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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원천징수제도의 그늘, 이제는 헤아려 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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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원천징수제도의 그늘, 이제는 헤아려 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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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의 대주주 겸 대표이사가 운영자금 100억원을 횡령한 후 제3자에게 회사 주식을 양도한 다음 해외로 도피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시점에 관할세무서장은 위 횡령사실을 적발하고 사외유출된 위 100억원이 대표이사에 대한 상여라는 이유로 회사를 원천징수의무자로 보아 원천징수 소득세와 가산세 50억원의 징수처분을 했다. 회사는 원천납세의무자인 대표이사로부터 위 세금을 회수하고자 사방팔방으로 노력했으나 허사로 끝났다. 가상의 사례지만 과세실무상 자주 있는 일이다. 대표이사 횡령의 경우에 피해자인 회사가 그 횡령금에 대한 소득세까지 대신 부담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역설적인 문제는 현행 소득세제의 근간을 이루는 원천징수제도에서 기인한다.


원천징수는 납세자와 일정한 연관을 맺고 있는 자로 하여금 납세자가 낼 세금을 '대신' 걷어서 국가에 납부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원천징수의무자가 자신의 비용과 부담으로 타인의 세금을 국가를 위해 대신 거두어 주는 것이다. 회사가 매달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면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원천징수제도는 징세의 편의를 높여 주고, 탈세를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가가 1만명의 종업원을 쫓아가 세금을 걷는 대신 1개의 회사를 상대로 초기 단계에서 손쉽게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것이다. 납세자의 입장에서도 소득세를 매월 분납하면 일시 납부 부담이 경감된다. 근로소득만 있는 납세자는 연말정산으로 종합소득세 신고의무에서도 면제된다. 이러한 순기능 덕분에 2016년 기준 국세세수 242조원 중 원천징수세액은 54조원으로 약 22.3%를 차지하고 있다.

원천징수제도의 기원은 1803년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27년, 조선총독부의 재정독립계획에 의해 원천징수제도의 모태가 되는 조선자본이자세령이 시행됐다. 1949년 새로이 제정된 소득세법에서도 원천징수제도를 두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원천징수제도는 독자적인 발전을 했고, 21세기에 접어들어서는 원천세 전자세정의 기반구축 및 원스톱 연말정산 서비스 시행 등으로 다른 국가들의 모범이 되는 선진 원천세정을 구현하고 있다.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 유수의 선진국들도 원천징수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원천징수제도에서는 원천납세의무자 대신 원천징수의무자가 국가와의 법률관계의 전면에 등장한다. 원천징수의무자는 원천납세의무자에게 소득금액을 지급하면서 그에 대한 세액을 공제해 국가에 납부하게 되는데, 이러한 의미에서 원천징수의무자는 국가에 대해 '공법상의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된다. 원천징수의무자가 그 의무이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소득의 실질귀속자와 소득의 성격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나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정보요구권도 없는 터라 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외국에 거래상대방이 소재하는 국제거래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징수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에는 본세에 더해 가산세를 부과받고, 심한 경우 조세범 처벌법에 따른 형사처벌까지 받기도 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원천징수제도가 과세행정을 위한 효율적인 제도라는 점에는 이견을 달기가 어렵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원천징수의무자는 원천납세의무자의 세금징수를 위해 국가의 사무를 대신 수행하는 공무수탁사인에 지나지 않고, 국가의 조세행정에 협력하는 제3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의무와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문제이다. 또한 원천징수의무자가 '대신 수행'해주는 국가의 과세행정에 대한 협력의무는, 헌법상의 납세의무가 아닌 법률상의 의무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천징수제도를 운용함에는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가상의 사례와 같이 대표이사의 횡령에 대해 피해자인 회사에 대표이사의 소득세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원천징수제도의 과도한 확대 적용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침해되는 사익이 크기 때문에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에 반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원천징수의무의 불이행에 대한 조세부담이나 형사처벌이 너무 과중하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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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원천징수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선진 세정을 뒷받침하는 원천징수제도인 만큼 그 운용에 대한 비판 및 대안을 경청할 필요도 있다. 대표적으로 세수 확보를 위한 공헌을 고려해 원천징수의무자에게 교부금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가상의 사례와 같은 유사거래에 대한 원천징수제도의 확대 적용의 제한, 거래상대방에 대한 정보요구권의 도입, 정당한 사유가 있는 원천징수의무자에 대한 원천세 본세의 면제 및 원천징수의무 불이행죄의 폐지 등이 제시된다. '양약고구(良藥苦口)'라는 말이 있듯 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한 정부, 학계, 납세자의 합리적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 당장은 지난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21세기 세계를 선도하는 '세정한류(稅政韓流)'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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