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문혜원 기자]지역(단위) 농협이 진행하는 독자적 카드사업의 위험성에 대해 NH농협은행과 금융당국에서도 인지하고 있지만 십여년째 묵인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조직인 4300여개의 단위 농협이 실질적으로 금융당국과 농협은행의 통제권 밖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가침(?) 구역, '단위 농협' = 단위 농협의 독자적 카드사업은 농협의 신경분리(신용-경제부문 분리) 이전인 지난 2002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저촉된다는 감사 지적과 함께 '즉각 시정' 지시를 받았다.
당시 금감원은 회원 가맹점 모집, 매출전표 모집, 현금서비스와 같은 '부수 기능'은 단위 농협에 위탁할 수 있지만, 신규회원 자격과 카드발급 심사, 카드이용대금 사후관리 및 상환과 같은 '본질 기능'은 위탁해선 안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십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범 농협 조직은 기형적인 카드사업구조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풀뿌리 영업망을 가진 농업협동조합이라는 '거대조직'을 누구도 손쉽게 건드릴 수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국 단위 농협의 연합조직체인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은행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카드사업권을 가진 농협은행은 '옥상옥(屋上屋)'인 농협중앙회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당국 역시 '지역 민심'이자, 전국 4279개 영업망을 가진 대규모 선거 조직인 농ㆍ축협에 대해 강력한 통제권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다.
◆3000만 회원, 숫자는 '깜깜이' = 단위 농협에서 발급된 카드 실적은 농협은행 카드부문 실적에 공식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
농협카드는 농협은행 영업점 1151개, 단위 농ㆍ축협 4279개 총 5430개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영업망 측면에서는 카드업계서 독보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농협카드는 지난해까지 누적 926만4000장의 신용카드와 2534만9000장의 체크카드를 발급했다. 농협 체크카드의 경우 전체의 25%를 차지해 독보적 1위다. 가입 회원수는 현재 신용ㆍ체크카드 총합 2970만명 정도다.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에도 불구, 사실상 단위 농협의 카드사업으로 인한 손익 등 공시되지 않는다. 농협은행 카드부문의 실적에는 4279여개 영업망을 가진 단위 농ㆍ축협에서 발급된 카드 실적은 포함되지 않는다.
◆부실나면 책임질 곳이 없다…농가(農家)엔 핵폭탄 = 가장 큰 문제는 카드 연체 등 부실 발생시 책임소재다. 현재 카드 모집은 단위 농협, 발급심사는 농협카드로 이원화돼 있다.
부실에 대한 책임을 농협카드가 지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다. 지역 경제 악화로 부실이 발생하면 단위 조합이 그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
신용카드 및 할부금융업을 영위하려면 자본금 요건 및 금융위원장 인가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사업자는 농협은행(자산 267조 규모)으로 특정돼 있다.
법으로 엄격한 요건을 두도록 한 이유는 자본요건이나 신뢰성 등을 갖추지 못한 사업자가 카드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정책적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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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카드사태' 등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여신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1금융권에 견줄만큼 크다. 금융위기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카드 부실이 단위 조합의 존폐까지도 위협하는 숨겨진 폭탄이 될 수 있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신용카드업자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본질적 요소인 회원심사, 카드발급, 한도부여 등에 대해서는 농협은행이 직접 수행하고 있다"면서 "농협은행 내부적으로도 위탁 범위 한정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역 농ㆍ축협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조율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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