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5초 안에 야동배우 이름 다섯 명 대봐”, “왜 다 외국산이야? 국산을 애용해야지”
경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MT에 참석했다가 불쾌한 일을 겪었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게임을 하던 중 진행자인 남자선배 B씨가 한 학생에게 야동 배우 이름을 대라고 한 것. 망설이던 해당 학생이 유명 일본 AV배우 이름을 대자 B씨는 “왜 다 외국산이야? 국산 애용해야지. 국산 배우는 누가 있지?”라고 했다. A씨는 ‘어떤 시대인데 공적인 자리에서 저런 말을 하지’란 의문이 들었지만 당시 MT에 참석했던 학생들 모두 웃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는 23일 경북대학교 대나무숲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얘기다. 경북대 자연과학대학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A씨는 해당 사건에 대한 글 마무리에 “이른바 국산야동이라 불리는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으로 인해 수만 명의 여성들이 광화문에서 시위까지 하는 마당에 공적인 자리에서 저런 말이 나온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더 이상 이런 낮은 의식 수준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학교 측과 학생회의 공식입장을 요구했다.
해당 게시글이 논란이 되자 경북대 자연과학대학 학생회 측은 24일 새벽 사과문을 게재했다. 학생회 측은 공식적인 행사에 신중치 못한 행동을 보인 데 대해 사과하면서도 당시 상황과 발언에 대해서는 변명으로 일관해 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

사과문에 따르면 MT 둘째 날(22일) 저녁 행사 도중 ‘주제어 5가지 빨리 말하기’란 게임을 했고, 이 과정에서 AV배우란 주제어를 추천받은 학생회 측 진행자는 여과 없이 게임을 그대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학생회 측이 사과한 부분은 여기까지다.
변명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은 진행자였던 B씨가 발언했던 ‘국산야동’이나 ‘AV배우’가 합법적 제작영상을 기준으로 했다고 한 점이다. 성인영상에 대한 범위가 불법유출영상이 아닌 상업적으로 유통되는 합법적 제작영상을 기준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불법유출영상을 포함하는 범위로 생각하게 한 점에 대해서는 잘못임을 시인했다.
그런데 엄연히 말하자면 국내에서 야동이라 불리는 AV는 음란물로 규정돼 제작과 유통, 배포 모두 불법이다. 우리나라에서 허용되는 범위의 성인영상은 ‘성인 에로물’로 규정되는데, 쉽게 말하면 성기가 노출되지 않은 청소년관람 불가의 영상, 영화 등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 규정하는 AV는 국내선 사실상 불법인 셈이다.
이를 두고 경북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적 자리에서 발언할 만한 사항이 아니었고, 이 때문에 일부 학생들이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반면 한편에서는 성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성과 관련된 얘기를 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여길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금 뜨는 뉴스
한편 대학가에서 이번 사례와 같은 성희롱 소지가 있는 게임과 장기자랑 등은 지난 2016년부터 문제로 제기됐다. 서울의 한 대학 신입생 환영행사에서 성행위를 묘사하는 게임을 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인데, 그 이후부터 대학가에서는 악습을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미투운동 등이 주춤해지면서 또 다시 대학가가 성 문제로 얼룩지고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