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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70년생 개띠 김종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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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70년생 개띠 김종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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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 주인공이 캐스팅되자 법석이다. 배우 정유미의 출연이 알려지자마자 인터넷 동네는 또다시 페미니즘 공방으로 불타올랐다. 이 사이버 전쟁에는 남자ㆍ여자 '극혐' 같은 사회 병증까지 가세해 불길한 종말감까지 감돈다. 왜 이렇게 갈라졌는가? 역사 분단도 모자라 남녀노소, 서울ㆍ지방, 강남ㆍ강북, 1주택ㆍ2주택에 이르기까지 죄다 쩍쩍 갈라 터진 균열이요, 분란이다.


70년생 어정쩡한 개띠 김종부씨 얘기를 한번 들어보자. 종부씨는 보유세 강경 조치인 종합부동산세가 전격적으로 등장한 2005년 내심 쾌재를 불렀다. 내 집 마련 단거리 트랙에서 속도를 올릴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어서다. 집값이 진정될 테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때 여의도 금융가와 작별한 쓰라린 경험을 보상받을 생각에 입꼬리도 살짝 올라갔던 것도 사실이다. 눈물이 앞을 가리던 그 순간을 종부씨는 잊을 수가 없다. 결혼 즈음 찾아온 세상살이 트라우마 1호였다. IMF와 직장 폐쇄 그놈.

참 얄궂게도 트라우마는 찰진 연료이기도 했다. 전셋집 가장 종부씨는 이윽고 마흔을 눈앞에 두고 판교 신도시 분양에 도전했으나 아련하게 멀어져 갔다. 2만9000가구가 2009년부터 판교에 입주하던 때 종부씨 가족은 계속 동북쪽 변두리 전세를 전전했다. 반전세로 월세 받겠다는 집주인과 실랑이도 많이 해봤다. 종부씨 아내는 정수리 탈모도 시작된 남편이 안쓰러웠지만 홈쇼핑 회사 과장으로 승진하는 때 맞춰 수입 맥주 캔을 땄다. "우리 서윤이 중학교 갈 때는 대치동 가고 싶어. 좋은 학원도 죄다 거기 있잖아." 2011년 새봄이었다. 종부씨 부부가 대치동, 도곡동, 역삼동 일대를 둘러볼 그 즈음 강남 아파트 값은 욱일승천, 용틀임을 시작했다. 한동안 잠든 용을 강남 보금자리 주택 짓는 굉음이 깨웠는지 어쨌는지 가파르게 오르기만 했다. 33평 아파트는 9억원, 11억원 하더니 금세 부리나케 14억원으로 치솟았다. 마흔두 살 종부씨는 절망했다.거대한 성벽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자신과 마주했다. 현기증을 느낀 종부씨를 구제해준 금융은 역시나 토착 자본이었다. 친가 상속분에 은행 중도금 대출까지 탈탈 털어 옥수동 새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금호동, 옥수동이 종내 금이야 옥이야 할 거라는 부동산 중개사의 사탕발림도 한몫했지만 종부씨는 로망 반, 오기 반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똘똘한 집 한 채를 어엿하게 가져본다는 로망을 지켜냈다. 당장은 빚을 내서 이자 폭탄과 씨름해야 하지만 제발 좀 이사 걱정 없고 아이들 안정되게 키워낼 내 집에 정착해 10년 이상 버텨내고 말리라는 오기도 하늘을 찔렀다.


이제 2018년이 왔다. 인생 속 사회생활 제1호 트라우마인 IMF 외환 위기 당시 실직 참사로부터 20년이 지났고 종부씨는 마흔아홉이 됐다. 옥수동 아파트 집 한 채. 여기도 금이야 옥이야 집값이 꽤 많이 올랐다. 그래도 강 건너 강남에 비하면 여전히 지진아 열등생이지만. 아이들은 고 2, 중 3이 됐다. 그런데 종부씨 회사가 그만 한계기업이 될 모양이다. 이 판국에 뉴스랍시고 나온 부동산 보유세 인상 조치. 종부세율 최고 3.2% 인상이란다. 다주택자이고 시가 18억원이 넘는 고가라야 세금 더 낸다고 언론이 체크해주지만 정말 헛헛한 심정이다.

문득 정호승 시, 안치환 노래가 귓전을 때린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빈 호주머니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 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 번도 술을 사주지 않았다." 듣고 있나. 그대들은 우리 70년생 개띠 종부씨에게 술 한 번 사주지 않았다. 청춘을 바친 국방과 교육, 근로에다 납세 의무를 다하며 허덕여온 종부씨 오십 줄 들어서는 기념으로 뼈 때리는 세금 발표만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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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씨는, 수십만 수백만 그들은 통계도, 세금도 손대지 못하는 동굴로 갈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처럼. 한국의 지하경제.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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