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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경제사]구약성경의 '민수기', 고대의 '인구센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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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경제사]구약성경의 '민수기', 고대의 '인구센서스'? 민수기에 나온 인구조사 묘사도(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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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구약성경을 보다보면 '민수기(民數記)'라 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넘버스(Numbers)'라고 하죠. 대체로 선지자 이름들로 구성된 구약성경 속 여러 챕터들 중에 이름이 가장 특이합니다. 내용 자체는 이스라엘 민족이 지도자인 모세를 따라 이집트에서 해방돼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나온 이후, 40년 가까이 광야를 헤매는 시기의 갖가지 사건사고들이 수록돼있습니다.

그래서 원래 유태교 히브리 성경의 모세5경에 속하는 민수기는 원래 이름이 민수기가 아니라 '광야에서'란 의미를 담은 '베미드마르'라고 한다 합니다. 민수기란 이름은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원정 이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편찬된 그리스어 역본인 70인역에서 처음 등장한 이름입니다. 그때 인구조사 기록을 비롯해 여러 통계수치들이 나와있어 '광야에서'란 제목대신 숫자들이란 뜻의 '아리드모이(Arithmoi)'라고 바꿨고, 이후 구약성경에서 'Numbers'라고 불리게 됐다고 하죠.


근대적 인구조사 자체는 18세기 말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져있지만, 그보다 한참 전에도 여러 나라들에서 인구조사는 제법 많이 했습니다. 주로 세금과 병역 관리를 위해 이를 담당하는 성인 남성들을 기준으로 실시했죠. 당시에는 성인 남성의 주요 기준이 만 16세~17세 정도였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당시 인구를 추산하기도 합니다. 오늘날 인구 센서스(Censors)란 이름이 붙게 된 이유도 고대 로마의 감찰관인 'Censor'가 하는 업무란 뜻에서 왔죠.

[신화 속 경제사]구약성경의 '민수기', 고대의 '인구센서스'? 신라시대 촌락의 인구, 성별 숫자, 세금 등을 기록했던 민정문서의 모습.(사진=우리역사넷)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 이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남긴 여러 인구센서스들은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석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당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이 인구조사서를 그리스어와 이집트 상형문자로 동시에 발행했기 때문이었죠. 중국에서도 한나라 이후 대부분 왕조에서 실시했고, 우리나라도 신라시대 '민정문서(民政文書)'라 불리는 통계 자료가 있어 인구와 사회, 경제를 파악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신약성경의 예수도 요셉과 마리아 부부가 인구조사를 하러 베들레헴으로 가던 길에 탄생한 것으로 나와있죠.


다시 민수기 이야기로 돌아가면, 당시 이스라엘 민족의 1차 인구조사 결과 숫자가 60만에 이른다고 나와있습니다. 이를 두고 이집트 탈출 당시 이스라엘 민족의 전체 숫자가 200만명에서 300만명까지 된다는 주장이 있고, 모두 합쳐서 60만명이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죠. 사막 한가운데 광야에서 40년이나 헤메는 상황에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과연 거주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겠느냐는 현실성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성경이 단지 종교적인 경전만이 아닌, 당시 사회와 문화상을 알려주는 역사서로서의 기능이 강하다고 보기 때문이죠.


[신화 속 경제사]구약성경의 '민수기', 고대의 '인구센서스'? 신약성경 속 아기예수도 요셉 부부가 인구조사를 위해 베들레헴에 가던 도중 탄생한 것으로 나와있다.(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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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300만명을 추산하는 쪽도 논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고대의 인구조사는 주로 세금과 병역을 맡는 성인 남성, 즉 만 16세~17세 이상 남성들만 대상자로 세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평균 5인가족으로 산정하면 300만명의 추산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정확히 이 60만이란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고대 중동 지역들은 물론 로마제국 당시 남은 센서스들도 지역마다 기준이 천차만별이고, 지금처럼 전산망이 잘 갖춰진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고대의 인구센서스에 대한 믿음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기 때문이죠.


당시 중국이나 로마제국처럼 아주 거대한 제국이 아니고서야 50만에서 100만명 정도면 민족 전체 숫자로도 상당히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60만명이란 숫자는 남녀노소 모두를 산정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한 편입니다. 특히 중동지역은 1만년전부터 시작된 농경과 도시화로 인해 사막화가 굉장히 일찍 시작됐고, 전쟁이 잦아서 고대나 근대나 인구 증가가 크지 않은 지역으로 알려져있습니다. 19세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이 지역 전역을 다스리고 있을 때도 인구가 1200만명 남짓으로 알려져있죠. 이를 감안하면 민수기에 나온 60만명이 남녀노소 모두를 합산한 인구라 해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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