굳이 재벌 총수 본인들이 스스로 판단해 방북 길에 나섰을까. 실제 북한 요인들과 안면을 트고, 투자 환경을 살피는 데는 연봉이 수십억 원에 달하기도 하는 대기업 전문 경영인이나 실무자급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그들의 보고와 분석을 듣고 서울에서 천천히 결정해도 될 일 아닌가.


게다가 뇌물 혐의로 1, 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이 부회장이 포함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6일 "재판은 재판대로 엄격하게 진행되고, 일은 일"이라 설명했는데 그 '일'은 과연 무엇인가. 지난해 6월 문 대통령 방미 때 정경유착, 배임ㆍ횡령 혐의 등을 이유로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이 배제된 사례와는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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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데 경협은 큰 몫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평양 공동선언이 훗날 남북 통일로 가는 길에 획기적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기업인들을 50년 전 중학생들처럼 '병풍'으로 동원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무지한 장삼이사의 생각뿐일까.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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